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2014-01-11
물론 술이 무사히 반입되는 일도 흔히 있었다. 그러면 주인은 가지고 온 내장*을 받아 그들에게 돈을 지불하고 계산을 하기 시작한다. 계산을 해보고 나면, 물건이 무척 비싸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그는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 다시 한번 다른 그릇에 술을 따라 거의 절반 가량이나 한 번 더 물을 탄다. 그렇게 해서 완전히 준비가 되면 비로소 살 사람을 기다린다. 다음 축제일이나, 이따금 일을 하는 날에도 살 사람이 나타난다. 마치 황소처럼 몇 개월 동안 일만 하던 이 죄수는 미리 생각해 두었던 그날이 오면 모두 마셔 버리려고 꼬뻬이까를 모아 두었던 것이다. 이 불쌍한 일꾼은 꿈속에서도, 일을 하는 동안의 공상 속에서도, 이날이 다가오기 오래 전부터 이날을 꿈꾸기 시작하는데, 바로 이러한 매혹이 지루한 감옥의 일상 생활에서 그의 정신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드디어 광휘 가득한 여명이 동녘에서부터 나타난다. 돈도 모았겠다, 압수당하지도, 도둑맞지도 않았겠다, 그는 그 돈을 가지고 술장수에게로 간다. 술장수도 처음에는 가능하면 진짜 술을, 말하자면 두 번밖에 물을 타지 않은 술을 그에게 준다. 그러나 병에서 술을 따라 내기 시작한 다음에는 빈 부분에 즉시 물을 채운다. 술 한 잔 값이, 그러므로 주막에서보다 대여섯 배나 비싼 셈이다. 그런 술을 취하도록 마시려면 얼마나 많은 잔을 마셔대야 하고, 또한 얼마나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술 마시는 습관이 없었고 오랫동안 절제를 해왔기 때문에 죄수는 곧바로 취해 버리고 마는데, 보통은 자기의 돈이 모두 탕진될 때까지 술을 계속 마셔댄다. 그러다가 돈이 떨어지면 새로 입수한 물건을 흥정한다. 술장수는 동시에 고리 대금없자이기도 하다. 처음에 그에게로 가지고 오는 것은 새로 마련한 개인 물품이지만 다음에는 오래 묵은 잡동사니까지, 드디어는 관급품에까지 손을 댄다. 마지막 남은 걸레까지 맡기고 다 마셔 버리면 술꾼은 잠이 들어버리고, 그 다음날에는 머리가 빠개지는 듯한 고통을 받으면서 잠에서 깨어나, 술장수에게 공연히 해장술 한잔을 청하기도 한다. 그는 가엾게도 불행을 참아 내면서 바로 그날부터 또다시 노역을 시작해 몇 달 동안을 목 한번 펴지 않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 영원 속으로 자취를 감춘 행복했던 주연의 날을 꿈꾸며 일을 한다. 조금씩 원기를 회복하기 시작하며 아주 요란한, 그러나 언젠가는 다시 차례가 돌아올 또 다른 날을 기다리는 것이다.

