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2013-07-02
어떤 행운으로 우리가 같은 도시에서, 혹시 프랑크푸르트에서 며칠을 같이 지낼 수 있다고 해봅시다. 두번째 밤에 극장에 가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나는 전람회에서 그대를 데리러 가야 하지요. 그대는 중요한 용건을 제시간에 끝내려 재빨리 애를 써서 처리하고 나를 기다리나 헛일입니다. 나는 오지 않습니다. 단순히 우연한 지각은 더 이상 생각할 수도 없고 가장 친절한 사람한테 될 수 있는 제한 시간도 지나갔습니다. 이렇다 할 소식도 오지 않습니다. 그동안이라면 그대는 직무상의 일을 아주 철저하게 처리할 수도 있었습니다. 여유있게 옷을 갈아입을 수도 있었구요. 어쨌든 극장에 가기엔 너무 늦었습니다. 당신은 내가 단순히 늦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나 조금 걱정합니다. 곧 결심을 하고는 - 그대가 마부에게 지시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 호텔로 와서 나의 방으로 향합니다. 거기서 그대는 무엇을 보게 될까요? 나는 여덟시에도 여전히 침대에 누워 피곤하지도 않고 기운이 없는 것도 아닌데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에 대해 불평을 하고 더 심한 불평을 예상케 합니다. 그대의 손을 쓰다듬으면서, 어둠 속에서 배회하고 있는 그대의 눈을 찾으면서 자신의 끔찍한 실수를 만회하려고 하지요. 그러나 같은 잘못을 당장이라도 다시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내 모든 태도에서 알 수 있습니다. 굳이 변명할 말도 없습니다만 나는 우리의 대조되는 처지를 세세히 잘 알고 있습니다. 내가 만일 그대의 처지가 되어 내 침대 앞에 서 있다면 분노와 절망감에서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우산을 위로 치켜들어 부수어버릴 것입니다. 잊지 말아요, 그대여. 지금 내가 서술한 것은 현실에선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프랑크푸르트에서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것을 사람들이 허용하지 않는다면 나는 하루 종일 전시장 앞에서 웅크리고 았을 겁니다. 극장을 같이 갈 때도 비슷하게 행동할 거예요. 다시 말해 태만하기보다는 집요할 거란 얘기지요. 그러나 내 질문에 좀 더 분명한 대답을 원합니다. 모든 관점에서, 현실에서도, 절대로 좌지우지되지 않는 그런 대답을요. 그래서 나의 질문을 분명하게 제기한 것입니다. 사랑스런 학생, 선생님에게 대답해줘요. 그는 무한한 사랑과 불행 속에서 자주 비현실 속으로 사라지고 싶어합니다.

Nr.120 1912년 12월 31일에서 1913년 1월 1일
<카프카의 편지-약혼녀 펠리체 바우어에게>







 
2013-06-26


파우스트 Faust
요한 볼프강 폰 괴테
김인순 옮김
열린책들




 
2013-05-26
그날 이후로 나는, 게르망트 쪽으로 산책할 때마다 나에게는 문학적 소질이 없다는 것과 유명한 작가가 되기를 영영 단념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전보다 얼마나 더 가슴 아팠던가! 그 때문에 내가 느낀 슬픔은 호젓한 곳에서 홀로 몽상에 잠겨 있을 때면 나를 얼마나 고통스럽게 했던지, 또다시 그런 비애를 느끼지 않으려고, 내 정신은 스스로 그 고통에 대한 일종의 억제책으로, 시나 소설, 내 재능의 결핍으로 인해 기대할 수 없게 된 시적인 미래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그만두게 되었다. 그런 문학적인 집념이 완전히 떠나 그에 대한 애착이 전혀 없게 되자, 갑자기 지붕이, 돌 위에 비치는 태양의 반사가, 길의 향기가 나에게 어떤 특별한 기쁨을 안겨주며 발걸음을 멈추게 했는데, 그것은 그것들이 날더러 와서 붙잡으라고 청했지만,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발견하지는 못했던 그 무언가를 내가 바라보는 저편에 숨기는 듯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숨겨진 것이 그것들 속에 있다고 느껴, 거기에 그대로 서서 꼼짝 않고 눈을 크게 뜨고는 숨을 몰아쉬며, 그 영상 또는 향내의 저편으로 나의 사념과 함께 건너가려고 애썼다. 그리고 할아버지를 뒤따라가야 하기에 산책을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됐을 때에도, 나는 눈을 감고 그것들을 다시 발견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지붕의 선, 돌의 색조를 정확히 회상해내려고 전념했다. 그러자 까닭은 알 수 없었지만, 그것들이 내 가슴속에서 충만해지더니 열릴 준비가 되어 그 덮개를 나에게 넘겨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것은 일찍이 내가 잃어버린 희망, 장래에 소설가나 시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되찾을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인상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 인상들은 지적 가치도 없고 추상적 진리와도 아무런 관계가 없는 어떤 특수한 대상에 항상 결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 인상들은 나에게 까닭 모를 기쁨을, 일종의 풍요로운 환상을 주었고, 그럼으로써 한 거대한 문학 작품을 위한 철학적인 주제를 찾을 때마다 내가 느꼈던 권태와 무력감을 품어주었다. 그러나 그런 형태와 향기 또는 색채의 인상에 의해 나의 의식에 억지로 가해진 의무 - 다시 말해서 그 인상들 뒤에 숨은 것을 인식하려고 애쓰는 것이 너무나 힘들어, 나는 지체 없이 그 노력을 모면케 하는 동시에 그 노고에서 구해줄 구실을 스스로에게서 찾아냈다. 다행히 우리 가족이 나를 불렀다. 그러나 나는, 지금 내게는 그 탐구를 유효하게 계속 해나가나느 데 필요한 안정감은 없으므로 집에 돌아갈 때까지 더는 그것을 생각하지 않는 게 더 나으며, 이렇다 할 성과 없이 겪는 노고는 삼가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나는, 어떤 형태가 향기에 감싸인 미지의 것에 더는 관심을 두지 않았으며, 그런 미지의 것을 이미지라는 옷으로 감싸서 집으로 가져가면 싱싱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매우 마음이 안정되었다. 마치 내가 혼자서 낚시하러 간 날, 싱싱함을 보존하려고 물고기를 풀로 한 겹 덮은 바구니에 넣어 가지고 돌아오듯이. 일단 집에 돌아오자, 나는 이미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처럼 내 정신 속에는(내 방 안에 산책에서 따온 꽃들이나 남들에게서 받은 물건들이 쌓여 있듯이) 햇빛이 반사되어 놀고 있는 돌, 지붕, 종소리, 꽃잎 냄새 등 각양각색의 이미지가 쌓여 있었고, 그 이미지 밑에서, 내가 예감은 했었지만 의지가 부족하여 발견하지 못하고 만 현실이 죽어 있는 지 오래였다.

