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2013-09-21
도와주세요. 내가 지난 며칠 동안 저지른 것을 다시 원상태로 돌려놓아주세요.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내 외침을 듣지 못한 그대는 아무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나 의식 속에 자리잡은 이 불안이 나를 헤매게 합니다. 저는 무책임한 것을 쓰거나 아니면 언젠가 그러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문장들이 펜 주위에 숨어 있다가 그 끝을 휘감아 편지 속으로 이끌려들어옵니다. 말하거나 쓰고 싶은 것을 그대로 표현할 힘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언어의 허약함에 대해 암시한다거나 말의 한계와 감정의 무한성을 비교하는 작업이 완전히 결여되어 있었습니다. 무한한 감정은 가슴속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말에서도 무한합니다. 내면에서 명확한 것은 말에서도 거부하기 힘듭니다. 때문에 결코 언어를 걱정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말을 마주하고 보면 자주 걱정이 앞섭니다, 말이 어떤 방식으로 튀어나올지는 아무도 모르지요. 이처럼 뒤얽히고 무감각한 내면이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하지만 말이 우리 내면에서 솟아 나올 때의 비밀스러운 과정에서 자기 인식이 빛을 보게 됩니다. 자기 인식이 여전히 숨겨져 있다 할지라도 우리 앞에 놓여 있으며 그것은 멋지고도 놀라운 광경입니다.

Nr.181
1913년 2월 18일에서 19일
<카프카의 편지 - 약혼녀 펠리체 바우어에게>
솔출판사



 
2013-09-10
레이먼드 카버의 삶과 예술, 그리고 죽음의 순간에까지도 영향을 미쳤던 그의 분신이자, 스승, 그리고 영혼의 동반자는 러시아 작가 체호프이다. 할아버지는 농노였고, 아버지의 가게가 파산한 뒤 가족의 생계를 위해 힘겹게 일해야 했던 체호프처럼 카버 역시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중략)
이러한 시기에 워싱턴 주와 캘리포니아 주의 북부 침체된 환경을 오가던 레이머드 카버는 19세에 결혼했고, 20세에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쓰레기 같은 일"과 아버지로서의 의무, 그리고 "진지하다 싶을 정도로 매달렸던 음주벽" 사이에서 그는 근근이 글을 써나갔다. "치고, 빠지고, 머무리지 말고 계속 나아갈 것"이 그의 생활 신조였고, 이는 필연적으로 그의 작품 형태를 결정하였다. "나는 고료를 금방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글을 쓸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시와 단편소설을 쓰게 된 것이죠."
체호프라면 이런 상황을 잘 이해했을 것이다. 체호프는 19세에 타간로크 지방에서 모스크바로 이주하여 무일푼의 가족을 부양해야 했다. 의대 공부에 매달려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현금을 받기 위해 대중 주간지에 건조하면서도 익살스러운 스케치를 써냈다. 그는 1886년에 쓴 한 편지에서 일부 비평가들이 백 년 뒤에 "미니멀 픽션"이라고 부르게 될 소설 형식의 요건을 열거하고 있다. 첫째, 정치-경제-사회적 요소를 언어로 토로하지 말 것. 둘째, 철저히 객관적일 것. 셋째, 인물과 사물에 대한 묘사를 진실하게 할 것. 넷째. 철저히 간결할 것. 다섯째. 따뜻한 마음을 지닐 것.

레이먼드 카버의 생애와 작품
<제발 조용히 좀 해요> 문학동네


새로 읽는 책에서, 새로 좋아하게 된 작가와의 연관성 안에서
좋아하는 작가를 만날 때의 반가움!

체호프가 말했다는 다섯가지는,
여러번 여러번 다시 읽었다.







 
2013-09-05

레이먼드 카버들.

레이먼드 카버는 문학동네와 집사재 두 군데에서 나왔다.

문학동네의
<제발 조용히좀 해요>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대성당>

집사재의
<사랑에 대해 말할 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
<부탁이니 제발 조용히 해줘>
<숏컷>

문학동네에서 나온 책 중 소설가 김연수가 번역한 <대성당>은 살 수 있는게 헌책 밖에 없는데 가장 싸게 파는 것도 원래 책 가격의 두 배, 5만원이 넘게  파는 경우도 많았다.

집사재의 책들은 모두 헌책.



 
2013-09-05


레이먼드 카버에 빠져있습니다.



미국 서부의 허허벌판 드문드문 떨어져있는 집들 중 하나에 살며
큰 트럭을 운전하고 사냥을 할 것 같은 인상의,
레이먼드 카버,
문학동네 책들에 실린 사진.


 
2013-08-30


연달아 읽는
레이먼드 카버


 
2013-08-18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레이먼드 카버,
정영문 옮김, 문학동네




 
2013-08-03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 가리

새들은,,, 죽다
말이 조금 이상하다.



 
2013-07-30
다시 헵벨의 편지에 빠져 있다가 그대에게 다가갑니다. 서민적인 직업을 갖고 서민적인 근심이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편지들을 읽는지 모르겠습니다. 거기에서는 창작 작업을 통해 자극되고, 무기력 속에서조차 변함 없는 내면을 지닌 어떤 사람이 과격하기 이를 데 없는 자기 고백을 통해 스스로를 고양시키고 있습니다. 나는 그가 실제로 (침착하게 계산해볼 때 제일 작은 땅과 태양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그와 동떨어져 있음에도) 내 곁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가 내 목에 매달려 비통해하고, 내 허약함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지는 것 같습니다. 또 드물기는 하지만 이따금 친구라도 되는 듯이 내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그에게 받은 영향들을 일일이 기술할 수는 없습니다. 첫번째에서 두번째로 나아갈 수도 없습니다. 이처럼 엷은 대기 속에서 삶은 내게 너무 무거운지라 실질적인 투쟁에서 벗어나 전체를 관망하면서 조용히 지냅니다. 게다가 사고력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빈약해 다만 결과에서 발전을 느낄 수 있을 따름입니다. 발전을 통해 결과에 이르거나 결과에서 차근차근 밑으로 내려오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마치 사물 위로 떨어지는 듯 추락의 혼돈 속에서만 그것을 응시할 수 있지요.

카프카의 편지 Nr. 155
1913년 1월 28일에서 29일




 
2013-07-27
<양자전기역학 : 빛과 물질에 관한 이상한 이론 QED : The strange Theory of Light and Matter>에서 리처드 파인만은 낮에 램프를 켜놓고 보면 빛이 유리창 표면에서 부분적으로 반사된다고 말한다. 실험에 따르면 100개의 빛입자 중 평균 네 개는 반사되어 돌아오고 96개는 유리를 통과한다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빛입자가 자신의 경로를 선택하는 과정을 알지 못하며, 특정 입자의 경로를 예측할 수 없다.
플래너리 오코너 단편문학상을 수상한 앤드루 포터의 단편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에서는 사람의 마음이, 기억이, 기억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이 그러하다. 마음은 그 주인이 마음먹은 대로도, 마음먹고 싶은 대로도 움직여주지 않는다. 놓아버리고 싶어도 놓지 못하고, 버티려고 해도 무너지고, 잘하고 싶어도 잘 되지 않고, 곁에 남고 싶어도 떠나게 되고, 용서하고 싶어도 용서가 어렵고, 잡을 수 있는데 잡아주지 못하고, 입으로 말을 해도 귀로 듣지 못하고, 나아가고 싶은데 뒤돌아보게 되고, 안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되고, 보며 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옮긴이의 말 - 마음으로 경험하는 열 가지 아름다운 이야기, 김이선



 
2013-07-27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김이선 옮김, 20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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