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2016-09-30
나는 볼 만큼 봤다. 며칠 묵으려고 어머니 집에 갔는데, 계단을 다 올랐을 때 보니 어머니가 소파에서 웬 남자와 키스하고 있었다. 때는 여름에, 문이 열려 있고 컬러TV가 켜져 있었다.
...
그날 오후 이후로 많은 일이 일어났고, 이제 전체적으로 그때보다 상황이 나아졌다. 하지만 그 나날들, 어머니가 막 만난 남자들과 같이 자던 그 시기에 나는 실직한 상태였고, 술을 마셔댔고, 미쳤었다. 내 아이들도 미쳤었고, 아내는 미쳤을 뿐 아니라 알코올중독자 모임에서 만난 실직한 항공우주공학자와 그 짓도 했다. 그 남자도 미쳤었다. 그 남자는 이름이 로스였는데 애가 다섯인가 여섯인가 그랬다. 그는 첫 아내에게 입은 총상 때문에 다리를 절었다. 당시 그는 아내가 없었고, 내 아내를 원했다. 그때는 다들 무슨 생각으로 살았는지 모르겠다. 두번째 아내도 생겼다가 없어졌지만, 몇 년 전에 그의 넓적다리에 총을 쏴서 다리를 절게 한 것은, 그리고 부양비를 대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섯 달마다 그를 법정에 혹은 감방에 보냈다가 꺼냈다가 하는 것은 그의 첫 아내였다. 이제는 나도 그가 잘 지내길 바란다. 하지만 그때는 달랐다. 당시에 나는 여러 차례 무기라는 말을 입에 올렸다. 난 아내에게 말했다, 소리쳤다. "그 자식 죽여버릴 거야!"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상황은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그와 전화로는 몇 번 이야기했지만, 그를 만난 적은 한 번도 없다. 아내의 지갑을 뒤지다가 그의 사진을 두 장 발견하기는 했다. 한 사진에서 그는 몸집이 작은, 그렇다고 아주 작지는 않은 남자였고 콧수염이 있었는데, 줄무늬 스웨터를 입고서 아이가 미끄럼틀에서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사진에서는 어떤 집 - 내 집인가? 모르겠다 - 앞에 서서 양복 차림에 타이를 맨 채 팔짱을 끼고 있었다. 로스, 이 개자식아, 이제 잘 지내기 바란다. 너도 좀 나아졌기를 바란다고.

-다들 어디 있지?
<풋내기들> 레이먼드 카버, 김우열 옮김, 문학동네



 
2016-09-29


그리고 작년에 나온 레이먼드 카버 2권을 샀다.
영풍에 갔는데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가 책이 너무 지저분해, <풋내기들>만 사고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는 교보에 가서 샀다.
2016년 9월 19일



 
2016-09-29
언젠가 서펀타인 연못에 1실링짜리 동전을 던진 적이 있었다. 그 밖에는 다른 아무것도 내던진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자기 몸을 내던진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살아가겠지(그녀도 다시 가봐야 했다. 방들은 여전히 북적이고, 손님들은 계속해서 오고 있었다). 우리는(그녀는 온종일 부어턴과 피터와 샐리를 생각했다) 늙어 갈 거야. 중요한 단 한 가지, 그녀의 삶에서는 그 한 가지가 쓸데없는 일들에 둘러싸여 가려지고 흐려져서, 날마다 조금식 부패와 거짓과 잡담 속에 녹아 사라져 갔다. 바로 그것을 그는 지킨 것이었다. 죽음은 도전이었다. 죽음은 도달하려는 시도였다. 사람들은 그 중심이 왠지 자신들을 비켜가므로 점점 더 거기에 도달할 수가 없다고 느낀다. 가까웠던 것이 멀어지고, 황홀감은 시들고, 혼자 남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 죽음은 팔을 벌려 우리를 껴안는다.

댈러웨이 부인 Mrs. Dalloway
버지니아 울프, 최애리, 열린책들

다 읽었다.




