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2014-06-06


김연수가 번역한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문학동네)이 다시 나왔다고 한다.



 
2014-05-24
38
그리하여 그가 막다른 곳에 이르렀을 때 거기에는 네모진 큰 집 한 채가 서 있었다. 그 집에는 널찍한 나무계단으로 이어진 이층이 있었다. 겐조의 눈에는 그 이층의 위아래가 전부 같아 보였다. 복도로 에워싸인 안뜰 역시 정사각형이었다.
이상한 것은 그 넓은 집에 사람이 아무도 안 산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외롭다고 느끼지 못할 만큼 어려 집에 대한 경험이나 이해도 부족했다.
그는 끝없이 이어져 있는 방이라든가 멀리까지 곧장 보이는 복도 등을 마치 천장이 있는 동네처럼 생각했다. 그리고 인기척이라곤 없는 길을 혼자 걷는 듯한 기분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는 가끔 길 쪽으로 난 이층으로 올라가는 창살 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말방울 소리, 안장을 얹는 소리가 들리고 몇 마리인지도 모를 말이 연이어 지나갔다. 길 맞은편에서는 큰 철불 지장보살상이 연꽃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철불은 굵은 석장을 짚고 머리에는 방갓을 쓰고 있었다.
......
갈대숲 사이로 안쪽을 살펴보니 돌로 둘러싸인 연못이 눈에 띄였다. 연못 위에는 작은 나무다리가 걸쳐져 있었는데 물 위로 버팀목 두 개가 비쭉 나와 있었다. 주위는 진달래가 만발했고, 연못 속에는 잉어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겐조는 탁한 연못 바닥을 환영처럼 불그스름하게 물들이는 그 잉어를 왠지 꼭 잡고 싶었다.
어느 날, 그는 그 집에 아무도 없는 때를 노려 서툴게 만든 대나무낚싯대 끝에 낚싯밥을 매달아 연못 속으로 집어던졌다. 순간, 낚시 끝에 무엇인가가 걸린 듯한 섬뜩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그는 물 밑으로 빨려들어갈 듯 팽팽한 힘이 두 팔에 전해지자 갑자기 무서워져서 그만 낚싯대를 내동댕이치고 말았다. 그리고 이튿날, 조용히 물 위에 떠 있는 팔뚝만한 비단잉어를 발견했다. 그때는 혼자서 정말 무서웠다......
'나는 그때 누구랑 같이 살고 있었을까?'
그에게는 그들에 대한 기억이 없다. 머릿속은 마치 백지 같았다. 그렇지만 아무리 쥐어짜 봐도 시마다 부부 외에는 아무도 떠오르지 않았다.

<길 위의 생> 나쓰메 소세키, 이레, 김정숙 옮김


이 책은 주인공이 어떤 남자를 우연히 집 주변에서 마주치는 것으로 시작한다. 주인공은 어려서 어느 집으로 양자로 보내어졌다가 돌아온 적이 있는데 마주친 그 사람은 양부였던 사람. 자신의 의지도 아니었고 또렷하게 기억이 나지도 않는 어린 시절에서 찾아온 그 사람은 그 때의 인연을 이유로 이런저런 돈을 요구하고 또 비슷한 이유로 양모였던 사람도 찾아온다. 그것을 계기로 설명할 수 없고 구체적인 상황도 알 수 없이 이미지만으로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더듬는다. 그런 주인공의 심리와는 무관하게 과거의 일들은 해결해야 할 실제적인 문제가 되어 계속해서 현재로 찾아오고 원만하지 않은 부부 관계와 형재 관계도 그 상태 그대로 계속된다.
알 수 없는 어린 시절을 맥락을 알 수 없는 조각조각을 모아서 나열하듯이 찾아다니는 장면들이 좋다. 그리고 우울하기 그지없는 관계들도.







 
2014-05-24
44
두 사람이 함께 한 생활은 아주 잠깐이었다. 물질적인 결핍이 원인이었는지, 또는 오쓰네의 재혼이 변화를 가져왔는지 아직 어렸던 그는 알 수 없었다. 어쨌든 그녀 또한 갑자기 겐조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겐조는 어느새 생가로 돌아와있었다. "생각해보면 마치 남의 일 같아. 내 이야기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어."
기억 속의 겐조는 지금의 그와 너무나 큰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타인의 삶 같은 자신의 옛날 일들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불쾌한 의미로 그래야했다.

