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012-05-31
Nr.181
1913년 2월 18일에서 19일
도와주세요. 내가 지난 며칠 동안 저지른 것을 다시 원상태로 돌려놓아 주세요. 별다른 일은 일어니지 않았습니다. 내 외침을 듣지 못한 그대는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나 의식 속에 자리잡은 이 불안이 나를 헤매게 합니다. 저는 무책임한 것을 쓰거나 아니면 언젠가 그러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문장들이 펜 주위에 숨어 있다가 그 끝을 휘감아 편지 속으로 이끌려 들어옵니다. 말하거나 쓰고 싶은 것을 그대로 표현할 힘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언어의 허약함에 대해 암시한다거나 말의 한계와 감정의 무한성을 비교하는 작업이 완전히 결여되어 있었습니다. 무한한 감정은 가슴 속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말에서도 무한합니다. 내면에서 명확한 것은 말에서도 거부하기 힘듭니다. 때문에 결코 언어를 걱정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말을 마주하고 보면 자주 걱정이 앞섭니다. 말이 어떤 방식으로 튀어나올지는 아무도 모르지요. 이처럼 격정적이고 이리저리 뒤얽히고 무감각한 내면이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하지만 말이 우리 내면에서 솟아 나올 때의 비밀스러운 과정에서 자기 인식이 빛을 보게 됩니다. 자기 인식이 여전히 숨겨져 있다 할지라도 우리 앞에 놓여 있으며 그것은 멋지고도 놀라운 광경입니다.
내가 지난 시절 내뱉었던 혐오스러운 말에서 나를 지켜주세요. 그대가 모든 것을 통찰하고 있으며 어쨌든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주세요. 지난번에 라스커-쉴러와 슈니츨러를 모욕하는 글을 적었습니다.  내가 얼마나 옳았던가요! 그러나 이 두 사람은 내가 바닥에 누워 있는 심연 위를 천사가 되어 날아다닙니다. 막스가 칭찬하더군요! 그가 원래부터 내 책을 칭찬한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은 내 앞에 놓여 있습니다. 그 판단은 누군가가 그럴 마음이 있다면 검증해보아야겠지요. 막스는 누구보다도 나를 칭찬합니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우스꽝스러운 것입니다. 나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요? 누가 나를 검증할 수 있겠습니까? 내 자신을 의미하는 지리멸렬한 상태의 구조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강력한 손을 원한 적이 있었습니다. 내가 그 때 말하는 것은 정확한 의견도 아닐 뿐더라 순간적인 의견도 아닙니다. 내 자신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불명확한 것들이 뒤엉켜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따라서 나는 내 자신에 대한 거부감을 정확히 규명할 수도 없고, 완전히 받아들일 수도 없습니다.
그대여, 만일 그대가 이러한 혼란을 겪는다면 어떤 말을 하겠습니까? 그것은 직접 체험하는 사람보다 구경꾼에게 더 슬프고 거북한 일이 아닐까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슬프고 거북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도망치지 않으려면 얼마나 많은 힘이 필요한지 상상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고백하건대, 내가 이 모든 것을 조용히 적고 있는 동안 말입니다.
프란츠

<카프카의 편지-약혼녀 펠리체 바우어에게>






 
2012-05-23
단편애니메이션 제작지원 받았다.
결과 기다리며 초조해했던 것과 달리 의외로 뭔가 밍밍하고 김빠지는 기분.
아무튼, 다시 시작.
그것도, 다른 애니메이션도.



 
2012-05-18
그리운 마음이 있어 너를 볼 때면
허전한 마음이 있어 그 곳에 서면

언니네이발관을 다시 듣고 있다.
주로 듣는 것은 1,2집.
언니네이발관과 작업을 하기로 하고 이석원씨를 만나고 할 때는 어쩐지 음악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 중간에 나왔던 5집 말고는. 사실 예전 음반들을 별로 안 듣게 된 시점이기도 했지만, 가수 개인을 만나는 것이 음악에서는 좀 멀어지게 하는 일인가보다 했었다.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음악이 들리는구나.
최근에 만든 것보다 예전 것이 좋다는 건 실망스러운 기분이 들게 하는 말일까? 내 경우를 생각하면 그렇지는 않은데.
아무튼, 1,2집.



