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2013-12-22

<다시 그림이다>
12 서쪽 출구 : 공간 탐구


 
2013-12-20

in 영풍문고

추운 겨울,
뜨끈뜨끈 방바닥에 돈 써가며
읽기 좋은 책은?





 
2013-12-19
드로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사물들을 그럴듯한 공간에 배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호크니,
다시 그림이다





 
2013-12-19
호크니 / 반 고흐는 사진 촬영을 위해 자세를 취하려 들지 않았습니다만, 그 이후로 모든 다른 예술가들을 찍은 사진이 존재합니다. 이는 예술가들이 사진가를 위해 포지를 취해주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반 고흐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진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내 추측으로는 그는 세계가 사진처럼 보인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점에서 나는 그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진이 실제를  포착한다고 믿고 있지요. 사진은 실제를 조금은 포착하지만 그렇게 많이 포착해내지는 못합니다. 반 고흐는 그 점을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보기에 반 고흐의 작품과 세잔의 작품이 세계를 보는 인간의 시각과 보다 가깝습니다. 세잔이 부그로가 정직하지 않다고 언급했을 때, 그는 우리는 그런 식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우리는 대상의 위치를 의심하는, 보다 세잔적인 방식으로 봅니다.

(중략)

호크니 / 동의합니다. 그(앙리 카르티에-브레송)가 사진의 한 시기에서 위대한 대가였다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의 사진은 아마 20세기 중반의 다른 어떤 이의 사진보다 기억할 만합니다. 당신과 나의 마음속에 그리고 대다수 사람들의 마음속 이미지 저장고에는 그의 사진이 8장에서 10장 정도 간직되어 있을 겁니다. '마르네 강둑에서의 피크닉 은 그 한 예 입니다. 우리는 그 사진들을 마음속으로 불러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진가들은, 심지어 유명한 사진가들조차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처럼 기억할 만한 이미지가 많지 않습니다. 아마도 한두 장 정도일 겁니다. 이는 카르티에-브레송이 매우 분명하게 보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언젠가 그는 내게 자신이 사진을 구성하는 방식은 기하학의 문제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그가 세계를 볼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세계를 즉각 평면적인 방식으로 볼 수 있는 능력도 지녔음을 의미합니다.
(중략)
그를 처음 만나기 전날, 거리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그를 보았습니다. 파리의 마자린 거리에서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카메라를 약간 위아래와 양쪽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렸습니다. '저 사람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군. 그를 좀 더 지켜봐야겠어'라고 생각했습니다. 회화를 구성하는 것은 경계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의 문제와 아주 큰 관계가 있습니다. 그를 본 다음날 클로드 버나드가 내게 "카르티에-브레송을 소개해주고 싶군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서로 소개를 받았습니다. 그는 드로잉에 대해, 나는 사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카르티에-브레송은 사진을 그만둘 것이라고 이야기했는데, 곧 그렇게 했습니다.

게이퍼트 / 카르티에-브레송은 마지막 수십 년을 회화보다 드로잉을 하면서 보냈습니다. 물론 그는 사진을 찍기 전에 회화를 공부했습니다. 다른 많은 뛰어난 사진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지 브라사이도 그랬습니다. 그는 사진을 찍기 전에 부다페스트와 베를린의 미술학교를 다녔습니다.

호크니 / 그들은 약간의 데셍 훈련을 받았습니다. 이는 그들이 보는 법을 훈련받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카르티에 브레송의 작업은 기술 변화의 시기와 완벽하게 들어맞습니다. 브레송이 했던 사진 작업을 위해서는 좀 더 고감도의 필름과 손에 들고 조작할 수 있는 소형 카메라의 발달이 필요했습니다. 그 카메라가 바로 1925년경에 나온 라이카(Leica)였습니다. 그것은 최초의 실용적이면서 대중적인 35mm카메라였습니다. 손에 들고 쓸 수 있는 카메라가 출시 되기 전에는 무엇을 찍든 삼각대가 필요했고 따라서 사진가들은 신속하게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지요. 그러므로 카르티에-브레송의 시대는 35mm 카메라의 발명과 컴퓨터의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던 1980년경의 시기 사이에 놓은 기술의 시대였습니다. 그는 환상적인 눈을 가진 그 시기의 대가였습니다. 그는 라이카 카메라가 발명되었을 때 사진을 시작했고 포토샵이 발명되기 조금 전에 사진을 그만두었습니다. 21세기의 젊은 사진가들은 사진을 잘라내지 않는다 같은 그의 원칙을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카르티에-브레송 작품과 같은 사진을 다시는 보지 못할 것입니다. 그것을 결코 믿지 못할 테니까요. 오늘날 사진은 인위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데이비드 호크니와의 대화 : 다시 그림이다> 마틴 게이퍼트, 주은정 옮김, 디자인 하우스




 
2013-12-12

게이퍼드 : 영국의 봄은 꽤나 춥고 날이 궂죠. 겨울처럼 아주 어둡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호크니 : 그렇지만 비는 제게 좋은 소재입니다. 그런 봄이야말로 사람들이 캘리포니아에서 그냥 놓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캘리포니아에서는 실제로 그런 봄을 맞을 수 없으니 말입니다. 만약 당신이 꽃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면, 몇 송이의 꽃이 피는 것을 알아챌 수는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캘리포니아는 북유럽과 전혀 다릅니다. 북유러베서는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뀌는 것이 거대하고도 극적인 사건입니다. 캘리포니아 사막의 표면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월트 디즈니(Walt Disney)의 <판타지아(Fantasia)>를 기억하십니까?  오리지널 버전 중 한 부분에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이 무엇에 대한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공룡들이 짓밟는 장면에 그 음악을 사용했죠. 디즈니 사람들은 너무 오랫동안 남부 캘리포니아에 있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그들은 북유럽과 러시아, 그러니까 겨울을 지낸 뒤 모든 것들이 땅을 뚫고 솟아오르는 곳에 대해 잊어버린 겁니다. 그것이 바로 스트라빈스키 음악의 힘입니다. 공룡이 밀어 넘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움트는 것이죠.

