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2019-01-23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정유정, 지승호, 은행나무




 
2019-01-17

한국 소설을
많이 읽는다.




 
2019-01-17


아무것도 놓이지 않은 낮고 넓은 테이블에, 조각 수가 많은 퍼즐을 쏟아 두고 오래오래 맞추고 싶습니다. 가을도 겨울도 그러기에 좋은 계절인 것 같아요. 그렇게 맞추다보면 거의 백색에 가까운 하늘색 조각들만 끝에 남을 때가 잦습니다. 사람의 얼굴이 들어 있거나, 물체의 명확한 윤곽선이 보이거나, 강렬한 색이 있는 조각은 제자리를 찾기 쉬운데 희미한 하늘색 조각들은 어렵습니다. 그런 조각들을 쥐었을 때 문득 주인공이 없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모두가 주인공이라 주인공이 50명쯤 되는 소설, 한사람 한사람은 미색 밖에 띠지 않는다 해도 나란히 나란히 자리를 찾아가는 그런 이야기를요.

'작가의 말' 중에서



 
2019-01-17
하지만 무서울 게 뭐야 문득 소리 내어 그녀는 스스로를 향해 중얼거렸다.
늑골이 무너지고 옆구리가 부스러지면 어때, 뒤이어 생각했다. 이렇게 아무런 통증도 느껴지지 않는다면.
좀 전보다 또렷하게 목소리를 내어 그녀는 중얼거렸다.
고통이 없다면 두려움도 없지.
그녀는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의 부모는 은퇴 후 버스로 다섯 시간이 걸리는 바닷가 소도시에 살고 있었다.

한강 '작별'




 
2019-01-16

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한강 '작별'

그녀는 더 이상 이 대화를 이어가기보다 아이를 좀 안고 싶었다. 그녀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조숙한 인상 탓에 종종 대학생으로 오해받곤 하는 이 예비 고등학생이 그녀에게는 아직 어린애로 생각되었다. 갓 태어났을 때 보았던 조그많고 섬세한 이목구비가 아직 아이의 얼굴에 남아 있었다. 열감기에 걸려 그녀의 앞섶에 젖을 토하며 경기를 하던 돌 전의 모습, 목소리가 바뀌기 전 여리고 높은 목소리로 동요를 따라 부르던 오후가 며칠 전의 일들처럼 선명했다. 아이가 어렸을 때 그녀는 줄곧 고단했고, 함께 놀아줄 시간과 힘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건 그녀의 삶에서 가장 무겁게 지속된 결핍과 죄책감이었다. 하지만 막상 지난봄 그녀가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있게 되자 아이는 불편해했다. 엄마, 다시 회사 가면 안 돼? 나에겐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해. 신도시로 이사 온 뒤 처음으로 맞은 토요일 오전, 햇빛이 드는 베란다를 바라보며 빨래를 개키던 그녀에게 아이는 말했다. 마치 고독한 어른 흉내 내듯 뒤이어 고백했다. 엄마가 집에 오래 있으니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데, 사실 엄마는 그렇게 강한 사람이 아니잖아. 아무래도 나는 혼자 있어야 강해지는 성격인 것 같아.
이리 좀 와봐, 윤아.
아이는 내키지 않은 듯했지만, 이내 순순히 운동화를 꿰어 신고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녀가 아이를 안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의 팔이 그녀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마주 안았다. 순간 그녀의 왼쪽 가슴이 더워졌다. 얼어붙은 줄만 알았던 눈두덩 안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새어 나오려 하는 것을 느꼈을 때 그녀는 아이를 안았던 팔을 풀며 말했다.
현관문 닫아야겠다. 공기가 너무 따뜻해.
아이가 돌아서서 현관문을 닫는 짧은 시간 동안 그녀는 열여덟 평 아파트의 내부를 일별햇다. 그녀가 소유해온 모든 사물들이 그 안에 있었다. 이사할 때마다 골칫거리였던, 평생 동안 사 모은 책들이 있었다. 그녀가 침대를 사기 전까지 불편한 대로 사용했던 삼인용 천 소파, 이케아에서 주문해 직접 조립한 이인용 자작나무 식탁이 있었다. 반쯤 열린 안방 문 사이로 보이는, 그녀가 종종 악몽을 꾸었던 삼나무 싱글 침대가 있었다.



 
2019-01-14

2018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한강의 단편소설 '작별'을 읽었다.