 
2016-09-23
언젠가 클라리사는 그와 함께 버스 위층에 탄 적이 있었다. 클라리사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쉽게 감동하는 성격이라, 금방 낙심하는가 하면 또 금방 쾌활해지곤 했다. 그 무렵엔 감수성이 극도로 예민했고 서로 뜻도 잘 맞아서, 버스 위층에 타고 별난 장면이나 이름들, 사람들을 지적해 내면서, 런던을 탐험하고 캘러도니언 마켓에서 보물을 한보따리씩 갖고 돌아오곤 했었다. 그 무렵 클라리사는 한 가지 이론을 가지고 있었다. 젊은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이, 당신 그들은 산더미 같은 이론들을, 오로지 이론만을 가지고 있었지만.그녀의 이론은 그들이 사람들을 모르고,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도 않다는 데 대해 느낀 불만감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어떻게 서로를 알 수가 있겠는가? 매일 만나다가, 여섯 달이나 아니면 몇 년씩 만나지 못한다. 사람들을 그처럼 잘 알지 못한다는 건 불만스러운 일이라는 데에 그들은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그녀는, 섀프츠버리 대로로 올라가는 버스에 앉아서 말했다. 자기는 ㅇ디에나 있는 것 같다고. 〈여기, 여기, 여기〉 가 아니라(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의자 등받이를 툭툭 쳤다) 어디에나. 섀프츠버리 대로를 올라가면서, 그녀는 손을 내둘렀다. 그녀는 그 모든 것이라고. 자기를 알려면, 아니 다른 누구라도, 그들을 완성하는 사람들, 장소들을 찾아내야 한다고. 그녀는 한 번도 말을 건네 본 적이 없는 사람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어떤 여자, 계산대 뒤에 있는 어떤 남자, 심지어 나무나 헛간과도 묘한 친화력을 느낀다고 했다. 그것은 결국 초월적 이론으로 발전해서, 한편으로는 죽음에 대한 공포도 작용한 나머지, 그녀는 이렇게 믿기에, 혹은 적어도 믿는다고(자신의 회의주의에도 불구하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즉, 우리의 와현, 즉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나머지 부분에 비하면 너무나 일시적이며, 그 보이지 않는 부분은 널리 퍼져 나간다고, 보이지 않는 것은 어쩌면 살아남아서 이 사람 혹은 저 사람과 어떻게인가 결보된 채 다시 나타나거나, 심지어 죽은 후에 특정한 장소들에 출몰하게 된다고...... 아마도 - 아마도

댈러웨이 부인 Mrs. Dalloway
버지니아 울프, 최애리, 열린책들



 
2016-09-18
밀리선트 브루턴이 소파에 누워 그 실을 툭 끊어뜨리고 코를 골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 리처드 댈러웨이와 휴 휘트브레드는 콘디트 스트리트 모퉁이에서 미적대고 있었다. 길모퉁이에서는 양쪽에서 불어온 바람들이 서로 맞부딪치며 몰아쳤다. 그들은 어느 가게의 진열창을 들여다보았다. 딱히 무엇을 사거나 이야기를 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저 헤어지려는 참이었으나, 맞바람이 몰아치는 길모퉁이에서 몸속의 조수가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오전과 오후가, 두 개의 힘이 만나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가운데,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신문 벽보가 공중으로, 처음에는 마치 연처럼 씩씩하게 날아오르더니, 주춤하고 내려앉으며 펄럭거렸다. 어느 숙녀의 베일이 들렸다. 노란 차양들이 떨렸다. 오전의 빠른 차량 속도는 느려졌고, 짐수레들이 반쯤 빈 거리를 아무렇게나 덜컹거리며 내려갔다. 노팍에서는, 하고 리처드 댈러웨이는 막연히 떠올렸다. 거기에서는 부드럽고 따뜻한 바람이 꽃잎들을 흩날리고, 물결을 일으키고, 꽃피는 풀밭을 일렁이게하며 지나갔다. 건초 만드는 이들은 아침나절의 피곤을 낮잠으로 풀어 보려고 울타리 아래에 자리를 잡고 무성한 녹색 풀숲을 젖혔으며, 참당귀풀의 흔들리는 동그란 꽃송이들을 헤치고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푸르고 한결같고 빛나는 여름 하늘을.
자신은 양쪽에 손잡이가 달린 제임스 1세 시대의 은배를 구경하고, 휴 휘트브레드는 감식가인 양 젠체하는 눈길로 스페인풍 목걸이를 들여다보면서 이블린이 마음에 들어 할지도 모르니 값을 물어볼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 리처드는 여전히 무기력한 기분이었다. 생각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삶은 이 난파 잔해물들을 던져 올린 것이었다. 가게 진열창들은 색색의 인조 보석들로 가득 차 있고, 그는 노년의 무기력함으로 굳어진 채, 노년의 마비 상태로 뻣뻣해진 채 서 있었다. 이블린 휘트브레드는 이 스페인풍 목걸이를 사고 싶어 할 수도 있었다 - 아마 그렇겠지. 기지개라도 켜야겠다. 휴는 가게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자네 말대로일세!⌋ 리처드는 뒤따라가며 말했다.
휴와 함께 목걸이를 사러 갈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그러나 몸 속에는 조수가 있고, 오전은 오후와 만난다. 깊고 깊은 물결 위에 가냘픈 조각배처럼 실려, 레이디 브루턴의 증조부와 그의 회고록과 북아메리카 원정은 파도에 쓸려 가라앉았다. 밀리선트 브루턴 역시. 그녀도 침몰했다. 리처드는 이주 계획이야 어찌 되든 털끝만큼도 관심이 없었다. 그 편지에 대해서도, 편집가가 맏아들이든 말든 상관없었다. 목걸이는 휴의 존경스런 손가락 사이에 걸려 있었다. 꼭 보석을 사야겠다면 아무 여자에게나 주어 버리라지. 길거리의 아무 여자에게라도. 인생이란 참으로 하찮다는 느낌이 절실히 밀려왔다 - 이블린을 위해 목걸이를 산다든가 하는 것. 만일 자기한테 아들이 있다면, 일해라, 일해라, 고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엘리자베스가 있었고, 그는 자기 땔 엘리자베스를 끔찍이 아꼇다.

