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2016-07-22
"한두 명씩 나와라!"
해경이이 말했다. 학생들은 차예대로 걸어나갔다. 가까스로 SP-1 객실에서 탈출한 오ㅇㅇ 학생은 선미 출입문 안쪽에 있었다. 밖에는 검은 색 구명보트에 서 있는 해경이 보였다. 해경이 보이니까 훌쩍이던 학생들이 더 크게 울었다. "비상구에서 나가면 바로 선 잡아" 줄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학생들은 파도가 치는 바다로 뛰어내리기를 머뭇거렸다. 그러나 해경은 뛰어내린 학생만 건져내고 있었다. 장ㅇㅇ 학생이 보기에는 해결은 "충분히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나왔다, 나왔다" 소리치며, 쏟아져나오는 아이들의 구명조끼 어깨 부분을 잡고 보트로 끌어올리기만 했다.
"왜 들어오질 않는 거야?"
출입문 안쪽 복도에서 줄지어 기다리던 학생들에 웅성거렸다.

p163-164

"조금만 더!"
곳곳에소 "꺽꺽"거리는 여학생들의 비명 섞인 울음이 터져나왔다. 정신 없는 와중에도 설ㅇㅇ 학생은 자신이 빠져나온 비상구를 돌아봤다. 항공구조사 권재준이 충립문 바로 앞 난간에 매달려 있었다. 그는 잠수복을 입은 항공구조사가 "물살에 휩쓸려서 들어간 친구들을 구하러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무 명이 넘는 여학생들은 서로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한 학생은 진정하지 못하고 우는 친구를 끌어안았다. 누군가 울먹이며 말했다.
"나만 나왔어!"

p 164-165

<세월호 , 그날의 기록>

 
2016-07-22
4층 좌현 갑판에 물이 덮치기 직전, 바다로 뛰어든 학생들은 다행히 배에서 빠져나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던 구OO(17, 생존) 학생은 10미터 가량 떨어져 있는 해경 구명보트를 발견했다. 수영을 못하는 안OO(17, 생존) 학생의 손을 꼭 잡고 헤엄쳤다. 구OO은 탈출 과정에서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힘은 부치고, 바닷물은 찼다. "이러다가 그냥 이렇게 바닷물에서 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겨우 구명 보트에 도착했다. 두 학생을 끌어올리던 해경이 말했다.
"존나 늦게 올라오네, 씨발. 이 새끼 존나 무거워."
"죄송해요."
구OO 학생은 달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구명보트에 타서도 학생들은 진정하지 못했다. 김OO(17, 생존) 학생은 바다에 빠지는 것이 무서워 노란색 펜더가 달린 로프를 몸에 감았다. 해경이 다시 말했다.
"그거 빨리 놔라, 개새끼야."
"안 돼요. 죽을 것 같아요."
해경의 욕설은 계속됐다. 결국 김OO 학생은 몸에 꼭 감고 있던 펜더 밧줄을 풀어야 했다. 어디 다치진 않았는지, 불편한 곳은 없는지 묻는 해경은 없었다.
바다로 뛰어들어 탈출한 학생들은 123정 조타실 하부 침실에서 추위에 떨었다. 모포와 이불이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고OO(17, 생존) 학생은 저체온증으로 입술이 파래졌다. 함께 있던 구OO 학생이 "아까 욕설을 했던 해경"에게 물었다.
"친구의 상태가 이런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이나 갖다 줘."

159-160p

<세월호, 그날의 기록>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진실의 힘


 
2016-07-10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는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푸른 물빛에서 속 빈 파도의 녹색에 이르기까지 엷어졌다가 진해졌다가 하는 빛깔을 싣고 말머리의 깃털이나 숙녀용 모자의 깃탈과도 같이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올라갔다 내려가는, 느릅나무들의 흥분이 그를 미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미치지 않으리라. 눈을 감고, 더는 보지 않으리라.
<댈러웨이 부인> 버지니아 울프, 최애리 옮김, 열린책들




 
2016-07-03


웃는 늑대, 문학동네
쓰시마 유코 연보 중,
1956년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 도서관에 비치된 인명사전을 통해 아버지 다자이 오사무의 사인을 처음으로 알게 된다.





