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2017-01-12


읽었다.



 
2016-12-17
'와일드는 감옥이 그에게 가르쳐준 고통과, 그것과 연관된 감정들, 슬픔, 치욕, 부당함, 분노를 마음속에서 몰아내고,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던 자신의 자아를 다시 세상으로 불러내 사랑받았던 과거의 자신과 배척당한 현재의 자신 사이의 단절된 연결고리를 찾고자 했다. 그럼으로써 영예로웠던 이름, 이제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힌 자신이 이름에 실체를 부여하고, 한 인간과 예술가로서의 존엄성을 되찾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는 대부분 혼자였고, 세상 사람들의 은미랗거나 노골적인 적대감과 끊임없는 치욕을 견뎌야만 했다. 그는 로비에게 보낸 편지(1897년 4월 1일 자)에서 예고한 대로, 자유를 되찬은 것이 아니라 '세상이라는 또다른 감옥'으로 옮겨간 것뿐이었다. "물론 어떤 관점에서는, 감옥에서 나가는 날, 나는 단지 하나의 감옥에서 또다른 감옥으로 옮겨갈 뿐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네. 내게는 온 세상이 감방만큼 조그많고 두려움으로 가득찬 것 같을 때가 있고 말이지." 어디를 가든지, 그가 마주칠 예전 친구들이 그에게 말을 걸어올지 그를 철저하게 외면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지드의 회상기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와일드와 친분이 각별했던 지드조차 그와 함께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을 꺼려했다. 어느 날, 와일드의 어머니의 친구였던 애나 드 브레몽 백작 부인이 그에게 왜 더이상 글을 쓰지 않는지 묻자(그녀는 전날 그를 모른 체했던 것을 미안해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난 이미 글로 쓸 수 있는 것을 다 썼습니다. 나는 삶이 뭔지 모를 때 글을 썼지요. 이젠 그 의미를 알기 때문에 더이상 쓸 게 없습니다. 삶은 글로 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저 살아내는 것입니다. 나는 삶을 살아냈습니다." '

옮긴이의 말
<심연으로부터> 오스카 와일드, 박명숙 옮김, 문학동네


오스카 와일드는 출소하고 3년 6개월 후에 세상을 떠난다.
그 당시 감옥의 강제노역이 너무 심해 중노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감옥에서 나온 후 몇 년 안에 죽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2016-12-17


여기는 광주, 스타벅스

<심연으로부터> 오스카 와일드, 박명숙 옮김, 문학동네

동성애에 관한 재판으로 감옥에 수감된 오스카 와일드의 긴긴 후회와 탄식, 원망, 깨달음. 애인이었던, 자신의 아버지와 오스카 와일드의 법적인 싸움을 부추겼던 이에게 쓴 편지이지만 발송되지 않고 감옥에서 나오는 날, 편지를 쓰게 배려해주었던 교도소장이 그 동안 받아두었던 편지들을 오스카 와일드에게 돌려주었다고 한다. (그 당시 감옥은 편지를 주고 받는 것도 자유롭지 않고 노역이 굉장히 힘들었다고)
오스카 와일드는 친구에게, 편지를 타이핑해 원본은 편지를 쓴 상대방에게 주고 사본을 보관하라고 하지만 친구는 사본을 주고 원본은 자신이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오스카 와일드의 책은, 어느 책이고 처음.


 
2016-11-28


그의 슬픔과 기쁨,
여기는 아멜리에.

 
2016-11-28


묵시,
여기는 카페 공드리



 
2016-11-21
어느 날, 와일드의 어머니의 친구였던 애나 드 브레몽 백작 부인이 그에게 왜 더이상 글을 쓰지 않는지 묻자(그녀는 전날 그를 모른 체했던 것을 미안해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난 이미 글로 쓸 수 있는 것을 다 썼습니다. 나는 삶이 뭔지 모를 때 글을 썼지요. 이젠 그 의미를 알기 때문에 더이상 쓸 게 없습니다. 삶은 글로 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저 살아내는 것입니다. 나는 삶을 살아냈습니다."

