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2013-01-27  Modify Delete
지드는 자신의 고용인(그가 우리 주인님 자크라고 부르는)을 내보내려고 합니다. 그 고용인이 툭하면 "확실합니다" 하고 맞장구를 치는게 싫어서라는군요. 저는 에르바르에게, 그 불쌍한 사람을 보거든 그러지 말고 "하기야 뭐든 다 비슷비슷하죠"라는 표현을 써보도록 귀띔을 해주라고 넌지시 일렀습니다.

143. 알베르 카뮈가 장 그르니에에게
파리, 1949년 4월 25일

까뮈-그르니에 서한집
알베르 까뮈,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책세상


 
2013-01-27  Modify Delete

선생님,
방금 이 작은 책 <어휘집 Lexique> 속에서 선생님을 다시 만났습니다. 선생님 말씀이 옳아요. 이 책은 초상화이기도 합니다. 어찌나 생생한 초상화인지 당장 선생님께 달려가고 싶어질 정도였어요. 하지만 늘 그렇듯이 저는 또 지각생이 되었네요(정확한 시간에 닿지는 못해도 약속은 엄수하죠). 그렇지만 사람은 본래 싫어하는 일에는 기꺼이 시간을 지키는 법이지요(치과에 가는 거라면 결코 지각을 하지 않거든요). 그 밖의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완전히 믿고 마음을 놓는 거죠. 하기야,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상대하는데 뭣하러 시간을 잘 지켜야 한단 말입니까, 그들은 변함없이 거기 와 있는데 말입니다. 그렇긴 해도 역시 제겐 변명거리가 별로 없습니다. 제가 젊고 행복했을 때 제게 열을 올리는 체하는 한 여자(그녀는 도지사와 결혼했지요)가 있었는데, 제게 이렇게 말하곤 했어요. "사랑한다면 편지를 쓰는 거예요. 거기서 벗어나면 안 돼요" "아니죠, 참다 참다 못해 결국은 쓰고 마는 게 편지죠" 전 이와 같은 미묘한 차이 덕분에 딱지를 맞고 말았답니다.

143. 알베르 카뮈가 장 그르니에에게
파리, 1949년 4월 25일

까뮈-그르니에 서한집



 
2013-01-20
이 모든 이야기를 온통 두서없이, 그러나 제 능력이 닿는 만큼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제게 답장은 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이 편지를 보내고 나서 얼마 안 있어 파리에 도착할 것이니까요. 사실 선생님께가 아니라면 다른 누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겠습니까. 선생님 스스로 말씀하시듯이 선생님은 한 번도 저에 대하여 몰이해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으셨습니다. 오히려 선생님은 제가 아주 어렸을 적에 제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셨는지 모르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마음으로는 그러고 싶으면서도 선생님 앞으로 다가서지 못했던 것은 저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저는 마땅한 말을 찾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나이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것에 비긴다면 선생님이 갖추신 경험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깊고 높은 것 같아 보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저로서는 제가 선생님에 대하여 품고 있는 그 귀한 우정만으로 충분했습니다. 여러 해 동안 저는 늘 선생님을 증인으로 삼아왔습니다. 그것이 저로서는 선생님께 변함없는 마음을 가지는 한 방식이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이처럼 편지가 너무 길어진 것을 용서하십시오. 선생님을 다시 뵐 생각을 하니 기쁩니다만 어쩌면 이번에 뵙고 나면 오랫동안 뵙지 못할 것 같습니다. 어쨌건 간에 저에 대한 우정을 간직해주십시오. 이제 선생님은 그 우정이 제게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를 아셨을 것입니다. 저도 언젠가 제가 우러러보는 어떤 이상 속에서 꼭 선생님만큼의 높이에 이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아마도 저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겠지요. 그러나 그에 앞서 거기에 어울리는 자격을 갖추려고 노력은 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의 친구,
알베르 까뮈

84. 알베르 까뮈가 장 그르니에에게
르 파늘리에, 1943년 5월 28일

까뮈-그르니에 서한집
알베르 까뮈,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책세상


 
2013-01-10

읽은 책, 읽고 있는 책, 읽다만 책, 오래 전에 조금 읽고 계속 그 상태인 책, 도서관에서 빌려다 놓고 펼쳐보지도 않은 책.



 
2013-01-09


그리고 그 서문의 마지막 부분,
가슴 뛰는 기분이 전해져오는.



