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2016-06-02
"당신이 요제프 카지요." 신부가 말하고는 난간 위에 놓았던 손을 이상하게 움직이면서 들어 올렸다. "그렇습니다." 카가 말했다. 카는 전에는 항상 자기 이름을 아주 솔직하게 불렀었다는 생각이 났다. 그러나 얼마전부터는 자기 이름이 부담이 되었다. 이젠 생전 처음 만난 사람들까지도 자기 이름을 알고 있었다. 먼저 자신을 소개하고 나서 비로소 서로 알게 된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당신은 기소당했지요?" 신부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습니다." 카가 말했다. "사람들이 그렇다고들 말하더군요." "그렇다면 당신이야말로 내가 찾고 있는 사람입니다. 신부가 말했다. "나는 교도소 신부입니다." "아, 그러시군요." 카가 말했다. "내가 당신을 이리로 오게 했습니다." 신부가 말했다.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서입니다." "전 그런 줄 몰랐습니다." 카가 말했다. "저는 이탈리아인에게 성당을 보여주기 위해서 여기에 왔습니다."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시오." 신부가 말했다. "손에는 무얼 들고 있나요? 기도서인가요?" "아닙니다." 카가 대답했다. "이건 도시 명소가 담긴 앨범입니다." "그런 건 내버리세요." 신부가 말했다. 카가 그것을 너무 힘껏 내던졌기 때문에 책자가 펼쳐지고 책장이 흩어진 채 얼마쯤 바닥 위로 미끄러져갔다. "당신 소송이 불리하다는 것을 아시오?" 신부가 물었다. "제가 봐도 그런 것 같습니다." 카가 말했다. "저로서는 온갖 노력을 다했습니다만 지금까지 아무런 성과도 없습니다. 물론 진정서도 아직 끝내지 못한 상태입니다." "결말이 어떻게 나리라고 생각하시나요?" 신부가 물었다. "전에는 좋게 끝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카가 말했다. "이젠 이따금씩 그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어떻게 결말이 날지 알 수가 없습니다. 신부님은 아십니까?" "모르지요." 신부가 말했다. "그러나 나쁜 결말이 날까 봐 걱정입니다. 당신이 죄가 있다고들 생각하지요. 당신 소송 문제는 아마 하급 제판소를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겁니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당신의 죄가 입증됐다고들 생각하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죄가 없습니다." 카가 말했다. "그것은 오류입니다. 도대체 인간이 어떻게 죄가 될 수 있단 말입니까? 여기 있는 우리는 모두 인간이지요.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말입니다." "그건 맞습니다." 신부가 말했다. :하지만 죄있는 사람들은 늘 그렇게 말하곤 하지요." "신부님도 저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계신가요?" 카가 말했다. "난 당신에 대해 결코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신부가 말했다. "고맙습니다." 카가 말했다. "하지만 소송 절차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저에게 편견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무관한 사람들한테도 그것을 주입시킬겁니다. 제 입장만 점점 더 곤란해지고 있습니다." "당신은 사실을 오해하고 있습니다." 신부가 말했다. "판결은 갑자기 내려지는 게 아닙니다. 소송 절차가 서서히 판결로 넘어가는 거지요." "그렇군요." 카가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당신 사건에 대해서 앞으로 어떻게 하실 작정입니까?" 신부가 물었다. "도움을 구할 생각입니다." 카가 이렇데 말하고는 신부가 그것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알기 위해 고개를 쳐들었다. "제가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가능성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당신은 남의 도움을 너무 많이 받으려고 해요." 신부가 부정적인 투로 말했다. "특히 여자들한테서 말입니다. 그것이 참된 도움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십니까?" "어떤 경우, 아니 많은 경우에 신부님의 말씀이 옳겠지요." 카가 말했다. "하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니지요. 여자들은 큰 힘을 가지고 있어요. 만약에 제가 아는 몇몇 여자들을 저를 위해 공동으로 일하도록 움직일 수만 있다면 틀림없이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법원은 거의 모두가 난봉꾼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예신판사한테 멀리서 여자를 한 명 보여줘 보세요. 그러면 그는 놓치지 않으려고 책상이나 파고 할 것 없이 넘어뜨리면서까지 달려올 겁니다." 신부가 난간 쪽으로 머리를 수그렸다. 이제야 설교단 차양이 그의 머리를 내리누른다는 것을 느낀 모양이었다. 바깥은 날씨가 무척 사나운 모양이었다. 더 이상 흐린 낮이 아니라 이미 깊은 밤중이었다. 유리그림 그려진 몇 개의 큰 창문이 있었지만 그 흐릿한 빛만으로는 어두운 벽을 밝힐 수 없었다. 그때 성당지기가 중앙 계단 위에 있는 초를 하나씩 끄기 시작했다. "화가 나셨나요?" 하고 카가 신부에게 물었다. "당신이 종사하고 계신 법원이 어떤 곳인지 아마 모르실 것입니다. 아무 대답도 없었다. "하긴 제 개인적인 경험에 불과할 뿐입니다만." 카가 말했다. 그때 신부가 카를 향해서 아래로 이렇게 소리쳤다. "당신은 두 걸음 앞도 보지 못하나요?" 화가 나서 외친 소리지만, 쓰러지는 사람을 보고서 놀란 사람이 자기도 모르게 무심코 외친 소리 같았다.