 
2012-05-18

버지니아 울프, 어느 작가의 일기

(그런데 모파상의 글이 인용된 부분 번역이 어색하고 모호하다)

 
2012-05-17
오후에 시골길을 헤매지 돌아다니지 않았더라면 책상에 앉아 심연에 가라앉은 나의 의식을 단숨에 정점으로 솟아오르게 할 만한 글을 썼을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러나 평소대로 잠자리에 들 것입니다. 아마도 오랫동안 아무것도 쓰지 않아 내 자신과 그대에게, 그리고 세계에 짐이 될 것입니다.
Nr.169 1913년 2월 9일에서 10일
카프카의 편지





 
2012-05-14


<카프카의 편지>
정말 좋습니다.
이 편지들이 이렇게 공개되어 사람들이 읽게 될거라고 카프카는 상상도 못했겠지만.
소설들조차도 출판하지 말고 모두 태워서 없애달라는 말을 남겼다는데요.



 
2012-05-14


Nr. 156
1913년 1월 29일에서 30일
내가 다른 사람들처럼 감기에 민감해진 것은 지난 여름 이래의 새로운 경험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피부를 단련하려고 천 번이나 마사지를 했는데도 별다른 이유도 없이 감기에 걸립니다. (물론 이 감기에 대한 척도가 될 수는 없지만) 그대가 즐기는 뜨거운 차를 마시지 않은 탓일까요? 그대는 모르겠지만 한때 감기에 걸릴 가능성이 없는 것을 급작스러운 파멸을 예고하는 중대한 징조로 믿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급작스러운 파멸을 항상 확신했지요. 그런 식으로 (감기에 걸리지 않는 것은 수많은 징조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합니다) 점점 인간 공동체에서 사라진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이에 대한 증거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주의를 기울였지요. 단지 사소한 것들이 앞뒤가 맞지 않았고 모든 두려움이 증명된 것은 아니었지만, 모든 희망은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중요하지도 않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누군가가 잠시 옆을 쳐다보면 벌써 배척받은 듯한 느낌이 들고 상대방의 얼굴을 내 쪽으로 돌릴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그러한 상황과는 전혀 무관한 막스에게 그것이 나를 화나게 만들며, 나를 사랑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그 누구도 내 곁에 앉지 않고, 내 눈을 쳐다보며 용기를 북돋아주려고도 하지 않으며, 나를 껴안지도 않고(사랑 때문이라기보다는 절망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나를 구원해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켜줄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우리 두 사람은 프라하 근교의 아름다운 지역인 도브리코비크로 소풍을 가서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오후 내내 비가 내려서 막스의 방에 있는 소파에 누워(우리는 방 두 개를 빌렸습니다. 저는 방을 따로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대는 이것을 용기라고 여기겠지만 소심함에 불과합니다. 바닥에서 자는 사람은  밑으로 떨어질 수 없듯이 혼자 자는 사람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멍한 상태로 있었습니다. 잠이 오지 않았지만 막스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눈을 뜨고 싶지도 않았지요. 그는 책상 앞에 앉아 노벨레 <체코 여인>을(이 작품을 그대는 아마도 나중에 <베를리너 타게스블라트>에서 읽었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습니다. 나는 두 눈을 감고 하릴없이 나무 지붕과 베란다에 요란하게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고 있었지요. 마침내 막스는 독서를 끝냈고(덧붙이자면 그는 펜이 종이 위에서 저절로 움직일 정도로 글도 빨리 썼습니다) 나는 일어나 몸을 약간 폈습니다. 다시 긴 의자에 누워 멍한 상태로 있기 위한 준비 운동에 지나지 않았지만요. 몇 년을, 아니 더 정확히 회상해보면 끝없이 많은 날들을 그런 식으로 살았습니다. 그대여, 이와는 정반대로 아름다운 나날들이 끝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그대의 손을 내밀어주세요.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그대의 손을 잡을 엄두가 나지 않지만.
프란츠

<카프카의 편지-약혼녀 펠리체 바우어에게> 프란츠 카프카, 변난수, 권세훈 옮김, 솔











 
2012-05-14

카프카의 편지




 
2012-05-13


1권 다시 읽고 새 번역본 읽기 시작해야지 하고 무심히 꺼냈는데,
아, 다시 두근두근하며 읽고 있다.