82
겐조는 이 작은 고깃덩어리가 아내처럼 커질 미래를 상상했다. 먼 훗날이기는 하지만 도중에 생명줄이 끊어지지만 않으면 언젠가는 틀림없이 다가올 일이었다.
"인간의 운명은 쉽게 끝나지 않지"
아내는 남편의 말이 갑작스러웠다. 의미도 자세히 알 수 없었다.
"뭐라구요?"
겐조는 그녀 앞에서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
그의 마음 속에는 죽지 않은 아내와 건강한 갓난아기 외에 일을 그만 둘 듯 하면서도 못 그만두는 형이 있었다. 천식으로 죽을 듯하면서도 아직 살아있는 누이도 있었다. 새로운 지위를 얻을 듯 하면서도 얻지 못하는 장인도 있었다. 시마다의 일도 오쓰네의 일도 있었다. 겐조와 이사람들과의 관계는 모두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한눈팔기>
나쓰메 소세키, 문학동네, 조영석 옮김


 
2014-05-24


소세키들.

<그 후>
<행인>
<마음>
<문>
<유리문 안에서>
<한눈팔기> <길 위의 생>
을 읽었고, 가지고 있습니다.


 
2014-05-21


사실은 읽고 있습니다.
<풀베개> 나쓰메 소세키, 현암사



 
2014-05-21
1
산길을 오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지만을 따지면 타인과 충돌한다. 타인에게만 마음을 스면 자신의 발목이 잡힌다. 자신의 의지만 주장하면 옹색해진다. 여하튼 인간 세상은 살기 힘들다.
살기 힘든 것이 심해지면 살기 편한 곳으로 옮겨가고 싶어진다. 어디로 옮겨 가도 살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시가 태어나고 그림이 생겨난다.

<풀베개> 나쓰메 소세키, 송태욱 옮김, 현암사


 
2014-05-10
저는 말이 없고 비사교적이며 짜증을 잘 내고 이기적이며 우울증 증상을 보이고 실제로 병약합니다. 근본적으로 이 모든 것에 불평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고차원적인 필연성의 세속적인 반영입니다. 저는 가장 훌륭하며 사랑스러운 사람들인 가족 내에서 그 어떤 이방인보다도 낯설게 살아갑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저는 어머니와 하루에 평균 스무 마디도 말을 나누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와는 인사를 나누는 정도의 말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결혼ㄴ한 누이동생들이나 매제들과 사이가 나쁘지 않은데도 전혀 대화를 나누지 않습니다. 제게는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의미가 결여되어 있습니다.
따님은 그런 사람 곁에서 살아야 합니다. 건강한 처녀로서의 그녀 본성이 그것을 실제적인 결혼의 행복으로 예정한 걸까요? 그녀는 다른 누구보다도 자신을 사랑하면서도 돌이킬 수 없는 결심으로 인해, 대부분의 시간을 방에서 보내거나 혼자서 돌아다니는 남자 곁에서 수도원 같은 삶을 견뎌내야 할까요? 그녀는 자신의 부모님과 친척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왕래에서 차단된 채 살아가야 합니다.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조차도 문을 닫아걸려고 하고 부부간의 공동 생활에 대해서도 전혀 생각하지 않는 제게는 다른 도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이것을 감내하게 될까요? 무엇을 위해서? 가령 그녀뿐만 아니라 제 자신이 보기에도 극히 의심스러운 제 문학을 위해서요? 그것을 위해 따님은 실제적인 결혼이라기보다는 사랑과 우정이라고 해야 할 결혼을 하고서 낯선 도시에서 혼자 살아가야합니다.
제가 말하고자 했던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말만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사과는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따님과 저 사이에서는 그 어떤 해결책도 불가능합니다. 해결책을 찾기에는 제가 그녀를 너무 사랑하고, 그녀는 별로 책임을 물어려고 하지 않을뿐더러 마땅히 거부해야 할 불가능한 일을 아마도 연민의 감정 때문에 원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제삼자에게 왔습니다. 판결을 내려주십시오!
정중한 인사를 드리며 F. 카프카 박사
Nr. 330 (1913년 8월 28일로 추정)
프란츠 카프카가 펠리체의 아버지 카를 바우어 씨에게 보내는 편지



계속 결혼을 원하면서도 원하지 않고 있는 카프카 씨.




 
2014-05-10


동생이 사 놓고 아마 거의 한 권도 안 읽고 결혼해서 나갈 때 부모님집에 두고 간 책들을 가지고 왔다.
이 책들을 읽게 될까?
대학교 다닐 무렵에는 사상서, 관념적인 글들을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근래에는 읽은 적이 거의 없다.



 
2014-05-03
베를린에서 짐을 꾸릴 때 내 머릿속에는 "그녀 없이는 살 수 없지만 그녀와 함께도 살 수 없다"는 또다른 명제가 떠올랐습니다.
Nr. 259
카프카의 편지



 
2014-04-24
'지난 월요일에 그대에게 도착했어야 할 플로베르 소설도 이제야 배달된 것 같군요. 그 책에는 삶이 들어있습니다! 그것을 꽉 붙잡고 있으면 전이됩니다.'
Nr 321, 카프카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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