<소송> 프란츠 카프카, 이주동 옮김, 솔

죄는 모른다,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른다, 체포당했다고 하지만 일상생활은 아무 제약없이 유지하고 있다, 아무 것도 강제하는 것은 없지만 모두가 자신이 소송을 당했고 피고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소송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법원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지만 모든 것이 법원과 관련이 되어있다, 무엇이든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절대 보이지 않는다.
처음엔 이상하지만 막상 읽어나가면 너무나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재판 과정이 꼭 그럴 것 같고
관료 집단, 공공 기관을 대하는 것이 실제로도 꼭 그럴 것 같은,
카프카의 세계.




 
2016-05-29
"하지만 그것은 형식적으로만 자유롭거나 혹은 더 정확히 표현해서 일시적으로만 자유로운 것입니다. ... 다시 말해서 이런 식으로 당신이 무죄 판결을 받음으로써 얼마 동안 기소를 면하게 되지만, 그 기소는 계속 당신 머리 위에 떠 있어서 상부 명령만 내려지만 즉각 효력을 발생활 수 있습니다. 저는 법원과는 좋은 관계에 있기 때문에 법원 사무처 규정에 나타난 실제적 무죄 판결과 형식적 무죄 판결의 차이가 얼마나 피상적으로 나타나는가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실제적 무죄 판결이 날 경우 소송 서류들은 완전히 기각되어 버리고 소송 절차상에서 완전히 사라집니다. 기소장뿐만 아니라 소송 기록 그리고 심지어 무죄 판결문까지도 취하되고, 모든 것이 소멸됩니다. 형식상의 무죄 판결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 겉으로 보기에는 모든 것이 다 잊혀지고 서류는 분실되어 무죄 판결이 완전한 것으로 보이는 때가 가끔 있습니다. 그러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은 그렇게 믿지 않습니다. 서류는 분실되는 법이 없으며, 법원은 잊어버리는 일이 없습니다. 어느 날-아무도 그것을 예측하지 못합니다-어떤 판사가 그 서류를 손에 들고서 자세히 살펴보다가 이 사건의 기소가 유효하다는 것을 깨닫고서 즉각 체포를 지시합니다. 저는 여기에서 형식적인 무죄 판결과 새로운 체포 사이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가정해서 말했는데, 그것은 가능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내가 알기로는 다른 가능성 역시 있는데, 무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법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니 다시 그를 체포해가기 위해서 위임받은 관리들이 기다리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물론 자유로운 생활은 끝장이지요." "그럼 소송이 새로 시작되나요?" 카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물론이지요." ... "그렇지만 이 두 번째 무죄 판결도 최종적인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카는 이렇게 말하고 의심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물론 최종적인 것은 아니지요." 화가가 말했다. "두 번째 무죄 판결 다음에는 세 번째 체포가, 세 번쩨 무죄 판결 다음에는 네 번째 체포가 따르고, 계속 그런 식으로 나아가는 거지요. ..."

<소송> 프란츠 카프카, 이주동 옮김, 솔

 
2016-05-28


누군가 요제프 카를 모함한 게 틀림없다. 왜냐하면 무슨 나쁜 짓을 한 적이 없는데도 어느 날 아침 그가 체포되었으니 말이다.


로 시작하는,
<소송> 프란츠 카프카, 이주동 옮김, 솔

카프카를 아직 읽고 있다, 연재는 끝났지만.

나는 이 책을 2007년에 샀다.
스템프 찍힌 걸 보고 알았다.
그러고 보면 사소한 것이지만
이렇게 물리적으로 흔적이 남겨지는 것이
좋은 것 같다.