 
2018-12-09


...그리고 그 외 모든 것. 바닥에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는 특히 더 완벽한 핥기 대상이다. 이것은 매우 흥미롭다. 핥기, 즉 다른 사물에 대해 안전한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분자를 자신 몸속에 직접 들여오는 행위는 극도로 친밀한 제스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개가 친밀하게 굴기 위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의도했든 아니든 세상과 그렇게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것은 인간이 자신과 환경의 관계를 생각하는 것과 매우 다르다. 즉 자신의 피부나 털이 바닥과 닿는 지점과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 사이에 방어벽을 덜 세운다는 뜻이다.
...
부디 개가 서로를 만질 수 있게 놔두어라! 그들은 각자의 공간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공간 안으로 들어가는 방식을 통해 처음 보는 개나 사람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들이 서로 털을 부비고, 깊이 냄새 맡고, 핥게 해주어라. 안전한 거리를 확보한 채 악수나 하는 것은 개의 방식이 아니다.
...
개에게 집안에 있는 방이란 그들과 함께 공존하지만 서로 관련이 없으며, 단순히 조용히 냄새만 쌓이는 공간, 여러 가지 물체와 냄새가 나오는 비옥한 공간(벽장, 창문), 그리고 당신이나 당신 냄새가 발견될 수 있는 공간 같은 것으로 구성된 곳이다.
그러나 우리 눈에 무엇이 보이든, 바로 그 순간 일어난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든 개는 분명 무언가 우리와 다른 것을 보고, 생각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
개의 감각 능력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시각적 세상의 일부에 주의를 기울이고,우리가 맡지 못하는 냄새를 맡고, 우리가 흘려듣는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게 해준다. 그렇다고 개가 모든 것을 보거나 듣는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것을 알아챌 수있다. 예를 들어 개는 우리처럼 다양한 색상을 볼 수 없는 대신 명도 차이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깊은 물을 꺼리거나 어두운 방에 들어가기를 겁내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
말을 하지 못하는 개는 인간의 말에 담긴 운율과 목소리의 긴장감, 감탄사에 들어있는 풍부한 감정 같은 것을 더욱 세세히 느낄 수 있다. 그들은 또한 말소리에 포함된 급작스러운 변화, 즉 고함이나 하나의 단어, 심지어는 오래 끄는 침묵도 예민하게 느낀다.
...
추상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바로 지금, 바로 여기에 있는 것들에만 집중한다는 것, 즉 각 사건과 사물을 별개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같다.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 반성과 숙고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 삶이다. 만약 그렇다면 개는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들은 세상을 경험하긴 하나 자신의 경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하는 동안에도 자신의 생각을 돌아보거나 생각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
이러한 논리로 따지면 점멸 융합 속도가 우리보다 빠른 개에게 시각적인 순간이란 우리보다 짧고 빠른다. 개의 시간에서 각 순간은 우리보다 짧다. 달리 말하면 다음 순간이 우리보다 빨리 온다는 말이다. 개에게 '지금 당장'은 우리도 모르는 새 일어나는 일일 것이다.
개에게 원근, 규모, 거리 같은 것은 어느 정도 후각으로 결정된다. 그런데 냄새는 아주 빠르게 지나가버린다. 즉 다른 시간의 척도에서 존재한다. 냄새는 빛이 우리 눈에 도달하는 것처럼 일정하고 규칙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곧 그들의 '냄새-눈'은 우리와 다른 속도로 사물을 본다는 것이다.
...냄새는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지기 때문에 냄새가 강함은 새로움을, 약함은 오래되었음을 의미한다. 개는 자기가 나아가는 방향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통해 미래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 '현재'를 보는 개의 후각적 창은 우리의 시각적 창보다 커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광경뿐만 아니라 방금 일어난 것과 곧 다가올 것도 일부 볼 수 있다. 그들의 현재에는 과거의 그림자와 미래의 기운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
냄새는 이동하다가 때가 되면 사라진다. 따라서 개에게 세상은 유동적이다. 코앞에서 파도처럼 넘실거리기도 하고 가물거리기도 한다.

9장 개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
<개의 사생활>


 
2018-11-30
두 번째 설명은 첫 번째보다 더욱 중요하다. 인간의 동반자가 될 수 있게 한 바로 그 기술 때문에 개는 이 실험을 비롯해 다른 물리적 인지 과제에서 필패할 수밖에 없었다. 개에게 공을 보여준 뒤 그것을 엎어놓은 두 개의 컵 중 하나 속에 숨긴다. 개가 냄새를 맡을 수 없다고 가정하면 개는 두 개의 컵 중 하나를 무작위로 살펴볼 것이다.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황이라면 이는 합당한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컵 하나를 들어서 그 아래 있는 공을 보여준 다음 수색을 계속하게 하면 당연히 개는 그 컵 아래를 먼저 살필 것이다. 하지만 공이 들어 있지 않은 컵을 들어 그 속을 보게 하면 개는 돌연 논리를 모두 잃어버리고 빈 컵 속부터 들여다보기 시작할 것이다.
이때 개는 자기의 기술에 오히려 당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를 맞닥뜨리면 영리하게도 개는 우리에게 눈길을 돌린다. 우리 행동은 정보의 출처가 된다. 세월이 흐르면서 개는 거의 모든 일에 우리 행동이 관련되어 있고, 우리 행동이 때로는 흥미로운 보상이나 먹이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따라서 실험자가 두 번째 칸막이 뒤에 숨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이동을 하면 그 칸막이 뒤에 무언가 흥미로운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실험자가 빈 컵을 들어올리면 사람이 그 컵에 관심을 보이기 때문에 개도 그 컵에 더 흥미를 갖게 된다.
...
이렇게 보면 개는 표준 지능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훌륭하게 성공해냈다고 믿는다. 개는 과업에 새로운 도구를 사용했다. 우리가 바로 그 도구다. 개는 이 사실을 학습했고, 우리를 훌륭한 만능 도구로 본다. 우리는 개를 보호해주고, 먹이를 주고, 우정을 제공하는 유용한 도구다. 닫힌 문은 열어주고 물그릇이 비면 채워준다. 개의 눈으로 보면 절대 풀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나무에 얽힌 목줄을 빼낼 정도로 똑똑하다. 마술처럼 자기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옮겨줄 수도 있다. 씹을 것과 먹을 것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기도 한다.

