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012-03-10
Nr.31
1912년 11월 15일
사랑하는 이여, 나를 괴롭히지 마시오. 그대는 오늘, 토요일에도 편지 한 통 없이 나를 내버려두는군요. 바로 오늘,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듯 편지가 오리라 생각한 날입니다. 누가 완전한 편지를 원했나요. 그저 두 줄, 하나의 인사말, 하나의 봉투, 엽서 하나를 원했지요. 네 통의 편지를 보냈는데도(이 편지가 다섯번째입니다) 그대한테 단 한 줄의 편지도 받지 못했습니다. 옳지 않습니다. 어떻게 내가 그 긴 하루를 보내고, 일을 하고, 말하고, 또 사람들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을 할 수 있겠습니까?
......

Nr.34
1912년 11월 17일
그대가 보내는 모든 편지는 아무리 짧아도 나에게는 무한히 깁니다(맙소사, 언뜻 보기에 모든 것을 다 비난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 그대의 편지는 짧지 않습니다. 내가 받을 자격이 있는 것보다 만 배나 깁니다). 그 편지를 서명까지 다 읽고 난 뒤 다시 처음부터 읽습니다. 그렇게 계속 반복합니다. 그러나 결국 편지에 종지부가 있음을 인정하고 그대는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그때는 스스로 머리를 한 대 치고 싶습니다.
......

Nr.37
1912년 11월 18일
......
드디어 종소리가 나고 우편집배원이! 아, 집배원은 얼마나 친절하고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요! 전보엔 그 어떤 나쁜 소식도 씌어 있어서는 안 되었습니다. 물론 아니었습니다. 사랑과 호의만이 담겨 있었습니다. 내 앞에 펼쳐진 채 내 앞에 놓여 있는 전보는 지금도 나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격렬한 고통에서 행복으로 날아오를 때 사람들은 어디서 그 힘을 조달하고 어떻게 의식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

Nr. 38
1912년 11월 19일
사랑하는 이여, 이것은 결코 비난이 아닙니다. 단지 설명에 대한 부탁입니다. 잘 알지 못해 슬픕니다. 수없이 편지를 보내는 우리의 이 미친 짓을 그만두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 어제 그 일에 관해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대에겐 내일 보내겠습니다. 편지 날짜를 변경하는 것은 서로 동의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전에 의논하고 통지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미칠 겁니다. 그대가 알려준 바에 의하면 그대는 나의 지난번 등기 편지를 금요일 오전에 받았고, 아니면 적어도 그 편지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하는데 나 자신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요? 그런데도 그대는 토요일에야 그 편지에 답했고, 토요일 편지에서 그날 편지를 하나 더 쓰겠다고 하고는 하지 않았으며, 월요일에는 약속했던 두 통의 편지 대신 하나도 받지 못한 사실은요? 또 그대는 일요일이 지나는 동안 한 마디도 쓰지 않고 있다가 저녁에야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편지를 쓰셨지요. 내가 아직도 행복해할 수 있는 정도에 한해서 말입니다. 내가 전보를 보내지 않았다면 월요일에도 편지를 하지 않았을 거고 결국 아무 편지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월요일 날자가 적힌 그대의 속달 편지가 내가 받은 유일한 편지입니다. 그러나 이상하고 놀라운 것은 다음 사실입니다. 그대는 반나절이나 아팠는데도 한 주일 내내 연습 공연에 참석했다는 것입니다. 그대는 아파도 토요일 밤에 춤추러 가고 아침 일곱시경 집에 돌아와 새벽 한시까지 안 자고 있다가 월요일 저녁엔 개인 무도회에 가시나요. 세상에, 무슨 삶이 그러합니까! 사랑하는 이여, 부디 설명을, 설명을 해주세요. 꽃과 책들은 잊어버리세요. 그것은 그저 나의 무력함일 뿐입니다.
프란츠