 
2016-05-28
따라서 재판 사건이란 어디서 왔는지 알지도 못한 채 그들 시야에 나타났다가 어디로 가는지 알지도 못한 채 계속 진행되어 가는 것입니다.
......
그러니까 주의를 끌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아무리 마음에 거슬려도 그저 가만히 계십시오. 이 거대한 법원 조직은 어느 정도는 항상 떠 있는 상태라는 것, 만약 누군가가 자신의 위치에서 독자적으로 무엇인가를 변화시킨다면 발붙일 곳을 잃고 굴러 떨어지고 만다는 것, 한편 그 커다란 조직 자체는 그런 사소한 장애에 대해서는 다른 곳에서 - 전체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 보완을 하고, 더 잘 결속되든가 더 사악해지는 일은 없다 하더라도 본래대로 있는 것입니다.
소송, 프란츠 카프카, 이주동 옮김, 솔 카프카 전집 3



 
2016-04-21
자식은 눈 깜짝할 사이에 성장하므로 반드시 그 사진을 찍게 된다. 6개월짜리 젖먹이는 금방 8개월이 되고 돌이 되어 그 모습이 지워지기에 이 세상에서 가장 쉽게 변하고, 또 그만큼 그 모습을 기억하기 힘들다. 그래서 부모의 눈에는 세 살이 된 자식은 완벽한 상태에 이른 것 같지만 곧 이어지는 네 살의 완벽한 상태가 그걸 파괴해 버리는 것을 막을 수가 없으므로, 그 상태를 사진첩에 남길 수밖에 없다. 사진첩은 이런 모든 덧없는 완벽한 상태들이 그대로 살아남을 수 있고 각자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는 절대성을 갈망하면서 나란히 놓일 수 있는 장소이다.
-어느 사진 작가의 모험
<힘겨운 사랑> 이탈로 칼비노, 민음사 이탈로 칼비노 전집 08, 이현경 옮김


,조카가 생기고 보니
눈에 들어온 구절.



 
2016-04-11
이조타 부인은 이제 자신이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더 이상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느새 해변에는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고 보트들은 육지에 일렬로 정렬해 있었다. 파라솔들은 하나하나 접혀져 무덤의 묘비처럼 짧은 우산대만 꽂혀 있었다. 갈매기들이 수면을 스치며 날았다. 호리호리한 남자가 정지한 모터보트 속으로 사라졌고 그 대신 곱슬머리의 사내아이가 놀란 얼굴을 배 밖으로 내밀었다. 방금 불기 시작한 바람에 실려 가던 구름 하나가 태양 앞을 지나 산 위에 모여 있는 다른 구름 쪽으로 흘러갔다. 부인은 그 시간쯤 뭍에서 즐기던 생활을 떠올렸다. 품위 있는 오후들, 적당히 예의를 지키고 정중하게 기쁨을 누리던 운명을. 그녀는 그런 운명이 자신을 위해 준비되었다고 믿었다. 그리고 마치 저지르지 않은 죄에 대한 형벌처럼, 그런 운명과 모순되게 갑자기 벌어진 한심하기 짝이 없는 부적절한 일을 생각했다. 저지르지 않았다고? 그런데 해수욕에 몰두한다거나, 혼자서 수영하고 싶어 하던 바람, 지나칠 정도로 대담한 마음으로 고른 비키니 수영복을 입었을 때 그녀의 몸이 느낀 기쁨, 이런 게 혹시 오래전에 시작된 도주의 신호거나 죄로 이어지기 쉬운 도전이거나, 지금은 완전히 참담하고 당혹스러워 보이는 알몸의 상태를 향한 미친 경주의 여정이 아니었을까? 그녀는 공범자 흉내를 내며 인형처럼 무표정하게 남자들 무리 한가운데를 커다른 나비가 날아가듯 유유히 지나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그녀의 본질적인 잔인함, 악마와 같은 이중성을 드러냈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본인이 충분히 저항하지 못했던 악의 존재가 되는 동시에 스스로가 그 악이 내린 형벌의 도구가 되어버리는 이중성 말이다.

<힘겨운 사랑> 중 '어느 해수욕객의 모험'

'어느 군인의 모험'
'어느 도둑의 모험'
'어느 해수욕객의 모험'
세 개 읽었는데
재미있습니다, 아주.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 비해 쉽고 빠르게 읽히고.




 
2016-04-11


야한 책, ㅎ

<힘겨운 사랑> 이탈로 칼비노 전집 8, 이현경 옮김, 민음사



 
2016-04-10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 카프카

카프카는 체코어로 까마귀라고.