<죽음의 집의 기록> 도스또예프스끼

*술을 가축의 내장에 몰래 담아가지고 들어온다고 한다



 
2014-01-10
이곳에는 우발적인 살인범과 계획적인 살인범, 도둑들과 도둑의 두목들이 있었다. 단순한 소매치기들과 날치기를 하거나 패거리로 몰려다니며 돈을 터는 기업가 같은 부랑자들도 있었고, 무슨 죄를 지어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단정을 내리기가 곤란한 그런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모두 제각기 전날의 취기로 인해 나타나는 중독과 같은 음산하고 고통스러운, 자기만의 이야기들이 있게 마련이었다. 대개는 자기의 과거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별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그 흘러가 버린 일에 대해서는 생각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나는 그들 중에서, 내기를 할 수도 있을 정도로, 결코 한 번도 양심의 질책을 받아 본 적이 없고 생각에조차 잠긴 적이 없는 유쾌한 살인범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얼굴에는 그늘이 져 있고, 거의 늘상 말이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보통 자기 인생에 관해 말하는 사람은 드물었고, 그래서 호기심 역시 유행이 아니었으며 그것은 습관이 되지 못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따금씩 누군가가 무료함 때문에 말을 하면 모를까, 다른 사람들은 냉담하고 음울하게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여기서는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이라고!> 가끔 그들은 이렇게 어떤 이상스러운 자기 만족감 속에서 말을 하곤 했다. 어느 날 술에 취한 한 강도가(유형 생활 중에도 이따금 술을 마실 수 있었다) 어떻게 자기가 다섯 살 난 어린아이를 참살했으며, 처음에 어떻게 장난감을 가지고 꼬드겼고, 어딘가의 빈 헛간으로 끌고 가 거기서 어떻게 죽였는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이때까지 그의 농담에 웃고 있던 옥사의 모든 사람들이 마치 한 사람이 그러듯 이구동성으로 고함을 치자 이 강도도 입을 다물고 말았는데, 전 옥사가 소리치기 시작한 것은 분노 때문이 아니라 <그런 이야기>는 말할 필요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용납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대개 허세와 체면이 제일 중요시된다. 대다수는 타락했고 아주 비열해지곤 했다. 거짓 소문과 험담이 그칠 새가 없었고, 그래서 이곳은 칠흑 같은 어둠의 지옥이었다. 그러나 감옥 내부의 규칙이나 받아들여지고 있는 습관에 대항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모든 죄수들이 여기에 복종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주 독특한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어렵사리 애를 써서 복종을 하는 사람들도 있곤 했는데, 어쨌든 모두들 복종하고 있었다. 감옥에는, 너무나 도에 지나치게 행동을 하고 멋대로 굴 수 있는 생활에서부터 너무나 틀에 박힌 듯한 곳으로 불쑥 뛰쳐들어왔기 때문에, 궁극에는 죄를 저지른 사람이 자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자기 자신도 왜 그런지를 모르면서 혼미함과 망연자실 속에 빠져 있는 사람들도 들어오곤 했다. 이것은 종종 극도로 자극된 허세 때문이었다. 그러나 감옥에 오기 전까지는 온 도시와 마을에 공포의 대상이었던 그러한 사람들도 이곳에서는 이내 길들여지곤 했다. 신출내기도 주위를 한번 살펴보고는 자기거 처한 곳이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며, 이곳에서는 이미 아무도 놀라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 눈에 띄지 않게 수그러들어 공통의 색조에 빠져 드는 것이다. 이 공통의 색조는 겉보기에 감옥의 모든 거주자들에게 스며 있는 어떤 독특하고 고유한 가치로 이루어져 있었다. 사실을 정확히 말한다면, 유형수나 기결수라는 호칭은 어떤 관등, 그렇다, 존경스러운 관등이었던 것이다. 결코 수치와 후회의 지표는 아니었다! 더욱이 여기에는 어떤 표면적인 겸손, 말하자면, 관등상의 어떤 조용한 달관 같은 것이 배어 있었다. <파멸한 민초인 우리들은.> 그들은 말했다. <자유의 세상에서 살 수 없으니, 이제 푸른 거리는 그만 하고, 줄이나 잘 서세>, <어머니와 아버지 말씀 듣지 않았으니, 이제 북가죽소리나 들으세>, <금실 잣기가 싫다더니, 이제 망치로 돌이나 깨야 하는구나>. 모두들 이따금씩 교훈이나 일상적인 속담과 경구의 형식을 빌어 이렇게 말하곤 했지만, 결코 심각한 생각에서 말하는 건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은 단지 말뿐이었다. 과연 그들 중의 한 명이라도 자기의 죄를 마음속 깊이 새기는 사람이 었었을까?
......