-옮긴이의 말
<심연으로부터> 감히 그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사랑을 위해, 오스카 와일드 지금, 박명숙 옮김




 
2016-10-11
다음날 고양이는 병원에 가서 다시 이런저런 주사를 맞고 왔다. 덕분에 조금이나마 식욕을 회복한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날밤부터는 입을 벌려도 소리를 내지 못했다.
새벽녘에 귓가에서 누군가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려 잠을 깼다. 아이들이 코를 고나 했지만 아니었다. 바로 곁에 엎드려 어둠 속에서 투명하고 푸른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고양이와 얼굴이 마주쳤다. 내 눈이 자신을 향하자 고양이는 입을 조금 벌렸다. 그러자 코 고는 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두 번, 세번 고양이는 입을 벌렸고, 깊은 밤의 정적 속에서 같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고양이가 울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겨우 알아차렸다. 잠을 이룰 수가 없어서 고양이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고양이도 커다란 눈으로 계속 나를 바라보았다. 초롱초롱하게 맑은, 아무것도 묻지 않는 투명한 눈이었다. 차마 내 감상적인 마음을 핑계로 그 아픈 몸뚱이를 쓸어줄 수도 없었다.
고양이는 다음날 죽었다. 밤에 집을 돌아가자 안에 있던 딸아이가 맹장지가 있는 곳까지 나와서 엄마, 죽었어, 하고는 문기둥에 매달려 울음을 터뜨렸다.

오빠의 죽은ㅁ은 내게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보니 오랫동안 감기로 누워 있던 오바가 병원에 입원하고 없었다 폐렴이었대, 하고 언니가 알려주었다. 몸이 약해진 것 같지만 걱정할 건 없나봐, 라고도 했다. 밤에 짐을 챙기러 집에 온 어머니를 봐도 걱정할 만한 사태는 아닌 눈치였다. 그저 감기라고만 생각한 게 잘못이었나보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그동안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병원에 들르면 좋겠구나. 오빠도 좋아할 테니.
어머니의 말에 나는 놀이가 하나 늘어난 기분이었다. 병원으로 문병을 가면 대개 평소에는 먹지 못하는 것들을 얻어 먹었던 일을 떠올렸다.
바로 다음날, 신바람이 나서 집 근처에 있는 병원으로 갔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어머니가 가르쳐준 2층 병실을 들여다보았다. 안에는 시트마저 치워진 텅 빈 철제 침대 하나만이 놓여 있었다. 순간 나는 오빠가 어떻게 됐는지 가슴 깊은 곳에서 알아차렸다. 하지만 이내 병실을 잘못 찾은 건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상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호수를 다시 확인하고 복도를 둘러보았다. 몇 호실이지? 하고 의아해했다. 걱정할 필요 없다는 걸 알고 퇴원했는지도 몰라, 라는 생각도 했다. 우두커니 복도에 서 있었다. 접수처에 가서 물어보지도, 집으로 곧장 돌아가지도 못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욕실
<묵시> 쓰시마 유코 단편집, 김훈아 옮김, 문학동네

<웃는 늑대>와 같이 산 책.
레이먼드 카버 <풋내기들>을 읽은 후
읽고 있다.
그러고보니 다 문학동네.



 
2016-10-07


이 작품 정말 좋다.
'집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 물이 이렇게 많은데'

드물게 여성 화자.