 
2016-04-09
그런데 어떤 때는 바로 그런 밀접한 관계가 오히려 저한테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유혹하기도 합니다. 결혼 후 아버지와 저 사이에 생기게 될 대등한 관계를 - 그것은 아버지도 다른 경우와는 달리 이해를 하실 수 있을 겁니다 - 상상하기만 하면 마음속이 밝아집니다. 그렇게 되면 저는 자유롭고, 은혜에 감사할 줄 알고, 떳떳하고, 올곧은 아들이 될 것이고, 아버지께서도 더 이상 의기소침하거나 강압적이시지 않고, 동정할 줄도 아시고, 흡족해하시는 아버지가 되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을 없던 일로 해야 할 겁니다. 그 말은 곧 우리 자신을 지워버려야 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버지와 저는 여전하고 결혼은 아버지의 가장 고유한 영역이으로 저한테 결혼의 길은 막혀 있는 셈이지요. 때때로 저는 세계 지도가 펼쳐져 있고 그 위에 아버지가 사지를 쫙 뻗고 누워 계신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그러면 마치 저한테는 아버지가 가리고 계시지 않거나 아버지의 손이 미치지 않는 지역만이 저의 생활 공간이 될 수있을 것처럼 여겨져요. 그런데 아버지의 우람한 체구를 떠올려보면 그런 지역은 결코 많은 수 없으며 또한 별로 위안을 줄 만한 곳이 못되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결혼은 그런 지역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
하지만 결혼의 가장 큰 장애는 도저히 지울 수 없는 다음과 같은 확신입니다. 즉, 가정을 유지하고, 나아가 가정을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제가 아버지한테서 보아온 모든 것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그건 좋은 요소와 나쁜 요소들이 모두 함께, 그러니까 강인함과 타인에 대한 경멸, 건강과 어느 정도의 무절제, 뚜이ㅓ난 언변과 불충분한 설명, 자기 신뢰와 모든 것에 대한 불만족, 세상에 대한 우월감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억압, 인간에 대한 이해와 불신, 거기에다가 근면, 끈기, 침착, 대담성과 같은 완벽한 장점들까지 두루 갖추고서, 이 모든 것들이 함께 어우러져 아버지에게서처럼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저는 그 모든 것들 중에서 아버지에 비하면 거의 아무것도 지니고 있지 못하거나 극히 조금만을 지니고 있는 셈이지요. 그러고서도 감히 제가 결혼을 해야 했을까요? 아버지 같은 분조차 결혼하셔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셔야 하고 어떤 때는 자식들한테조차 좌절을 맛보셔야 할 정도이니 말입니다. 그 질문을 저는 물론 뚜렷이 던지지도 않았고 그에 대해 뚜렷한 대답을 하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 하지만 저는 어쨌든 그런 질문을 던지지 않았고, 그 대신 그것을 어렸을 적부터 내내 체험해왔지요. 처음엔 결혼에 대해서가 아니라 온갖 사소한 일들에 대해서 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보았지요. 어떠한 사소한 일들에 대해서도 아버지는 저한테 아버지 자신의 사례와 교육을 통해, 제가 지금까지 설명드리고자 한 바와 같이, 저의 무능력을 확식시켜주셨지요. 어떤 사소한 일에서도 무능력하고 그로써 아버지의 판단이 옳았다는 게 입증되었다면 가장 큰 일이라 할 결혼에 대해서는 당연히 엄청나게 무능력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저는 이제 자라서 결혼을 시도할 정도로까지 되었지만 그건 마치 무수한 걱정과 형편없는 예감을 갖고서 장사를 하기는 하지만 정확한 장부 정리도 하지 않은 채 되는 대로 꾸려나가는 사업가의 형편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허구한 날 손해만 보다가 어쩌다 몇 차례 작은 이익을 남기게 되면 그는 그 흔치 않은 일로 말미암아 머릿속으로 몇 번이고 자기가 번 돈을 꼭 끌어안은 채 신기해하며 과장된 꿈을 펼치지요. 장부에대 모든 내요응ㄹ 적어넣기는 하지만 한 번도 결산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다가 이제는 결산을 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갖게 되었지요. 그것이 바로 결혼 시도 입니다. 그런데 막상 계산해야 할 엄청난 액수를 대하고 보니 마치 이제껏이윤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고 모든 게 온통 거대한 빚더미인 듯이 여겨집니다. 그러고서도 이제 멀쩡한 정신으로 결혼을 한다는 겁니다!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
프란츠 카프카, 이재황 옮김, 문학과 지성사




 
2016-04-09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
프란츠 카프카

이 책은 카프카가 죽기 5년 전 서른여섯살 때 썼다고 한다.
다른 많은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생전에 공개되지 않은 글.
제목 그대로 자신의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다,
자신과 아버지의 관계가 왜 어긋나게 되었느지에 대해.

한 권이지만 길지 않은 분량.
어젯밤에 읽기 시작해
오늘 공간 까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끝까지 다 읽었다.
예전에 한 번 읽었던 책,
2009년 1월 1일 잠실 교보문고에서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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