이미 말했지만, 몇 해가 흐르는 동안에 나는 이러한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조그마한 참회의 징후나, 자신의 죄에 대한 고통스러운 생각들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으며, 오히려 그들의 대부분이 마음속으로 자기가 완전히 옳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사실이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허세, 악질적인 예들, 대담성, 잘못된 수치감이 그 원인이긴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누가 이 파멸해가는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곳을 헤아려 그들에게 숨겨져 있는 모든 세상의 비밀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몇해 동안에 누군가 이러한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그들 내부의 고독과 고통을 증명할 수 있는 어떤 특징을 포착하고 이해하고 눈치챘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것은 결코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렇다, 범죄라는 것은 이미 준비되고  주어진 관점에서 본다면, 이해할 수가 없을 듯싶다. 범죄의 철학은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좀 어려운 것이다. 물론, 감옥이나 강제 노동과 같은 제도가 범죄자를 교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것들은 단지 범죄자를 벌하고, 평온한 사회를 향후에 있을 죄인의 음모로부터 안전하게 할 뿐이다. 감옥의 죄수에게 가장 힘든 강제 노동은 오히려 증오와 금지된 향락에 대한 욕망과 무서운 경솔함을 부추기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리고 단호히 확신컨대, 그 유명한 독방제도도 단지 위선적이고 기만적이며 표면적인 목적만을 달성할 뿐이다. 이 제도는 사람에게서 생명의 즙을 짜내고 영혼을 소진케 하여 영혼을 나약하고 놀라게 만든 다음, 반쯤 미치광이가 된 바싹 마른 미라를 교화와 참회의 본보기로 보여 주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사회에 대항했던 죄수는 사회를 증오하고, 거의 언제나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며, 잘못한 것은 사회라고 여긴다. 더욱이 그는 이미 사회로부터 형벌을 받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자신은 거의 정화되었고 빚을 갚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마침내 죄수가 자신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판단도 가능하다.  
......

감옥에 도착했을 때, 내가 받은 첫인상은 대체로 아주 부정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참으로 이상한 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오는 길에 스스로 상상했던 것보다 감옥에서 사는 일이 훨씬 수월할 것처럼 생각되었다는 것이다. 죄수들은 족쇄를 차고 있으면서도 자유롭게 감옥 안을 오가고 있었으며, 욕설을 퍼부으면서도 노래를 부르고, 자기 일도 하고 파이프 담배를 피우면서, 심지어는 술(비록 아주 조금이었겠지만)을 마시기도 했으며, 밤마다 카드를 하는 죄수들도 있었다. 노동 자체는, 사실 강제 노동이라고 할 정도로 그렇게 괴로운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되었는데, 아주 오랜 기간이 흐르고 나서야 나는 이 강제 노동의 어려움이, 고달픔과 끝없음 때문이 아니라 몽둥이 밑에서 의무적으로, 강제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바깥 세상에서도 농부는  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을, 특히 여름이면 가끔 밤에도 일을 한다. 그러나 농부는 자기 자신을 위해, 합리적인 목적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이므로,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완전히 아무런 소용도 없는 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죄수보다 훨씬 수월할 것이다. 만일 사람을 완전히 짓밟아 버리거나 없애 버리고 싶어서 가장 참혹한 형벌로 그를 벌하고 싶다면, 그래서 극악한 살인자도 이 벌 때문에 전율하고 미리부터 그를 위협하는 벌이 있다면, 그것은 아주 전적으로 쓸모 없고 무의미한 성격을 노동에 덧붙이는 것만으로 충분하리라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

