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2018-03-28


<소년의 눈물-서경식의 독서 편력과 영혼의 성장기>
서경식, 이목 옮김, 돌베개


나는 서경식의 책을,
오래 전 대학 1학년 아니면 2학년 때
미학 관련된 교양 수업 시간에
레포트를 쓰기 위해 읽은 적이 있다.
그때는 저자가 누구인지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그 책은 아직 집에 있다.



 
2018-01-18
아무리 한가한 산책이라도 반드시 행선지를 정하는 게 내가 선호하는 방식이다. 나는 거리 산책을 하려고 코벤트 가든의 숙소를 나서기 전에 과제를 정한다. 그리고 도중에 행선지를 바꾼다든가 끝까지 가지 않고 되돌아오는 것은 누군가와 맺은 합의를 부당하게 어기는 것으로 간주한다. 한번은 라임하우스까지 가야 할 일이 생겼는데, 이처럼 일종의 의무감을 갖고 맹세한 굳은 신념에 따라, 나 자신과 약속한 대로 정확히 정오에 출발했다.

아마추어 순찰기
<밤 산책> 찰스 디킨스




 
2018-01-15

<걷기의 인문학>에서 연결된 책 두 권.
<밤 산책> 찰스 디킨스,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장 자크 루소
은행나무 위대한 생각 시리즈




 
2018-01-14
나는 도시의 거리를 걸으며 사소하지만 이런 우울한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길을 걷는데 거리의 돌멩이 하나하나가 나한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아저씨, 이 길을 돌아가보세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나는 기분도 달랠 겸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아무 생각에나 빠져들려고 했지만, 과연 그랬는지 모르겠다. 내 머릿속은 온통 빈민들로 꽉 차 있었기 때문에, 결국은 수천 명 대신 내 기억에 남아 있는 빈민 한 명에 대한 생각으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저, 실례합니다. 선생님." 한번은 그가 무너가 은밀히 할 말이 잇는 듯 나를 한 쪽으로 데리고 가더니 말을 꺼냈다. "저도 한때는 잘나갔습니다."
"그거 안됐군요."
"선생님, 구빈원 원장에 대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분명히 말하는데, 난 그런 문제에 대해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설령 있다 해도......"
"선생님, 한때 잘나갔던 제가 선생님과 이렇게 단 둘이 있으니 드리는 말씀인데, 실은 원장과 저는 둘 다 프리메이슨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는데, 제 처지가 이렇게 형편없다 보니 그쪽에서 제 수신호에 절대로 응답을 안해주지 뭡니까!"
-와핑 노역소

런던 동쪽, 불결한 강과 인접한 래트클리프와 스테프니의 경계 지역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11월이면 영락없이 <죽음의 춤>에 나오는 한 장면 같았다. 도로와 공터, 허름한 집들이 미로처럼 얽히고설켰다가 한 칸짜리 집들에서 끝이 났다. 불결함과 넝마와 굶주림이 난무하는 이 질퍽질퍽한 진흙탕 동네에는 일자리를 잃었거나 어쩌다 드물게 일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살았다. 어쨌든 숙련된 기술자들은 아니었다. 부두 노동자, 강변 노동자,석탄 운반꾼, 바닥짐 싣는 인부, 장작을 패거나 물 긷는 허드레일꾼까지 한낱 막일꾼일 뿐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그들은 이 세상에 생겨나서 비참한 자신들 종족을 번식시켰다.
...
"방금 뭐라고 했죠?"
"납 때문이라고요. 납 공장 때문인 게 틀림없어요. 저 여자는 일당 십팔 펜스를 받고 거기에서 일했거든요. 그것도 일찌감치 신청을 하고, 운이 좋아서 그쪽에서 사람이 필요할 때만 일할 수 있죠. 그런데 납에 중독된 거예요. 어떤 사람은 쉽게 중독되고, 어떤 사람은 조금 늦게 중독되지만 결국 대부분 중독이 되고 말죠 모두 체질에 달려 있어요. 강한 체질도 있고 약한 체질도 있죠. 저 여자는 쉽게 중독되는 체질인 데다 상태가 아주 심각해요. 귀로 뇌가 흘러나오고 있어서 여간 괴롭지 않나 봐요. 그래서 저런 거예요. 더도 덜도 아니고 그것 때문이에요. 선생님."
...
그때 여주인의 결혼한 딸이 위층 자기 방에서 내려와서 대화에 끼었다. 그녀 역시 그날 아침 일찍 '간택'되기를 바라고 납 공장에 갔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녀에게는 네 명의 아이가 있었고, 부두 노동자인 남편 역시 일거리를 찾으러 나갔는데, 장인보다 형편이 나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영국 태생답게 몸매가 풍만하고 성격이 명랑했다.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옷차림은 허름했지만 나름대로 단정하게 보이려고 애쓴 흔적이 보였다. 그녀는 불쌍한 병자의 고통 뿐만 아니라, 납 중독의 증상이라든가 어떤 식으로 악화되는지도 훤히 꿰고 있었다. 그런 경우를 자주 보기 때문이었다. 그녀 말로는 공장 안에서 냄새를 많이 맡으면 쓰러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지 않으면 어쩌겠는가? 배곯는 자식들을 보느니, 일당 18펜스를 위해 계속 그 일을 하다가 피부가 헐고 몸이 마비되는 편이 나았다.
...
나는 아이들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한동안 다른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아이들을 볼 때면 비참한 어른들을 볼 때와 달리 마음을 다잡지 않고선 견디기 힘들었다. 어린아이들이 얼마나 굶주렸으면 그렇게 진지한 표정을 짓고 과묵할까. 나는 동굴 같은 집에서 병들어 죽어가는 아이들을 생각했다. 그 아이들은 분노도 느끼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아이들을 생각할수록 나 자신이 무력하게만 느껴졌다.