 
2016-07-03


웃는 늑대, 다 읽었다.



 
2016-06-28
"...... 그래도 '레미'는 진짜 아버지에 대해 알잖아. 그걸로 충분하지 않아?"
'카피'가 미간을 좁히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놀란 '레비'가 '카피'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카피'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그렇잖아. 네 살 때까지는 늘 아버지랑 단둘이었고, 아무도 방해하는 사람이 없었잖아. 하지만 나...... 나는 아버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어머니는 가끔 가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 어머니라는 생각이 안 드는걸. 어머니란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크고 넓은 건 아니야. 남편에게 버림받은 어머니들만 그런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우리 어머니는 오빠한테 모든 걸 쏟아버린 느낌이었어...... 물론 오빠보다 몸이 크고 튼튼한데다 말대답을 하고 비밀까지 만드니까 나를 오빠랑 똑같이 예뻐하기는 어려웠을 거야. 난 시시한 보통 아이에다 남자아이도 아니니까. 어머니는 열심히 공부해서 얼른 자립할 수 있도록 하라고 했어. 아마 어머니는 오빠랑 둘이서 살 생각이었을거야. 그런데 오빠가 죽었으니 불쌍하지. 사는 보람이 없어져버렸으니까. 내가 오빠 대신이 될 수도 없고 말이야.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어머니도 안심하고 오빠 동생이 나하고 좀더 잘 지낼 수 있었겠지만......학교 선생님 일도 실은 재미있어하는 것 같지 않아. 하지만 아무리 시시해도 우리 어머니야. 진짜 부모자식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젠 졸업했어...... 내 말은 진짜 어머니라는 게 그렇게 좋은 것만도 아니라는 거야. '레미'가 나보다 훨씬 나을지도 모른다는 거지."
'카피'가 이야기를 마친 뒤 겨우 얼굴을 들어 '레미'를 바라보았다.
"쳇, 배부른 소리 하네. 자기 어머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건 정말이지 찜찜한 일이야. 모모타로도 아니고, 나도 분명히 사람 어머니한테 태어났을 테니 어머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늘 마음에 걸리지. 나는 어머니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어서, 어머니 밑에서 자란 녀석들과 어디가 다를까, 비뚤어지게 생각한다고."
"나도 마찬가지야. 아버지에 대해 전혀 모르는걸. 그래서 어딘가 이상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돼. 어머니도 나를 그런 눈으로 보는지, 담임 선생님을 아버지로 생각하고 뭐든 의논하라고 하는걸."
'카피'가 화가 난 듯 주장하자 '레미'도 그만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그래도 너는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알잖아. 제대로 된 묘도 있고. 나랑은 천지차이라고."
"그렇지만 '레미'는 적어도 아버지 냄새를 알고 있어. 몸이 따뜻했던 것도, 똥이 따끈했던 것도 알고 있잖아. 하지만 나는 그런 거 몰라. 그래서 이제 와서 외롭다거나 괴롭다는 말이 아니야. 나는 그런 슬픈 기분 너무 싫어. 그렇지만 '레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부러운 생각이 든단 말이야. 내가 아버지에 대해 모른다는 걸 새삼 떠올리게 돼. '레미'의 아버지는 '레미'를 버리고 도망치지도 않았어, 그렇잖아?"

<웃는 늑대> 쓰시마 유코, 김훈아 옮김, 문학동네

어머니에 대해 전혀 모르는 남자아이와
아버지가 갓난아기 때 자살한 여자아이.
남자아이는 아버지와 묘지에서 4살까지 살았다.
지금으로 치면 노숙이라고 해야하나.
그 묘지에서 여자아이의 아버지와 아버지의 애인과 그 애인의 남편이 동반자살한 장면을 보게 된다.
그 아버지는 이름이 알려진 화가여서
나중에 남자아이는 그 사건을 신문에서 찾아보고 내막을 알게 된다. 그리고
여자아이의 집-화가의 남은 가족의 집을 찾아간다.
배경은 전쟁 직후 일본.
어쩔 수 없이
작가 개인의 삶과 겹쳐 보인다, 이 작가의 소설은.
하지만 전혀 방해받는 느낌은 아니고
풍성해지는 느낌.