그렇지만 나는 한겨울인 12월에 감옥에 갔기 때문에 다섯 배나 더 고되다는 여름날의 노동을 아직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리 요새에서도 겨울철에는 관급 공사를 위한 노동이 대체로 적은 편이었다. 죄수들은 이르띠쉬 강가에 낡은 관용 수송선을 해체하러 가기도 했고, 작업장에서 일하기도 했으며, 눈보라에 쓸려 온 관청 건물 주변의 눈을 치우기도 했을 뿐 아니라 설화 석고를 잘게 빻아서 태우기도 하는 등의 일을 했다. 겨울은 낮이 짧았기 때문에 작업은 일찍 끝났고, 그래서 우리 모두는, 특별히 자기의 일이 없다면, 거의 할 일이 없는 감옥으로 일찌감치 돌아왔다. 그러나 자기의 일을 하는 사람은 아마도 죄수들 중의 3분의1에 불과했으리라. 나머지 사람들은 빈둥거리며 쓸데없이 감옥의 옥사를 어슬렁거렸고, 욕을 해대다가 자기들끼리 음모와 사건을 꾸미기도 하였으며, 만일 어쩌다가 예기치 않게 돈이라도 생기면 술을 마셨다. 밤마다 카드 노름으로 마지막 남은 셔츠까지 잃기도 했는데, 이 모든 것은 고독과 공허함과 무력감 때문이었다. 뒷날에 가서야 나는 자유의 박탈과 강제 노동 이외에도, 유형 생활에는 다른 무엇보다 더욱 힘든 고통 하나가 더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강제적인 공동 생활>이었다. 물론 공동 생활은 다른 곳에도 존재한다. 그러나 감옥에는 어느 누구도 그들과는 친숙해지고 싶지 않았을 사람들도 들어오게 마련인데, 나는 모든 죄수들이, 물론 그것이 대부분 무의식적이라고는 해도, 이러한 고통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의 집의 기록>
표도르 미하일로비티 도스또예프스끼, 이덕형 옮김, 열린책들





 
2014-01-09


호크니 / 이미 그 전에 여섯 개의 캔버스로 이루어진 회화 작품을 많이 제작했습니다. 완성한 후에 그중 아홉 점을 복제했고, 한 줄에 세 점씩 세 줄로 만들어 LA 집의 내 침대 옆에 걸어두었습니다. 54개의 캔버스로 이루어진 복제 이미지들을 보면서 저 작은 그림들을 제작한 방식을 그대로 활용하면 큰 회화 작품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디지털 사진은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줄 테니까요. 나는 생각했습니다. '와, 세상에! 그것은 거대한 회화 작품이 될 거야. 그것은 벌링턴 하우스의 큰 전시장 제일 끝 벽에 아주 잘 어울리겠지. 그 큰 방을 사용할 수 있을 거야. 왜 안 되겠어?' 그 여름 전시를 위해 눈길을 사로잡을 풍경화를 제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입니다. 그것은 진정 도전이라 할 만한 것이었지만, 컴퓨터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왕립미술원에 그 벽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문의했고, 사용해도 좋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지난 1월에 이미 이 작품과 같은 주제로 세 점의 회화를 그렸습니다. LA에서 돌아온 후 첫째 날과 둘째 날에 밖으로 나가 한 번에 세 시간씩 그곳에 앉아 나뭇가지들을 하염없이 바라보았습니다. 나뭇가지들은 아래를 향해 누워있었습니다. 실제로는 내가 올려다보고 있었지만 말입니다. 그 후에 드로잉을 했습니다. 그다지 세밀한 드로잉은 아니었습니다. 이후에 확대하기만 하면 될 만큼 상세한 드로잉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 드로잉들은 각각의 캔버스가 전체 구성상 어느 곳에 위치해야 되는지 내게 알려주었습니다. 이 회화는 기본적으로 한 번에 제작해야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일단 그리기 시작하면 마칠 때까지 계속해야만 하는 작업이었다는 뜻입니다. 이 작업에는 대단히 많은 계획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상당히 빨리 이 작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정한 마감은 그 여름 전시가 아니었습니다. 기한은 봄이 오기 전이었습니다. 봄이 되면 사물들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주제는 겨울나무입니다. 여름이 되면 나무는 나뭇잎으로 가득 찬 단단한 덩어리가 됩니다. 그러면 그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습니다. 그런 것에는 흥미가 없습니다. 나는 겨울나무를 좋아합니다. 환상적이지요, 그 나무들을 그리는 데 방해가 된 것은 겨울에는 빛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12월과 1월 이곳에서는 운이 좋아야 하루에 여섯 시간 정도의 햇빛을 볼 수 있으니까요.