스완네쪽으로
마르셀 프루스트, 김인환 옮김, 문예출판사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
글쓰기가 아니라도, 그림이든, 영상이든, 무엇이든.






 
2013-05-24
내 흥분의 이런 동기는 미술을 즐기려는 소망에 있기도 하였지만, 이런 소망을 길러 낸 것은 심미학 서적보다는 명소 안내서이고 명소 안내서보다는 열차 시간표였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스완네 쪽으로
3부 고장의 이름-이름
마르셀 프루스트, 김창석 옮김, 국일미디어




 
2013-05-20
나의 사랑스런 소녀여, 오늘 내가 소설에 썼던 모든 것은 그대에게 쓰고 싶어하는 억압된 욕망이었습니다. 이제 나는 양쪽에서 다 벌을 받았습니다. 내가 쓴 글은 아주 비참하고 그대에게는 그것 때문에 짜증을 내고 품위를 잃었습니다.

Nr.97 1912년 12월 17일 밤에서 18일
<카프카의 편지-약혼녀 펠리체 바우어에게>



 
2013-05-11
그대여, 새벽 세시 반입니다.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나의 소설엔 너무 적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그대에게로 돌아가는 것을 거의 주저하고 있습니다. 의외로 자연스럽게(그 장면을 묘사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내게서 흘러나온 그 역겨운 장면으로 인해 내 손이 아직 더러거든요. 그대여 오늘 아무 소식이 없는 게 마치 우리 사이에 여덟 시간의 기차 여행이 두 번 있는 듯합니다. 나의 일요일 편지를 건네받았을 때 무언가 당황스런 일이 일어났나요? 글쎄요, 내일은 알게 되겠지요. 이런 안심 없이는 잠자러 가는 대신 차라리 밤새 방을 왔다갔다할 것입니다. 이제 잘 자요, 가장 사랑하는 이여, 그대에게 지나친 해를 끼치지 않는 한 나에게 성실하세요. 그리고 내가 그대의 방에 있는 사랑스런 물건처럼 그대의 것이라는 점을 아십시오.
그대의 프란츠

Nr.96 1912년 12월 16일에서 17일
<카프카의 편지-약혼녀 펠리체 바우어에게>



 
2013-04-29
그 이야기는 좀 터무니없고 무의미합니다. 그러나 내적 진실이 없었다면(결코 일반적으로 확증될 수 없지만 늘 모든 독자나 청자가 새로이 인정하거나 부정할 것입니다) 아무 것도 아니었을 테지요. 그리고 그 이야기는 적은 분량(타자기 용지로 열일곱 쪽)에 상상하기 어려운 많은 결함이 있어 어떻게 내가 그대에게 이런 미심쩍은 선물을 증정하려고 했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줍니다. 나는 그 짧은 이야기와 함께 나 자신을 부록으로 주고, 그대는 사랑이라는 엄청난 선물을 주세요.

<카프카의 편지-약혼녀 펠리체 바우어에게>


단편소설 <선고>에 대한 이야기,


 
2013-04-29


<카프카의 편지-약혼녀 펠리체 바우어에게>
프란츠 카프카, 변난수 권세훈 옮김, 솔


몇 달 만에 다시 읽기 시작







 
2013-04-07


말이 반짝인다.



 
2013-04-06

황동규 <사는 기쁨>
문학과 지성사


좋다, 이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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