 
2016-06-19
아이는 구립도서관에 가서 당시의 신문기사를 살펴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원하던 신문기사도 찾았다. 아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큰 기사였다. 제일 먼저 죽은 남자가 당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화가였기 때문인 듯했다. 아이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었지만, 커다란 사진이 아이의 눈에 들어왔다. 그날 밤 아이가 혼자서 거닐었던 커다란 묘지가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움에 몸이 달아올랐다. 아이가 기억하고 있는 그대로의 풍경이 거기에 있었다. 어둡고 불분명한 사진. 그 어렴풋한 어둠을 본 기억이 있다. 자신의 기억들이 사실이었음을 처음으로 확인한 아이는 그때까지 혼자서 안고 있던 불안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모든 것이 정말로 있었던 일이라고 지금까지 인생에서 만났던 사람들에게 돌아다니며 알리고 싶었다.
-1 시작하는 이야기

......

"흠, 그런데 듣고 싶지 않다고 한 그 '과거'는 뭔데요?"
나는 별생각 없이 물었다. 어머니와 열두 살 소년 사이에 도대체 무슨 대화가 오갔을까.
내 질문에 그 사람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미간을 좁히고 시선을 내리깐 다음, 머리를 긁적이며 분명치 않은 소리로 대답했다.
"난...... 난 묘지에 있었거든."
"묘지?"
놀란 내가 묻자, 그 사람은 겨우 안심이 되었는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 2 출발!

<웃는 늑대> 쓰시마 유코, 김훈아 옮김, 문학동네



 
2016-06-16

처음에 쓰시마 유코를 읽은 건 십년쯤 전,
서점에서 이책저책 뒤적이다가 전혀 모르는 작가의 책을 샀다.
그 책이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온 단편집 <나>
아, 책이 굉장히 좋았다.
역자 후기를 보고 작가가 다자이 오사무의 딸이라는 것을 알았다.
다 읽은 후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보았지만
번역되어 나온 건 그 책 한 권이었다.
그러다가 일이년 전 우연히, 그 사이 장편소설 두 권이 출간된 걸 알고 샀다.
그 중 한 권이 이 책,
<웃는 늑대>.
사 둔 걸 이제야 읽기 시작하며 인터넷을 찾아보니
작가가 올해 2월 22일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2016-06-16
불빛이 번쩍이듯이 어느 창의 양쪽 문이 활짝 열리더니, 그 거리와 그 높이에서는 약하고 마르게 보이는 어떤 사람이 불쑥 앞으로 몸을 굽히고는 더욱 앞으로 팔을 뻗었다. 누구일까? 친구일까? 착한 사람일까? 동정하고 있는 사람일까? 도우려는 사람일까? 그것은 한 개인일까? 모든 사람일까? 아직도 도움이 있을까? 잊었던 항변이라도 있는 걸까? 물론 그런 것이 있다. 아무리 확고부동한 논리라 할지라도 그것은 살고자 하는 사람에겐 저항하지 못한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판사는 어디에 있는가? 결코 가보지 못했던 상급 법원은 어디에 있는가? 그는 두 손을 쳐들고 모든 손가락을 쭉 폈다.
<소송> 카프카, 이주동 옮김, 솔