Nr.39
1912년 11월 20일
사랑하는 이여, 내가 그대에게 어떻게 했다고 나를 그렇게 괴롭히십니까? 오늘도 편지가 없습니다. 첫번째 우편 배달 때도, 두번째 배달 때도. 정말로 나를 괴롭히시는군요! 반면에 그대의 편지 한 통은 나를 무척 행복하게 할 텐데요. 그대는 나에게 싫증이 났습니다. 그 밖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그대가 내게 편지하지 않는 게 놀라운 일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왜 그렇다고 말하지 않는 것입니까? 내가 계속 살아가기 위해선 지난날처럼 헛되이, 끝없이 그대의 소식을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그대의 소식을 들이리라는 희망 또한 없군요. 그대가 침묵으로 보내는 이별을 나 자신에게 반복해 표현해야겠군요. 나는 이 편지를 얼굴에 던지고 싶습니다. 그러면 그 편지를 보내지 못하겠지요. 그래도 편지는 보내야 합니다. 이제 더 편지를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프란츠

Nr.40
1912년 11월 20일에서 21일로 가는 밤으로 추정
사랑하는 이여, 새벽 한시 반입니다. 오전 편지가 그대의 마음을 상하게 했나요? 그대가 친척과 친구들에게 갖고 있는 의무가 무엇인지 내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대는 수고하고 있는데 나는 그대의 수고를 비난하면서 괴롭히고 있습니다. 제발, 사랑하는 그대여, 나를 용서하십시오. 용서한다는 표시로 장미 한 송이를 보내주십시오. 나는 사실 피곤한 게 아니라 무감각하고 마음이 무겁습니다. 적당한 말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제발 내 곁에 머물러달라는 것과 떠나지 말라는 것입니다. 만일 내게서 그 어떤 적의가 나와 그대에게 어제 오전 편지 같은 그런 편지를 쓰더라도 믿지 마세요. 그 편지를 무시하고 내 마음을 보십시오. 삶은 정말 힘들고 슬픕니다. ......
사랑하는 그대여! 화내지 마세요! 그대에게 바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프란츠

<카프카의 편지-약혼녀 펠리체 바우어에게>




 
2012-03-10
Nr.24
1912년 11월 11일
펠리체 양!
저는 당신에게 터무니없는 부탁을 하나 하려 합니다. 만일 제가 편지를 받는 사람이라고 해도 제가 하는 부탁은 터무니없다고 여길 것입니다. 또한 가장 관대한 사람을 시험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제 부탁은 이런 것입니다. 당신의 편지를 일요일에 받을 수 있도록 일주일에 한 번만 제게 편지를 해 주십시오. 매일 보내는 당신의 편지를 견딜 수 없습니다. 참을 수 없습니다. 당신의 편지에 답장을 쓰고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히 침대에 누워 있습니다만 심장의 두근거림은 온몸을 관통하고 당신 이외에는 다른 어떤 것에도 관심을 둘 수가 없습니다. 나는 '그대에게' 속합니다. 그것을 달리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이 표현도 너무 약합니다. 이런 이유로 그대가 무슨 옷을 입고 있는지 알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나는 너무 혼란스러워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나를 좋아하는지 알고 싶지 않습니다. 그랬다면 어떻게 제가, 이 바보가, 여전히 사무실에 아니면 집에 앉아 있겠습니까. 기차에 몸을 던져 눈을 감고 있다가 그대 곁에서야 비로소 눈을 뜨지 않고 말입니다. 내가 왜 그렇게 할 수 없는지 슬픈 이유가 있습니다. 나의 건강은 겨우 제 한 몸을 위해서만 좋을 뿐이지 결혼을 하기엔 좋지 못합니다. 아버지가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구요. 그러나 그대의 편지를 읽을 때는 지나쳐서는 안 될 문제를 지나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그대의 답장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끔찍하게 그대를 고문하고 있습니까. 그대의 조용한 방에서 이 편지를 - 그대의 책상 위에 놓은 편지 가운데 가장 고약한 편지를 - 읽으라고 얼마나 강요하는지요. 때때로 나는 허깨비처럼, 행복을 가져다 주는 그대의 이름에 의해 살아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대에게 다시는 편지를 하지 말라고 했던 토요일의 편지, 또 나 역시 그대에게 같은 약속을 했던 그 편지를 부쳤으면 좋았을 텐데요. 아, 무엇이 그 편지를 부치지 못하도록 했을까요. 그랬다면 모든 것이 다 좋았을 텐데요. 평화로운 해결책이 아직 있습니까? 우리가 서로한테 일주일에 한 번 편지를 쓴다면 도움이 될까요? 아니오. 저의 괴로움이 그런 식으로 치유될 수 있다면 그 괴로움은 심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일요일의 편지조차 견딜 수 없습니다. 그래서, 토요일에 놓쳐버린 기회를 만회하기 위해, 이 편지를 끝에 겨우 남아 있는 기력으로 그대에게 부탁합니다. 우리가 우리의 삶을 아낀다면 그 모든 것을 그만둡시다.
제가 '그대의'란 말로 서명하려고 한다고요? 틀렸습니다. 아니오, 저는 영원히 저 자신에 묶여 있습니다. 그것이 저입니다. 제가 감수해야 할 일입니다.
프란츠