<다시, 그림이다 - 데이비드 호크니와의 대화>
미틴 게이퍼드 지음, 주은정 옮김, 디자인하우스



 
2014-01-09

국립현대미술관
데이비트 호크니,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전시된 그림은 하나, 크기는 36*48인치 사이즈 그림 50개가 모자이크처럼 붙어 전체 180*480인치(약4.6m*12m)
그림의 제목은,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 새로운 포스트-사진 시대를 위한 모티브에 관한 회화>

일부러 전시 보기 전에 읽은 것은 아닌데 <다시, 그림이다>에 이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림은 1층에 전시가 되어 있는데 다른 입구로 들어갔다가 3층 난간에서 먼저 보게 되었다. 이 그림은 크기 자체가 중요한 특징이라 거대함에 압도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지만, 3층에서 내려다본 그림은 생각보다 커보이지 않았고 평범해보였다. 요즘은 그런 크기의 이미지들을 어딜 가나 볼 수 있으니까. 다른 전시들을 둘러보면서 1층으로 내려가 티켓을 보여주고 정면에서 가까이 다가갔다. 그림은 좌우 양쪽이 조금 안쪽으로 휘어져서 전시가 되어있었는데 그림 앞에 바짝 다가서자 정말 붓질로 이루어진 숲 안에 선 느낌이 들었다. 멀리서 볼 때와는 다르게 그림은 거대했고 그림 안 공간감은 풍성했다. 가까이 서서 좌우를 보고 키보다 몇 배 더 높은 그림을 올려다보다가 조금씩 뒤로 물러서자 숲속에서 빠져 나오듯이 나뭇가지의 자세한 생김은 조금씩 사라지면서 전체적인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면 그림 전체의 구도를 볼 수 없는 숲속으로 다시 들어가게 된다. 책에서 데이비드 호크니가 말했듯이 사진이라면 아무리 크게 출력을 해도 표면에 가까이 가는 게 아닌 공간 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신기하고 기분 좋은 경험. 천천히 뒷걸음질쳐 전시장을 나왔다.


 
2014-01-03
Nr.227
(1913년 4월 2일로 추정)
그대여, 나는 그대와 사이가 멀어져야 하나요? 책상 옆에 앉아 그대에 대한 열망을 품고 사라져야 하나요? 오늘 바깥 어두운 복도에서 손을 씻었습니다. 그때 그대에 대한 생각이 너무 강해서 창가로 걸어가 회색빛 하늘에서나마 위안을 찾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살아갑니다.
프란츠

카프카의 편지



 
2014-01-03

그리고, 작년의 책이고 재작년의 책이고 올해의 책인,
<카프카의 편지>
무거워도 가지고 다니면서
빨리 읽겠습니다.
지금은 읽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만 둔 것도 아닌 책.

1912년 9월 20일 처음 편지를 보낸 카프카는,
반년 후인 1913년 3월 23일 베를린으로 가 펠리체를 만난다, 잠깐.
그 동안 쓴 편지는 215통.


책 속의 오늘은, 1913년 3월 28일
'소식이 없을 때면 예전의 민감한 감정에 사로잡힙니다. 내게는 신뢰가 부족합니다. 편지를 쓰는 행복한 시간에만 신뢰를 회복합니다. 그 밖의 경우에는 온 세계가 저에게 적대감을 보입니다. 저는 항상 그대의 편지가 오지 않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마치 절망적인 기분에서 어떤 물건을 찾기 위해 똑같은 장소를 백 번이나 뒤지는 것처럼 수없이 많은 생각이 교차하지요. 그대에게 실제로 어떤 심각한 일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여기서 헤매고 있는 내게도 끔찍한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하루 종일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지요.'