 
2012-05-13
다만 이해가 간 것은, 르그랑댕이 서당, 달밤과 젊음 밖에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진실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는 성관을 소유한 사람들을 매우 좋아하였고, 그래서 그들 앞에서 그들의 마음을 언짢게 하지나 않을까, 자신의 친구 중에 속물이나 공증인 또는 증권거래소 직원의 아들 따위가 있는 것이 발각되지나 않을까 겁내어, 그런 사실이 어차피 발각될 것 같으면, 자기가 없는 때, 귀에 들리지 않는 곳, '결석 재판'이기를 바라 마지 않았다. 그는 속물이었던 것이다.
(중략)
이제 집에서는, 르그랑댕 씨가 어떤 위인인지를 잘 알게 되어, 우리와 그와의 교제는 몹시 소원해지고 말았다. 르그랑댕이 실토하지 않았던 죄로, 그가 끊임없이 용서 못 할 죄라고 부르고 있던 속물 근성을, 현행범으로서 목격할 때마다 어머니는 재미있어했다.
(중략)
"내가 말씀드리려고 한 것은 그게 아닙니다." 하고 수목처럼 고집 세게, 하늘처럼 무자비하게, 아버지는 가로막았다. "내가 여쭈어 본 것은, 집의 장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 경우라든가, 쓸쓸한 고장에서 허전한 느낌이 드시지 않게 해드리는 경우를 위하여, 혹시나 그곳에 아시는 분이 있나 여쭈어 본 건데요?"
"어디나 마찬가지로, 그곳에서도 나는 다들하고 아는 사이이고, 동시에 아무하고도 아는 사이가 아닙니다"하고 르그랑댕은 호락호락 항복하지 않고 대답했다. "사물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인간에 대해서는 거의 모릅니다. 한데 그곳에서는 사물 자체가 인간과 비슷하죠. 드문 인간, 미묘한 본질을 가진, 삶에 배신당한 인간과 비슷합니다. 해안의 벌벽 위, 길 가장자리에서 당신이 맞부딪치는 것은 어쩌면 때로는 성, 아직 장밋빛 황혼, 때마침 금빛에 달이 떠오르고 몇몇의 쪽배가 얼룩덜룩한 수면에 물무늬를 그으면서 돛대에 신호기를 울리고 고물에 국기를 달고 돌아오고 있는 황혼에, 그 성은 자기의 고민을 하소연하려고 멈추고 있는 거죠. 또 때로는 그것이 간소한, 오히려 지저분한 외딴집, 행복과 환멸의 영구히 풀리지 않는 어떤 비밀을 온 인간의 눈에 숨기고 있는 듯한 소심한 모양이지만 소설적으로 보이는 외딴집일 때도 있겠지요. 이 진실성 없는 지방은" 하고 그는 마키아벨리적인 교활성과 더불어 덧붙였다.
(중략)
아버지는 그 후 서너 번 그와 만나, 이야기를 다시 꺼내, 그를 질문으로 괴롭혔지만 결국 헛수고였다. 박식한 사기꾼이 양피지 고문서를 위조하기 위해, 수고와 지식을 기울이면서도, 그 100분의 1의 수고만으로도 좀더 돈벌이가 되는, 그리고 명예로운 지위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듯이 르그랑댕 씨는 우리가 더욱 집요하게 질문했다면 마침내는, 라 바스 노르망디 지방 풍경의 온 윤리학과 천공의 온 지리학을 구성하고 말았을 테지만, 발베크에서 5리 가량 떨어진 곳에 그의 누이동생이 살고 있다고 실토하는 것도, 소개장을 써 주는 데 불과한 의무도 아꼈을 것이다. 그런 소개장을 우리가 이용할 리가 만무하다는 확신이 그에게 있었다면 - 할머니의 성격을 알고 있는 그의 경험상으로 보아 당연히 그것이 있었을 텐데 - 소개장 하나를 그처럼 겁내지 않아도 좋았을 것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스완네 집 쪽으로, 마르셀 프루스트, 김창석 옮김, 국일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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