댈러웨이 부인 Mrs. Dalloway
버지니아 울프, 최애리, 열린책들



독서일기가 길을 잃은 듯.
띄엄띄엄 책을 읽고 있다.
무엇을 탓할 수도 없다.




 
2016-07-22
"한두 명씩 나와라!"
해경이이 말했다. 학생들은 차예대로 걸어나갔다. 가까스로 SP-1 객실에서 탈출한 오ㅇㅇ 학생은 선미 출입문 안쪽에 있었다. 밖에는 검은 색 구명보트에 서 있는 해경이 보였다. 해경이 보이니까 훌쩍이던 학생들이 더 크게 울었다. "비상구에서 나가면 바로 선 잡아" 줄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학생들은 파도가 치는 바다로 뛰어내리기를 머뭇거렸다. 그러나 해경은 뛰어내린 학생만 건져내고 있었다. 장ㅇㅇ 학생이 보기에는 해결은 "충분히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나왔다, 나왔다" 소리치며, 쏟아져나오는 아이들의 구명조끼 어깨 부분을 잡고 보트로 끌어올리기만 했다.
"왜 들어오질 않는 거야?"
출입문 안쪽 복도에서 줄지어 기다리던 학생들에 웅성거렸다.

p163-164

"조금만 더!"
곳곳에소 "꺽꺽"거리는 여학생들의 비명 섞인 울음이 터져나왔다. 정신 없는 와중에도 설ㅇㅇ 학생은 자신이 빠져나온 비상구를 돌아봤다. 항공구조사 권재준이 충립문 바로 앞 난간에 매달려 있었다. 그는 잠수복을 입은 항공구조사가 "물살에 휩쓸려서 들어간 친구들을 구하러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무 명이 넘는 여학생들은 서로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한 학생은 진정하지 못하고 우는 친구를 끌어안았다. 누군가 울먹이며 말했다.
"나만 나왔어!"

p 164-165

<세월호 , 그날의 기록>

 
2016-07-22
4층 좌현 갑판에 물이 덮치기 직전, 바다로 뛰어든 학생들은 다행히 배에서 빠져나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던 구OO(17, 생존) 학생은 10미터 가량 떨어져 있는 해경 구명보트를 발견했다. 수영을 못하는 안OO(17, 생존) 학생의 손을 꼭 잡고 헤엄쳤다. 구OO은 탈출 과정에서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힘은 부치고, 바닷물은 찼다. "이러다가 그냥 이렇게 바닷물에서 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겨우 구명 보트에 도착했다. 두 학생을 끌어올리던 해경이 말했다.
"존나 늦게 올라오네, 씨발. 이 새끼 존나 무거워."
"죄송해요."
구OO 학생은 달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구명보트에 타서도 학생들은 진정하지 못했다. 김OO(17, 생존) 학생은 바다에 빠지는 것이 무서워 노란색 펜더가 달린 로프를 몸에 감았다. 해경이 다시 말했다.
"그거 빨리 놔라, 개새끼야."
"안 돼요. 죽을 것 같아요."
해경의 욕설은 계속됐다. 결국 김OO 학생은 몸에 꼭 감고 있던 펜더 밧줄을 풀어야 했다. 어디 다치진 않았는지, 불편한 곳은 없는지 묻는 해경은 없었다.
바다로 뛰어들어 탈출한 학생들은 123정 조타실 하부 침실에서 추위에 떨었다. 모포와 이불이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고OO(17, 생존) 학생은 저체온증으로 입술이 파래졌다. 함께 있던 구OO 학생이 "아까 욕설을 했던 해경"에게 물었다.
"친구의 상태가 이런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이나 갖다 줘."

159-160p

<세월호, 그날의 기록>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진실의 힘


 
2016-07-10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는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푸른 물빛에서 속 빈 파도의 녹색에 이르기까지 엷어졌다가 진해졌다가 하는 빛깔을 싣고 말머리의 깃털이나 숙녀용 모자의 깃탈과도 같이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올라갔다 내려가는, 느릅나무들의 흥분이 그를 미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미치지 않으리라. 눈을 감고, 더는 보지 않으리라.
<댈러웨이 부인> 버지니아 울프, 최애리 옮김, 열린책들




 
2016-07-03


웃는 늑대, 문학동네
쓰시마 유코 연보 중,
1956년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 도서관에 비치된 인명사전을 통해 아버지 다자이 오사무의 사인을 처음으로 알게 된다.





 
2016-07-03


웃는 늑대, 다 읽었다.



 
L [1][2][3][4][5][6][7][8][9] 10 ..[35]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