<풋내기들> 중,



 
2016-10-07
제임스는 냉장고로 갔다. 열린 냉장고 문 앞에 서서 환한 냉장고 안을 살펴보며 토마토주스를 마셨다. 냉장고에서 찬 공기가 뿜어져나왔다. 선반에 놓인 작은 음식 포장과 상자, 랩으로 싸놓은 닭, 깔끔하게 포일로 싸둔 남은 음식물들, 이 모든 것이 별안간 역겨웠다. 제임스는 어째서인지 앨리스를, 그녀의 목에 난 점을 떠올리고는 몸을 떨었다. 그는 냉장고 문을 닫고 입안에 있던 토마토주스를 싱크대에 뱉었다. 그러고는 입을 헹구고 인스턴트커피를 한 잔 타서 거실로 가져갔다. 아직도 TV가 방영되고 있었다. 오래된 서부극이었다. 제임스는 자리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몇 분간 TV를 보고 있으니, 그 영화를 오래전에 본 적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등장인물이 희미하게 기억나고 그들이 하는 대사가 익숙하게 들리는 게, 전에 봤다가 잊어버린 영화를 볼 때 흔히 드는 기분이었다. 그 순간 주인공이, 최근에 죽은 영화배우였는데, 무슨 말을 했다. 그 작은 마을로 지금 막 말을 타고 달려온 낯선 사람에게 주인공이 뭔가 어려운 질문을 던진 것이다. 그러자 제임스 머릿속에서 돌연 아귀가 맞아떨어지더니 그 낯선 사람이 어떤 대답을 할지 정확히 떠올랐다. 제임스는 어떤 결말이 나올지 알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고조되는 것을 느끼며 영화를 계속 보았다. 그 무엇도 이미 굴러가기 시작한 흐름을 멈출 수 없었다. 주인공과 보안관으로 변신한 주민들이 불굴의 의지와 용기를 보여주었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고작 미치광이 하나와 불씨 하나가 모든 것을 무너뜨린 것이다. 제임스는 커피를 다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파괴적이고 불가피한 결말에 다다를 때까지 영화를 보았다. 그러고는 TV를 껐다. 제임스는 침실 문 앞으로 가서 귀를 기울여보았지만, 이디스가 아직 때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적어도 문 아래로 불빛이 새어나오지는 않았다. 그는 이디스가 잠들었기를 바랐다. 제임스는 그대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연약하고 어쩐지 무가치하게 느껴쪘다. 내일이면 이디스는 크로퍼드 선생을 만나러 갈 것이다. 선생이 뭘 발견할지 누가 알겠는가? 검사도 하겠지 왜 하필 이디스인가? 그는 생각했다. 왜 우리지? 왜 다른 누군가가 아니고, 왜 오늘밤에 본 히피들이 아니고? 그들은 새처럼 자유로이, 미래를 의심하거나 뭔가 책임질 것도 없이 살아가고 있는데. 그렇다면 왜 그들, 아니면 그들과 비슷한 누군가가 되면 안 되지? 말이 되지 않았다. 제임스는 침실 문에서 물러났다. 밤에 가끔 그랬듯이 나가서 걸을까도 생각했지만, 바람이 거세어져서 집 뒤에 서 있는 자작나무 가지들이 꺾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어차피 너무 춥기도 할 터였고, 오늘밤에는 이 시간에 혼자서 걷는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맥빠지는 느낌이었다.
제임스는 다시 TV 앞에 앉았지만 TV를 켜지는 않았다. 제임스는 담배를 피우며 히피 남자가 자기를 건너다보며 씩 웃던 모습을 생각했다. 히피 남자가 자기 밴이 주차된 곳으로, 소녀의 팔을 허리에 감고서 느릿느릿 오만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제임스는 거센 파도 소리를 떠올렸고, 바로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몰려와 해변에 부딪히고 있을 높은 파도를 생각했다. 제임스는 히피 남자의 귀걸이를 떠올리고는 자기 귀를 당겨보았다. 그 녀석이 걷듯이 느긋하게, 히피 소녀의 팔을 허리에 두르고 돌아다니고 싶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제임스는 머리카락을 쓸고서 너무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임스는 소녀가 빙고를 외칠 때 어떻게 보였는지, 젊고 흥분한 소녀를 다들 얼마나 질투하는 시선을 바라보았는지 상기했다. 사람들이 알기만 했더라면, 소녀와 그 친구를, 그가 사람들에게 말해줄 수만 있었다면.
제임스는 침대에 누워 있는 이디스를, 이디스의 몸속에서 피가 서서히 흐르면서 빠져나갈 길을 찾는 것을 생각했다. 제임스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훌륭한 아침식사를 차릴 생각이었다. 그런 다음 병원이 문을 열면, 이디스는 크로퍼드 선생에게 전화해서 진찰 시간을 정할 것이고, 제임스는 이디스를 태워다준 다음 대기실에 앉아서 기다리며 잡지를 들춰볼 것이다. 이디스가 결과를 듣고 나올 때쯤이면 히피들이 밤새 사랑을 나누고는 맛있게 아침을 먹겠지 싶었다. 부당했다. 제임스는 인생의 정오를 지나는 두 히피가 지금 이곳 거실에 있었으면 했다. 그러면 앞으로 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말해주고, 그들을 바로잡아줄 텐데. 한창 오만방자하고 웃음이 넘치는 시기에 있는 그들을 붙잡아 세우고 말해줄 텐데. 반지와 팔찌, 귀걸이와 장발, 애정 행위 이후에 무엇이 그들을 기다리는지 말해줄 텐데.