<다시, 그림이다>

 
2013-12-12


<데이비드 호크니와의 대화 - 다시 그림이다>
마틴 게이퍼트 지음, 주은정 옮김, 디자인하우스



 
2013-12-08

이 책의 산문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주로 두 가지이다. 글을 쓰는 당시의 생활에서  관찰하고 생각한 것들과 어린 시절의 이야기. 두 가지 다 나이든 사람의 작고 가만가만한 목소리와 새삼 사소한 것들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오랜 기간 더 집중해야하는 곤두선 글을 쓴 후에 힘을 주지 않은 목소리로 그동안 했던 이야기들의 사이사이를 채우듯이 직접 자기 목소리로 이런 일도 있었고 예전에는 이렇게 생각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글을 쓰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젊은 사람이 이런 식으로 글을 쓴다면 좀 맥빠진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책의 종반으로 가면서 너무 부드러운 시선으로 작은 것들을 살피는 것이 다른 나이대의 나에게는 조금 답답한 느낌도 든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그 생각을 읽은듯이 책의 맨 마지막에는 이런 글이 있다.


'들꽃이 예쁘게 보이면 그건 늙었다는 징조라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맞는 말이다. 산 날은 길고 긴데 살날은 아주 조금밖에 안 남았다는 걸 몸으로 느낀다.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나도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내가 속한 지구촌에는 지금 너무도 추악한 역병이 만연해 있다. 칼끝처럼 섬뜩한 증오와, 살의가 살의를 부르는 복수심으로부터 아무도 자유롭지 못하다. 내가 하찮은 것들을 예뻐하려는 것은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기 위함인지 당면한 공포를 슬쩍 외면하고 망각하기 위함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2013-12-03

행복하게 사는 법
<노란집> 박완서

이 책은 1931년생인 박완서가 2000년대 초반부터 쓴 글들을 묶은 책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70대에 쓴 글들이다.
오랫동안 작업을 해온 사람의 나이가 든 후의 작업물들을 보면 나도 그 나이가 되어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써보거나, 혹은 무엇이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 살아서 그 나이에도 무언가를 해야지가 아니라 지금 해보고 싶어진다.
물론 해보고 돌아와야한다. 나는 아직이니까.


그리고 이 책을 읽다보면 말이, 애쓰고 힘들어간 느낌도 없이 너무 부드럽고 군더더기가 없어 소설가란-오랫동안 직업으로 생활로 글을 써온 사람의 글이란 이런 것이구나 생각이 든다.




 
2013-12-03
속삭임
마나님이 툇마루에 나앉은것은 밖에서 나는 어떤 기척 때문이었다. 분명히 소리도 아닌 것이 냄새도 아닌 것이 불러낸 것같은데 밖은 텅 비어 있었다. 겨우내 방 속 깊이 들어오던 햇빛이 창호지 문밖으로 밀려나면서 툇마루에서 맹렬히 꼼지락대고 있을 뿐. 스멀스멀 살갗을 간질이던 기척은 바로 저거였구나. 봄기운이었다. 별안간 방 안이 굴속처럼 어두워보였다. 낮잠을 자던 영감님도 어느 틈에 무릎걸음으로 기어 나와 눈을가느스름히 뜨고 아직은 겨울나무 티를 못 벗은 마당의 감나무 살구나무 앵두나무 가지 끝에서 노니는 봄볕을 바라본다.
어디선가 한 떼의 굴뚝새가 날아와 살구나무 가지에 앉아서 밀어처럼 작은 소리로 지저귄다. 저것들은 어디서 그 혹독한 겨울을 나며 새끼들을 먹여살렸을까. 땅속에서 잠자던 미물들이 깨어나면서 굳은 땅에 균열을 일으키는 미미한 소리까지 들리는 듯하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지금 왕성하게 교감을 하고 있다. 봄이 얼마나 잔인한 계절이라는 걸 노부부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봄엔 늘 배고팠다. 그들이 어렸을 적에도 그러하였고 젊었을 적에도 그러하였다. 지금 그들은 끼니 걱정 안 한 지 오래되었고 시골에 살지만 텔레비전도 있고 세탁기도 있고 보일러도 있다. 그러나 편리한 것들 때문에 나무와 풀과 새와 나비와 교감하는 능력을 잃었다. 잃은 줄도 모르게 잃었던 것을 봄기운이 불러냈나 보다.
그들은 봄기운이 시키는 대로 한다. 영감님은 오늘처럼 밝은 햇볕 속에서 베갯모 수를 놓고 있는 처녀를 담 너머로 훔쳐보던 옛날얘기를 한다. 마나님은 귀가 좀 어둡다. 행복해 보이는 표정으로 미루어 저 영감이 또 소싯적 얘기를 하나 보다 짐작하고 아무러면요, 당신 한창땐 참 신수가 훤했죠, 기운도 장사고.
이렇게 동문서답을 하면서 마나님은 문득 담 너머로 자신을 훔쳐보던 잘생긴 총각과 눈이 맞았을 때처럼 가슴이 울렁거린다. 그렇게 되면 이건 동문서답이 아니다. 아무려면 어떠랴, 지금 노부부를 소통시키고 있는 건 말이 아니라 봄기운인 것을.

<노란집> 박완서
그들만의 사랑법



 
2013-12-02


새벽의 약속, 끝



 
L [1]..[31][32][33][34] 35 [36][37][38][39][40]..[41]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 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