-동쪽의 작은 별
찰스 디킨스 <밤 산책>


저널리스트였던 찰스 디킨스의
르포 같은 장들.
사실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다.
어렸을 때 요약된 문고판으로 읽은 것 외에.



 
2018-01-14
딱히 할 일이 없었던 어느 날 런던의 이스트엔드가 나를 향해 유혹의 손짓을 했다. 나는 런던광역시 중에서도 동쪽 방향을 향해 코벤트 가든을 출발해서는, 티푸 사힙과 찰스 램을 느긋하게 떠올리며 동인도회사를 지나고, 반바지 차림인 작은 해군생도 목각인형의 한쪽 다리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으며 그 앞을 지나서, 알드게이트 펌프를 지난 뒤 (거무스름한 얼굴을 흉측하게 묘사한 포스터가 민망스러울 정도로 많이 붙어 있는) 사라센스 헤드를 거쳐, 그의 오래된 이웃이 운영했던 블랙 보아인지 블루 보어인지 아니면 블루 불인지 하는 건물의 텅 빈 마당을(그 집 주인이 언제 세상을 떠났는지, 사라진 그의 마차들은 어디로 갔는지 나는 잘 모른다) 어슬렁어슬렁 통과해 다시 철도의 시대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화이트 채플 교회를 지나 - 비상업적인 여행자에게는 어울리지 않게 - 상업적인 거리로 들어섰다. 이어서 푹푹 빠지는 진흙탕 대로를 신나게 걸으면서 설탕 정제업자 소유의 대형 건물과 뒷골목 작은 공터에 있는 작은 돛대와 풍향계, 그 근처 술와 선착장, 돌멩이가 깔린 전차길을 느릿느릿 움직이는 동인도 회사의 화물열차, 돈에 쪼들리는 뱃사람들이 육분의나 사분의깨나 갖다 바쳤을 전당포(그 물건들의 사용법만 알았더라면 내가 싼 값으로 샀을 텐데) 따위를 즐겁게 구경하다, 어느 순간 오른쪽 샛길로 빠져 와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와핑 노역소,
찰스 디킨스 <밤 산책>
이은정 옮김, 은행나무


걸어가는 저자를
따라 걷는 듯한.






 
2018-01-04
더불어 파이 장사꾼의 마지막 화롯불과 함께 밤새 깨어 있던 사람들의 일상도 꺼져가면, 거리 모퉁이에서 가장 먼저 아침밥을 파는 노점의 화로에 불이 붙는다. 이처럼 빠르게, 그러다 막판에는 순식간에 낮이 오고, 그러면 나도 피곤에 지쳐 잠을 잘 수 있었다. 요즘 종종 생각하는데, 그런 시각에 구가하는 일이 런던에서 가장 비참한 일은 아니며, 런던에서 가장 형편없는 지역이라고 해서 집 없는 노숙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내가 필요하면 어디에서 온갖 악과 불행을 찾을 수 있는지 잘 알게 되었다. 다만 그것들은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서, 내가 노숙자처럼 수 킬로미터의 거리를 그것도 혼자서 외롭게 돌아다니지 않았으면 절대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밤 산책
<밤 산책> 찰스 디킨스, 이은정 옮김, 은행나무 위대한 생각 시리즈4


찰스 디킨스는 불면증을 겪던 시기에,
밖에 나가 밤새도록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동틀 무렵에 들어와 잠을 잤다고 한다.




