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2016-04-09
아주 근본적으로 그 말은 제게 마치 "이제 너는 자유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건 착각이었지요. 저는 결코 자유롭지 않았고 가장 잘되어야 앞으로는 자유로울 수 있으도 아직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었지요. 제 글은 아버지를 상대로 해서 씌어졌는데 글 속에서 저는 평소에 직접 아버지 가슴에다 대고 원망할 수 없는 것만을 토로해댔지요. 그건 오랫동안에 걸쳐 의도적으로 진행된 아버지와의 결별 과정이었습니다. 그건 아버지에 의해 강요된 것이었지만 제가 정해놓은 방향으로 진행되어 갔지요.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얼마나 부질없는 짓이었는지요! 그것은 이야기할 만한 가치조차 없는 일이었지요. 그래도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다만 그것이 저의 삶 속에서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일 뿐이며 - 그 일이 만일 다른 사람의 삶 속에서 일어났다면 결코 눈치챌 수 없었을 겁니다 - ,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그 일은 어렸을 때는 어렴풋한 예감으로서, 나중에는 희망으로서, 더 나중에는 종종 절망으로서 제 삶을 지배해왔고 - 이를테면 또다시 아버지의 모습이 되어 - 제가 몇 가지 작은 결정을 내일 때 압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
프란츠 카프카, 이재황 옮김, 문학과 지성사



 
2016-04-08


옮겨적었다.


 
2016-04-03
귀가

...... 내가 돌아왔다. 누가 나를 맞아줄 것인가? 누가 부엌문 뒤에서 기다리는가? 굴뚝에서는 연기가 나오고, 저녁 식사 때 마실 커피가 끓고 있다. 그대는 아늑한가, 집에 있는 양 느껴지는가? 모르겠다. 아주 애매하다. 내 아버지의 집이기는 하지만 물건 하나하나가 그 나름의 용무에 골몰하고 있기라도 하듯 냉랭하게 서 있다. 그들의 용무를 나는 더러는 잊었고 더러는 알았던 적이 없다. 내가 그것들에게 무슨 소용이 닿겠는가. 내가 그것들에게 무엇이겠는가. 내 비록 아버지의, 늙은 농부의 아들이라 해도 말이다. 나는 부엌문을 두드릴 엄두도 못 내고 그저 멀리서 귀기울이고 있다. 그저 멀리서 선 채로 귀기울이고 있다. 귀기울이되 누구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깜짝 놀랄 그런 형세는 아니다. 멀리서 귀기울이고 있는 까닭에 나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다. 오직 가벼운 괘종시계 소리 한 가닥만 들린다. 아니 어쩌면 그저 듣는다고 믿는다, 저 유년의 나날에서 들려오는 시계 소리를. 그 밖에 부엌에서 일어나는 일은 그들이 내게 감추는, 거기 앉아 있는 사람들의 비밀이다. 문 앞에서 오래 망설이면 망설일수록 그만큼 더 서먹해지는 법. 지금 누군가가 문을 열고 나한테 무얼 묻기라도 한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나 역시도 자기 비밀을 감추려는 사람 같지나 않을까.










 
2016-03-30
"가끔 내가 화려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현재에 포로가 되어 있을 때, 그럴 때면 자네의 목소리가 까마득하게 들려오곤 하지. 그 현재에서는 모든 형태의 인간 사회가 그 순환의 마지막 지점에 도달해 있는데, 앞으로 어떤 새로운 형태를 취하게 될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네. 그래서 나는 자네의 목소리를 통해 도시들이 살아가는, 그리고 어쩌면 죽은 뒤에도 다시 살아나게 될 보이지 않는 이유를 듣게 된다네."

"여행을 하면서 차이가 사라져 가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각 도시는 다른 모든 도시들과 닮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한구들로 가는 길을 지도 위에 그릴 수도 상륙할 날짜를 정할 수도 없습니다. 거기에서 출발해서 나머지 것들과 뒤섞인 단편들, 사이를 두고 떨어져 있는 순간들, 누군가 보내지만 그걸 받는 사람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신호들로 이루어진 완벽한 도시를 한 조각 한 조각 맞춰나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이따금 부적절한 풍경의 한가운데로 나 있는 지름길, 안개 속에서 반짝이는 햇빛, 오가다 만난 두 나그네의 대화면 충분합니다."
-9부

<보이지 않는 도시들> 이탈로 칼비노, 이현경 옮김, 민음사


 
2016-03-30
그렇기는 하지만 마로치아의 두꺼운 벽 옆을 스치듯 지나가다 보면 폐하께서는 예기치 않은 순간에 틈이 벌어지는 것을 볼 것이고 거기서 다른 도시가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어쩌면 모든 문제는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질서와 리듬을 따르느냐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누군가의 시선, 대답, 동의만 있으면 그만일 수도 있고, 그저 그렇게 하는 게 기쁘고, 또 자신의 기쁨이 다른 사람의 기쁨이 되기도 하므로 그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에게는 충분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순간 모든 공간이 변하고 높이와 거리도 변해 도시는 다른 형태가 되고 잠자리 날개처럼 투명하고 맑아집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마치 우연인 것처럼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 일에 그다지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은 채, 단호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도 않은 채, 조만간 예전의 마로치아가 다시 돌아와 돌과 거미집과 곰팡이가 뒤범벅된 천장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놓으리라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숨겨진 도시들 3

<보이지 않는 도시들> 이탈로 칼비노, 이현경 옮김, 민음사



 
2016-03-27


읽기 시작


 
2016-03-27


<실비아 플라스 드로잉집> 오현아 옮김, 마음산책

그림을 연습하는 사람의 성실함과 단순함,
사물을 오랫동안 바라보며 그림으로 그리는 사람의 내면
이 동시에 느껴지는 그림들.
생각보다 페이지 수가 적었지만
그림이 아주 좋았다.



 
2016-03-24
...머나먼 도시의 낯선 지역에서 길을 잃으면 잃을수록 거기에 도착하기 위해 지나왔던 다른 도시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여정을 다시 훑어보게 되며, 닻을 올렸던 항구, 젊은 시절 친숙했던 장소들, 그리고 집 주위, 어린 시절부터 뛰어놀던 베네치아의 광장을 알아보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그리고 그것이 비록 과거의 문제라 해도 그 과거는 그가 여행을 해나가는 동안 서서히 변해왔다. 여행자의 과거는 그가 지날 때마다 하루가 덧붙여지는 가까운 과거가 아니라 아주 먼 과거를 이야기하고 있다. 매번 새로운 도시에 도착할 때마다 여행자는 그가 더 이상 가질 수 없었던 자신의 과거를 다시 발견하게 된다. 더 이상 그 자신이 아닌 혹은 더 이상 소유할 수 없는 것의 이질감이, 낯설고 소유해 보지 못할 장소의 입구에서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 이탈로 칼비노, 이현경 옮김, 민음사






 
2016-03-15
"살아 있는 사람들의 지옥은 미래의 어떤 것이 아니라 이미 이곳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지옥에서 살고 있고 함께 지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옥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방법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옥을 받아들이고 그 지옥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것의 일부분이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위험하고 주의를 기울이며 계속 배워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즉 지옥의 한가운데서 지옥 속에 살지 않는 사람과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내려 하고 그것을 구별해 내어 지속시키고 그것들에게 공간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 이탈로 칼비노, 이현경 옮김, 민음사




 
2016-03-13


<캐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김미정 옮김, 그책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보지는 않았는데 우연히 동네커피에서 책을 빌리게 되어, 읽었다.
나는 책이 더 재미있었다.
책을 읽고 보니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지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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