-당신 뜻에 부합한다면
<풋내기들> 레이먼드 카버, 김우열 옮김, 문학동네



 
2016-09-30
처음 이곳으로 이사해서 모텔 매니저가 되었을 때, 우리는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집세와 수도 전기 요금도 없고 한 달 수입이 삼백 달러였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 홀리는 장부를 맡았는데, 계산에 밝았고 숙박 건도 거의 혼자 처리했다.  홀리는 사람들을 좋아했고, 사람들도 홀리를 좋아했다. 나는 모텔 주변을 맡아서, 잔디를 깎고 잡초를 베어내고 수영장을 깨끗하게 하고 간단한 수리를 했다. 첫해에는 모든 게 순조로웠다. 나는 밤에 다른 일을 하나 더 하면서 야간 근무를 했고, 우리는 잘나가고 있었고 계획도 하나 가득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잘 모르겠는데, 내가 막 어떤 객실의 화장실 타일을 깔았을 때 이 자그마한 멕시코 청소부가 청소하러 들어온다. 홀리가 고용한 여자다. 내가 그전에 그 여자를 의식했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보면 인사는 했지만 말이다. 그 여자는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여하간 우리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 여자는 멍청하지 않았고, 귀엽고 괜찮은 구석이 있었다. 잘 웃었고, 누군가 무슨 말을 하면 아주 집중해서 들었으며, 말을 할 때는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날 아침 이후로 그 여자를 볼 때면 나는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 여자는 깔끔하고 다부졌고, 치아가 하얗고 예뻤다. 그 여자가 웃을 때면 나는 입을 바라보았다. 그 여자는 나를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어느 아침 나는 어느 객실 화장실 수도꼭지의 와셔를 교체하고 있었다. 그 여자는 내가 거기 있는지 몰랐다. 그 여자는 객실로 들어오더니, 청소부들이 청소할 때 늘 그러듯 TV를 켰다. 난 하던 일을 멈추고 화장실에서 나갔다. 그 여자는 날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러고는 웃으며 내 이름을 불렀다. 우리는 서로 바라보았다. 나는 가서 그 여자 뒤로 방문을 닫았다. 그 여자를 안았다. 그런 뒤 우리는 침대에 누웠다.
...
음주라는 게 웃기다 뒤돌아보면 우리는 중요한 일들을 언제나 술을 마시면서 결정했다. 술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를 할 때도, 식탁이나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여섯 개의 맥주나 위스키 한 병을 앞에 두고 있었다. 이곳으로 이사해서 모텔 일을 맡아, 예전 동네와 친구들과 인간관계와 기타 모든 것을 떠나기로 결정했을 때도 우린 밤새 마시며 장단점을 따져보며 취했다. 하지만 예전에는 통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홀리가 우리 삶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 좀 해야겠다고 말했을 때, 내가 사무실 문을 닫고 위층으로 올라오기 전에 처음으로 한 일도 주류 판매점으로 달려가 티처스를 사온 것이다.
...