 
2017-12-26

.

 
2017-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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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4
그 시합은 아이디어 월드컵의 핵심 경기였다. 양 팀은 공을 놓고 맹렬하게 다퉜다. 올스타 페미니스트 팀은 '만연한 사회문제'라고 표기된 골대에 공을 차넣으려고 연거푸 시도했고, 주류 언론과 주류 남성들이 포진한 상대 팀은 '고립된 사건'이라는 예의 많이 본 골네트에 공을 집어넣으려고 애썼다. 주류 팀의 골키퍼는 공을 자기 골너트로부터 멀찌감치 떨어뜨리기 위해서 '정신질환'이란 말을 외치고 또 외쳤다. 그 '공'은 캘리포니아 주 아일라비스타(Isla Vista)에서 한 학생이 다른 학생드를 학살한 사건의 의미를 뜻했다(2014년 5월 23일 금요일 밤, 22세의 엘리엇 로저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캘리포니아 대학 쎈타바버라 분교에 다니는 남자 대학생 세명을 칼로 찔러 죽인 뒤 같은 학교 여학생 클럽으로 가서 총으로 여학생을 비롯한 세명을 더 쏘아 죽이고 행인들에게도 무차별 총격을 가하며 달아나다가 결국 차 안에서 총으로 자살했다).
사건이 벌어진 후 주말 내내 범인의 행동을 정의하려는 시도가 가열차게 벌어졌다. 주류 목소리들은 그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우겼다. 마치 그러면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처럼. 세상은 정상인과 미치광이라는 두 나라로 나뉘어 있고 두 나라 사이에는 국경을 건너는 사람도 공유하는 문화도 없는 것처럼. 그러나 정신질환은 범주의 문제라기보다는 정도의 문제일 때가 더 많고,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 중에서도 아주 많은 수는 온화하고 다정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여러 척도로 볼 때 광기는 불평등, 만족을 모르는 탐욕, 생태파괴와 더불어, 또한 비열함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핵심에 자리한 속성이지 주변부에만 있는 속성이 아니다.
T. M 루어먼(Luhrmann)은 지난해(2013) 신문에 실은 멋진 기고문에서, 인도에서 정신분열증 환자들이 환청을 들을 때는 머릿속의 목소리가 집 청소를 하라고 말하곤 하는 데 비해 미국 환자들은 폭력적인 행동을 하라는 말을 드는 경향이 잇다고 지적했다. 문화는 중요하다. 형사사건의 피고 측 조사관으로 일하기 때문에 정신이상과 폭력에 관해서라면 속속들이 잘 아는 내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현실과의 접촉을 잃기 시작하면, 병든 뇌는 무엇이 되었든 그것을 둘러싼 환경에 집착적으로, 망상적으로 매달리기 마련이야. 주변 문화의 질병에."
...
아일라비스타 살인자는 여자만이 아니라 남자도 죽였다. 그러나 그가 벌인 광란극의 목표는 여학생 클럽의 회원들을 처단하는 것이었던 모양이다. 그는 자신이 여자들에게 성적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을 여자들이 자신에게 모욕을 가하는 상황으로 해석했던 듯하다. 자신에게 권리가 있다는 의식과 자기연민이 슬프게 뒤섞인 감정 상태에서, 그는 여자들에게는 자신을 만족시킬 의무가 있다고 믿었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Men Explain Things To Me>
리베카 솔닛, 김명남 옮김, 창비





 
2017-12-14


'할머니들, 평등주의자들, 몽상가들, 이해하는 남자들,
꾸준히 나아가고 있는 젊은 여자들, 그 길을 연 나이 든 여자들,
끝나지 않는 대화들
그리고 (2014년 1월에 태어난) 엘라 나히모비츠가
제 역량을 온전히 펼칠 세상을 위하여'



뭉클하고 울컥하는 첫 페이지.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든다>
Rebecca Soln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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