 
2016-06-02
"착각하지 말아요." 신부가 말했다. "제가 도대체 뭘 착각하고 있단 말입니까?" 카가 물었다. "당신은 법원에 대해 착각하고 있습니다." 신부가 말했다. "법의 서문에 착각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씌여 있지요. '법 앞에 한 문지기가 서 있다. 이 문지기에게 한 시골 사람이 와서 법 안으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청한다. 그러나 문지기는 지금은 그에게 입장을 허락할 수 없노라고 말한다. 시골 사람은 곰곰이 생각한 후에 그렇다면 나중에는 들어갈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가능한 일이지.> 하고 문지기가 말한다. <그러나 지금은 안돼.> 법으로 들어가는 문은 언제나 열려 있고 문지기가 옆으로 비켜났기 때문에 시골 사람은 몸을 굽혀 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문지기가 그것을 보고는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그것이 그렇게도 끌린다면 내 금지를 어겨서라도 들어가 보시지. 그러나 알아두게. 나는 힘이 장사지. 그래도 나는 가장 낮은 문지기에 불과하다네. 그러나 홀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문지기가 하나씨 서 있는데, 갈수록 더 힘이 센 문지기가 서 있다네. 세 번째 문지기의 모습만 보아도 나조차도 견딜 수가 없다네.> 시골 사람은 그러한 어려움을 예기치 못했다. 그는 법이란 정말로 누구나 그리고 언제나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털외투를 입은 문지기의 모습, 그의 큰 매부리코와 검은 색의 길고 가는 타타르족 모양의 콧수염을 뜯어보고는 차라리 입장을 허락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훨씬 낫겠다고 결심한다. 문지기가 그에게 걸상을 주며 문 옆쪽에 앉게 한다. 그곳에서 그는 여러 날 여러 해를 앉아 있다. 그는 입장을 허락받으려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자주 부탁을 하여 문지기를 지치게 한다. 문지기는 가끔 간단한 심문을 한다. 그의 고향에 대해 자세히 묻기 도 하고 여러 가지 다른 것에 대해 묻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지체 높은 양반들이나 건네는 별 관심 없는 질문들이고, 마지막엔 언제나 그에게 아직 들여보내 줄 수 없노라고 문지기는 말한다. 시골 사람은 여행을 위해 많은 것을 장만해왔는데, 문지기를 매수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이용한다. 문지기는 주는 대로 받기는 하면서도 <내가 받는 것은 당신이 무엇인가 소홀히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일 뿐이라네>하고 말한다. 여러 해가 지나는 동안 시골 사람은 거의 쉬지 않고 문지기를 지켜보고 있다. 그는 다른문지기들은 잊어버리고 이 첫 번째 문지기만이 법으로 들어가는 데 유일한 장해물인 것처럼 생각한다. 그는 처음 몇 년 동안은 이 불행한 사건을 큰 소리로 저주하다가 후에 늙으면서부터는 그저 혼잣말로 투덜거릴 뿐이다. 그는 어린애처럼 유치해진다. 그는 문지기를 수년간 연구하다가 그의 모피 깃에 붙어 있는 벼룩까지 알아보고 그 벼룩에게까지 자기를 도와 문지기의 마음을 바꾸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마침내 그의 시력이 약해진다. 그는 자기 주변이 정말 점점 더 어두워지는 것인지 아니면 그의 눈이 착각을 일으키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제 그 어둠 속에서 그는 법의 문으로부터 꺼질 줄 모르고 흘러나오는 광채를 알아본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살 수가 없다. 죽기 전에 그의 머릿속에는 지난 세월의 온갖 경험들이 그가 여태까지 문지기에게 물어보지 못한 하나의 물음으로 집약된다. 이제 굳어져가는 몸을 더 이상 똑바로 일으킬 기력도 없어서 그는 문지기에게 눈짓을 한다. 문지기는 그에게로 몸을 깊숙이 수그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몸 크기의 차이가 시고 사람에게 매우 불리하게 변해버렸기 때문이었다. <또 무얼 알고 싶은 건가?>라고 문지기가 묻는다. <끈질기기도 하군.>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법을 절실히 바랍니다.> 시골 남자가 말한다. <지난 수년 동안 저 이외에는 아무도 입장을 허락해줄 것을 요구한 적이 없는데, 어째서 그런가요?> 문지기는 시골 사람이 이미 임종에 다가와있다는 것을 알고, 희미해져가는 그의 청각에 들리도록 고함을 친다. <이곳에서는 자네 이외에는 아무도 입장을 허락받을 수가 없네. 왜냐하면 이 입구는 단지 자네만을 위해서 정해진 곳이기 때문이야. 이제 가서 문을 닫아야겠네.>' "

소송, 카프카, 이주동 옮김, 솔

이 부분은
단편 소설 <법 앞에서>가 통채로 들어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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