 
2014-01-02

2013년에 읽은 책들을 떠올려보았다, 마지막 며칠간.
책은 거의 언제나 읽고 있는 상태이지만 속도는 느려서 1년을 두고 봐도 수가 많지 않다.
그 목록 중에서 2013년의 발견이라고 하면 역시, 레이먼드 카버.
새로 좋아하는 작가를 발견하게 되는 기쁨을 오랜만에 준 책들.






 
2013-12-25

그 날 산 또다른 책은,
나쓰메 소세키 전집 3 <풀베개> 현암사
지금 4권이 나왔는데 전체 14권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나쓰메 소세키의 책은 <그 후>를 시작으로,
<행인>, <마음>, <문>, <길 위의 생>, <유리문 안에서>를 읽었다.
여러 권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출간 예정 도서 목록을 보니
처음 보는 제목도 많이 있다.



 
2013-12-22
1. 죽음의 집
우리들의 감방은 요새 끝, 장벽 바로 옆에 있었다. 담장 틈새로 혹시 무엇인가 보이지 않을까 해서 신이 창조한 세상을 바라보노라면, 여기서는 단지 하늘의 가장자리와 굵은 잡초가 자라고 있는 높다란 토성과 밤낮 그 위를 오가는 보초들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는, 한 해가 모두 지나가 버려도 여전히 이전과 마찬가지로 담장의 틈새를 통해 무엇인가를 보러 가서는 똑같은 토성과 똑같은 보초들과 아주 작은 하늘의 가장자리만을 볼 뿐인데도, 그 하늘은 감방 위의 하늘이 아니라 저 먼 곳의 또다른 자유의 하늘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2백 걸음 정도의 길이와 1백 50걸음의 폭, 높다란 울타리로 둘러싸인 고르지 못한 육각형 모양의 커다른 마당, 즉 높다란 말뚝에 버팀목을 기대어 땅속 깊숙이 박아 놓고, 윗부분을 예리하게 잘라 놓은 다음, 그것을 횡목으로 단단하게 조여서 세로로 세워 놓은 울타리를 상상해 보라. 바로 이것이 감방의 바깥 울타리이다. 울타리의 다른 한 쪽은 늘상 잠긴 채, 보초들이 밤이고 낮이고 지키고 서 있는 견고한 출입문이 달려 있다. 이 문은 일터로 나가기 위해, 요구에 의해서만 열리곤 했다. 이 출입문 너머에는 여느 누구와 다름없는 보통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광명과 자유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그러나 울타리의 안쪽에서는 그곳을 마치 환상적인 이야기 속의 세계처럼 상상했다. 이곳은 독특한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어서, 그 어느 곳과도 더 이상 비교될 수 없었다. 그곳에는 자기만의 특별한 법칙들과, 복장과 풍습과 관습 등이, 그리고 살아 있으나 죽은 집이,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삶과 특별한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이 특별한 구석의 이야기를 나는 지금 쓰기 시작하려는 것이다.

<죽음의 집의 기록> 도스또예프스끼
시작

 
2013-12-22


어제 산 책 중 한 권.
<죽음의 집의 기록>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또예프스끼, 이덕형 옮김, 열린책들

영풍문고에서 책 네 권을 사서 나오면서
충동적으로 책을 살 수 있고,
온라인으로 사면 조금 더 싸다는 것에 크게 마음 쓰지 않아도 되는
지금의 여유를 생각했다,
즐겼다.
그리고 책은 서점에서 직접 물건을 보고 사는 게 좋다고 다시 생각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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