 
2013-01-09
<섬>의 서문, 이어서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공상을 나는 몇 번씩이나 해보았다. 그리하여 나는 겸허하게, 아니 남루하게 살아보았으면 싶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렇게 되면 나는 '비밀'을 고이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내가 알제의 저녁 속을 걸어가면서 되풀이 읽어보노라면 나를 마치 취한 사람처럼 만들어주던 저 일종의 음악 같은 말들이다. 나는 새로운 땅으로 들어가고 있는 듯하였고, 우리 도시의 높은 언덕빼기에서 내가 수없이 끼고 돌던 높은 담장들에 둘러싸인 채 그 너머로 오직 눈에 보이지 않는 인동꽃 향기만을 건네주던, 가난한 나의 꿈이었던 저 은밀한 정원들 중 하나가 마침내 내게로 열려오는 것만 같았다. 내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과연 비길 데 없이 풍성한 정원이 열리고 있었다. 그 무엇인가가, 그 누군가가 나의 속에서 어렴풋하게나마 꿈틀거리면서 말을 하고 싶어하고 있었다. 이 새로운 탄생은 어떤 단순한 독서, 어떤 짤막한 대화 한마디만으로도 한 젊은이에게서는 촉발시킬 수 있는 것이다. 펼쳐놓은 책에서 한 개의 문장이 유난히 두드러져보이고 한 개의 어휘가 아직도 방 안에서 울리고 있다. 문득 적절한 말, 정확한 지적을 에워싸고 모순이 풀려 질서를 찾게 되고 무질서가 멈춰버린다. 그와 동시에 벌써 그 완벽한 언어에 대답이라도 하려는 듯 수줍고 더욱 어색한 하나의 노래가 존재의 어둠 속에서 날개를 푸득거린다.


 
2013-01-07
우리들 중의 몇몇 사람들에게 가난과 고통은 물론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사실이었다. 다만 우리들은 우리들의 피끓는 젊음의 온 힘을 다하여 그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세계의 진실이란 이 세계의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이 나누어주는 즐거움 속에 있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우리는 감각 속에서, 세계의 표면에서, 빛과 파도와 대지의 좋은 향기 속에서 살고 있었다. <지상의 양식>이 그 행복에의 초대와 함께 찾아온 것이 우리들에게는 너무 뒤늦은 일이었다는 점은 바로 이런 까닭이었다. 행복으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는 그것을 우리의 오만한 직업으로 삼고 있는 터였다. 그와는 반대로 우리들에게는 우리들의 탐욕으로부터 좀 딴 곳으로 정신을 돌릴 필요가 있었고 우리들의 저 야성적인 행복으로부터 깨어날 필요가 있었다. 물론 음울한 설교자들이 이 세상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생명들 위에 저주의 말을 던지면서 우리들의 바닷가에 서성거리기라도 했더라면 우리들의 반응은 격렬하거나 혹은 지극히 냉소적인 것이었으리라. 우리들에게는 보다 섬세한 스승이 필요하였다. 예컨대 다른 바닷가에서 태어나, 그 또한 빛과 육체의 찬란함에 매혹당한 한 인간이 우리들에게 찾아와서 이 겉에 보이는 세상의 모습은 아름답지만 그것은 허물어지게 마련이니 그 아름다움을 절망적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그 모방 불가능한 언어로 말해 줄 필요가 있었다. 그러자 곧 그 어느 시대에나 한결같은 이 거대한 테마는 우리들의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치는 새로움으로 진동하기 시작했다. 바다, 햇빛, 얼굴들은 어떤 보이지 않는 장벽에 가려지고 여전히 그 매혹은 살아남았으되 우리들에게서 점차 멀어지는 것이었다. 요컨대 <섬>은 우리들에게 자연스럽게 발 딛고 있는 땅으로부터 뿌리를 뽑아내는 방법을 가르쳐주기 위하여 온 것이었다. 이리하여 우리는 문화라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섬 Les Iles>
장 그르니에 Jean Grenier
김화영 옮김
민음사

서문, '섬에 부쳐서-알베르 까뮈' 중





 
2013-01-07

알베르 까뮈는 프랑스 지배하에 있던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 태어나 자랐다. 알제의 고등학교에서 선생님과 제자로 까뮈와 장 그르니에는 만났다고 한다.

까뮈가 쓴, 장 그르니에의 <섬>이라는 책의 서문이 있다.
곧바로 본문을 읽기 시작하지 않고 한 호흡 쉬면서 마음 속에 담아두고 싶을 만큼, 그 자체로 너무나도 좋은 서문,
그 서문의 시작.


 
2013-01-04

책세상의 까뮈 전집은 끝났지만,
선물처럼.


까뮈-그르니에 서한집
ALBERT CAMUS - JEAN GRENIER CORRESPONDANCE 1932~1960
알베르 까뮈, 장 그르니에
책세상, 김화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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