후아니타와의 일은 일주일에 닷새 열시에서 열한시 사이에 여섯 주간 지속되었다. 처음에 우리는 후아니타가 청소하는 도중에 이 객실 저 객실에서 만나기로 공모했다. 난 그냥 그 여자가 일하는 곳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아버렸다. 하지만 얼마 후 그게 위험한 일은 듯해서, 그 여자가 일정을 조정하여 동쪽을 향한 객실, 그러니까 산을 마주하고 있는 모텔의 끝 객실인 22호실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 객실의 문은 사무실 창문에서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 다정하게 굴었지만, 신속하게 했다. 우린 신속하면서 동시에 다정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그건 완전히 새롭고 예기치 못한 일이었고, 그런 만큼 더 즐거웠다. 그러던 어느 화창한 아침, 다른 청소부인 보비가 방에 들어와 우리를 보았다. 두 여자는 함께 일했지만 친구는 아니었다. 그 여자는 곧장 사무실로 가서 홀리에게 말해버렸다.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나는 그때도 이해할 수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후아니타는 겁먹고 수치스러워했다. 그 여자는 옷을 입고 차를 몰고 집으로 갔다. 나는 잠시 후 바깥에서 보비를 보고, 보비도 집으로 보냈다. 그날 나는 직접 모텔 객실을 정돈했다. 홀리는 사무실에 틀어박혀서, 아마도 술을 마신 모양이었다. 나는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일하러 가기 전에 아파트에 들어갔을 때, 홀리는 문을 닫고 침실에 있었다. 난 귀를 기울였다. 그녀가 직업소개소에 다른 청소부를 요청하는 소리가 들렸다. 전화를 끊는 소리도 들렸다. 그때 그녀가 그 흥얼거림을 시작했다. 나는 끝장났다. 다시 일하러 갔지만,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홀리랑 나는 어쩌면 그 일을 이겨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날 밤 내가 일을 마치고 들어갔을 때 홀리가 내게 술잔을 던지고 우리 둘 다 결코 잊을 수 없는 끔찍한 말을 하기는 했지만. 나는 그날 밤 처음으로 홀리의 뺨을 때렸고 그러고 나서 때린 것을, 그리고 바람피운 것을 용서해달라고 빌었다. 나는 용서해달라고 빌었다. 우리는 펑펑 울며 속을 털어놓았고 술을 더 마셨다. 거의 밤새도록. 그런 뒤 기진맥진해 침대에 올라가 사랑을 나눴다. 그 일은 다시는 더이상 언급되지 않았다. 후아니타와의 일 말이다. 감정을 터뜨린 뒤, 우리는 그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 어쩌면 홀리는 그 일을 잊지는 못하더라도 날 용서하려는 듯했고, 그대로 인생이 굴러갈 수도 있었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건 내가 후아니타를 그리워하고 때때로 그 여자를 생각하느라 밤잠을 설칠 것이라는 점이었다. 나는 홀리가 잠들고 나면 침대에 누워 후아니타의 하얀 치아를 떠올렸고, 그러고 나서 가슴을 떠올렸다. 후아니타의 유두는 검고 따뜻했고 그 바로 아래 짧은 털이 좀 있었다. 겨드랑이에도 털이 나 있었다. 난 미친 게 분명했다. 이런 식으로 두어 주 흐른 뒤 나는 그 여자를 다시 만나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하느님 맙소사. 어느 저녁 나는 일터에서 전화를 걸었고, 그 여자네 집에 들르기로 했다. 그날 밤 나는 일을 마치고 그 여자 집으로 갔다. 그 여자는 남편과 별거중이었고 두 아이와 함께 작은 집에서 살고 있었다. 나는 자정이 막 지난 시각에 갔다. 난 마음이 불편했지만 후아니타는 그걸 알고 나를 곧바로 편하게 해주었다. 우리는 식탁에서 맥주를 마셨다. 후아니타는 일어나서 내 의자 뒤로 오더니 내 목을 문지르며 긴장을 풀라고, 긴장을 풀고 마음을 편히 먹으라고 말했다. 목욕가운 차림으로, 그 여자는 내 발치에 앉아서 내 손을 잡고 작은 손톱 줄로 내 손톱 밑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여자에게 키스하고서 그 여자를 일으켰고, 우리는 침실로 들어갔다. 한 시간쯤 후 나는 옷을 입고, 그 여자에게 잘 자라고 입을 맞춘 뒤 모텔로 돌아갔다.

-정자
레이먼드 카버 <풋내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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