말과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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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2

그 방에서 8년을 살았다.
서울 한복판에 섬처럼 조용한 동네였다. 어느 방향으로든 조금만 나가면 시끄럽고 복잡한 번화가, 서울의 중심지였다.
조용한 동네였다. 해가 지면 인적이 없어졌다. 가로등도 어두웠다.
이사한 날, 이사를 도와주신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집 앞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8시였지만 한밤중 같았고 카페에 손님은 나 혼자였다.
멀리 다른 나라에 여행온 것 같았다.
네모난 노란 방이었다. 한 쪽 벽에는 커다란 창문이 있었다. 또 다른 벽에는 베란다와, 부엌 싱크대 옆에 붙은 아주 작은 창문이 있었다.
천장에는 늘어뜨려진 줄을 잡아당겨 켜고 끄는 옛날식 등이 달려 있었다.
그리고 화장실과 싱크대가 있는 벽을 맞대고 402호가, 아무 것도 없는 벽 너머에 404호가 있었다.
거기에 누가 사는지는 오랫동안 모르고 지냈다.
건물은 조용했다.
계단을 둘러싼 방들에 누가 사는지 잘 몰랐다.
시간이 흐른 후에 404호에 사는 여자의 얼굴을 알게 되었다.
그 사람과는 간혹 계단에서 마주치면 서로 눈을 피하고 재빨리 각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내가 이사 들어왔을 때부터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알게 된 후로는 사는 동안 계속 살았다.
402호에는 처음에는 여자가 살았던 것 같고 그 다음엔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가 살았다.
가끔 음악을 크게 틀었고 밤늦게 들어오며 현관문을, 가슴이 철렁하며 놀랄 정도로 크게 닫곤 했다.
어느날 아침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데 또래의 여자와 같이 집을 나서다가 마주쳤다.
여자가 나를 보고 어색하고 민망한 표정을 짓던 것이 기억난다.
다시 얼마 후부터는 간호사인 여자가 살았다. 낮에도 오가서 자주 마주치는 편이었지만
서로 굳이 인사는 하지 않았다. 굉장히 조용해서 거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간호사라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사는 동안 임대료는 오르지 않았다.
첫 계약 후 2년이 지났을 때
건물 소유자의 부인이 같은 금액으로 재계약을 하자고 선심쓰듯 말했다.
그리고 관리실에서 건물 소유자의 도장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건물 소유자였던 남편이 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였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그 후 오랜 재산권 분쟁이 있었고
목돈이 필요했던 분쟁의 한 쪽 당사자인 딸들의 요청으로 월세 계약을 전세 6500으로 바꿨고
그 후 이런 저런 재판 속에 재계약은 한 번도 하지 않고 지내다가
건물이 경매 끝에 제 3자에게 넘어가면서
이사를 나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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