8장 개의 고귀한 마음, 영리한 행동
<개의 사생활>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2018-11-22

코는 주둥이에 붙은 촉촉한 장식품이 아니라 가장 먼저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
이러한 개의 행위는 '같은 콧구멍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인간의 조잡한 냄새 맡기 능력과는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어떤 대상의 냄새를 정확히 맡고자 하면 우리는 숨을 내쉬지 않고 반복적으로 강하게 숨을 들이마셔야 한다. 하지만 개는 숨을 내쉬면서 자연스럽게 작은 기류를 만드는데 그것이 들숨의 속도를 높여준다.
...
아침에 처음 내린 커피 향, 그 환상적인 냄새도 몇 분 지나지 않아 사라지고 만다. 현관문 아래서 무언가 썩어가는 냄새 역시 몇 분 후면 맡을 수 없다. 하지만 개의 냄새 맡는 방식은 그들이 세상의 냄새 지형학에 익숙해지는 것을 피하게 해준다. 즉 개는 마치 그들 시선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모든 향기를 계속 신선한 상태로 콧속에 유지할 수 있다.

3장 개는 모든 사물을 냄새로 본다
<개의 사생활>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2018-11-21
인간의 망막과 비교해 갯과 동물의 망막에는 두 가지 작은 차이가 있다. 광수용세포의 분포와 광수용 세포의 작업 속도다. 광수용 세포의 분포는 개가 먹이를 쫓고 날아간 테니스공을 물어오는 능력에 영향을 미치며, 거의 모든 색을 구분하지 못하고 코 바로 앞에 있는 사물을 보지 못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
개는 얼굴 정면에 있는 물체를 불 수는 있지만 우리가 보는 것만큼 초점이 정확하지는 않다. 수정체는 가까운 광원에 맞추어 원근을 조절하지 않는다. 사실 개는 자기 코 앞에 있는 자잘한 것들을 못 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
개의 눈에 이 형형색색의 세상이 어떻게 비칠지 이해하기 위해 우리의 색 체계가 쓸모없어지는 시간대를 한번 상상해보자. 짙은 어둠이 깔리기 직전 하늘에 땅거미가 지고 있다. ... 즉 색을 감지하는 세포 수가 더 적어지고, 따라서 뇌에 신호를 전달하는 세포 수도 더 적다. 가까운 주변 세계는 약간 납작해 보인다. 여전히 어떤 색들이 있다는 것은 알고 빛과 어둠도 인식할 수 있지만 다채로운 색의 향연은 음미하지 못한다. 색들 간의 차이가 줄어들고 선명함도 덜해진다. 개들에게 세상은 이렇게 항상 어둑한 오후처럼 보인다.
...
개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동작맹을 앓는 사람과 비슷하다. 개들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세상의 틈새를 본다. 그들에게 우리는 항상 약간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인간은 개보다 세상에 약간 느리게 반응한다.
...
개는 우리가 그들의 시각 세계를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우리 시각 세계를 배운다.
...
개의 시각적 경험에는 마지막 의외의 특성이 하나 있다. 개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세세한 것들을 본다. 개의 시각이 다른 감각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달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개에게는 이득이 된다. 개는 세상을 눈으로만 인식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보지 못하는 세세한 것들을 본다.
...
각자의 기억을 더듬어 보라. 공원까지 가는 길은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지만 당신의 개가 그 길을 무심히 지나친 적이 있는가 개는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것보다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 지금 이 순간 눈에 보이는 사소한 것들에 훨씬 관심이 많다.
그렇다면 개는 자신의 시각적 능력을 어떻게 사용할까? 답은 '영리하게'다.
개는 우리를 본다. 개가 우리 세계에 눈을 뜨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우리 세계를 뚫어지게 응시하기 시작한다. 개는 우리 세계를 보지만 우리조차 보지 못하는, 우리와 관련된 것들을 본다. 금방이라도 우리 마음을 꿰뚫어볼 듯이.

5장 개가 느끼는 색, 그 어둑한 오후의 향연
<개의 사생활>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다가 좋아서 살려고 찾아보니
절판된 책이네.
중고서점에서 두세배 가격으로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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