<카프카의 편지-약혼녀 펠리체 바우어에게>



 
2012-03-06
Nr.30
1912년 11월 15일
막스 브로트가 펠리체 바우어에게

친애하는 아가씨-
친절한 편지 고맙습니다. 오늘 오후 프란츠와 이야기할 예정인데 당신의 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당신에게 편지하겠습니다. 그 사이 상황이 해결되어 - 바라는 바이지만 - 필요 없게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당신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프란츠와 그의 빈번한 병적 감수성에 친절하게 대해주십하 하는 것입니다. 프란츠는 순간적인 기분에 따릅니다. 게다가 무조건적인 것만을, 모든 것에서 극단적인 것만 원하는 그런 사람입니다. 결코 타협이란 말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입니다. 글을 쓰는 데 모든 기능이 순조롭지 못하면 그는 절반만큼의 좋은 창작에 만족하기보다는 차라리 몇 달이고 한 줄도 창작하지 않습니다. 문학에서 그러하듯이 프란츠는 모든 것에서 그러합니다. 종종 사람들은 그에게서 변덕스럽고 괴짜인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런 성격을 잘 아는 저로서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더욱이 프란츠는 중요한 일에서는 실무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데 영리하고 능숙하기까지 합니다. 단지 이상적인 문제에서는 농담을 모릅니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무서울 정도로 엄격하기 때문이죠. 그 자신 몸이 허약하고 외적 생활 환경(사무실!!)이 유리하지 못하기에 그로 인해 생기는 갈등을 극복할 수 있도록 사람들은 이해와 선의로 도와주어야 합니다. 출중한 사람은 수많은 평범한 사람과는 다르게 취급받을 만하다는 의식에서 말입니다. - 나는 당신이 내 말을 오해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오늘 같은 경우에 도움을 청하십시오. - 프란츠는 매일 두시까지 사무실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괴로워합니다. 오후에 그는 지칠대로 지친 상태입니다. 그래서 '환상을 채우기' 위해 남아 있는 시간은 밤 뿐입니다. 슬픈 일입니다. 그는 그 때 소설을 쓰는데, 그것은 내가 아는 다른 모든 문학을 압도하는 것입니다. 프란츠가 자유롭고 확실한 보호 아래 있다면 무엇인들 성취할 수 없겠습니까! 진심으로 또 부탁하는데 아무에게도 제가 베를린에 있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저는 아무도 방문하지 않고 당신하고만 이야기했습니다. 당신의 모든 일이 잘 되고 모든 것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충심으로 막스 브로트

<카프카의 편지 - 약혼녀 펠리체 바우어에게>


프란츠 카프카의 친구, 막스 브로트



 
2012-03-06
지연언니는 나와 참 다르지. 나라면 하지 않을 테고 할래도 할 수 없을 텐데 언니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 나올 작품에 자신의 온 시간과 창의력을 쏟고 있고, 페이스북도 하지 않고 홈페이지도 없고 블로그는 있지만 포스팅은 한두 달에 한 번이나 한다. 무엇보다 결혼을 했지. 결혼을 하고, 남편과 사는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아주 가까운 소수의 사람들 속에서 생활을 하며 그 사람들과 자기자신만으로 꽉 차 그 이상의 인간관계는 별로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작품에 참여하고 일을 하는 사이 사이 세 개의 단편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다른 사람의 것을 만들고 작품과 무관한 생활을 한 시간을 한번에 토해내듯이.


 
2012-03-04

<카프카의 편지 - 약혼녀 펠리체 바우어에게> 솔 출판사

 
2012-03-03


<카프카의 편지 - 약혼녀 펠리체 바우어에게>
프란츠 카프카 지음, 변난수 권재훈 옮김, 솔 출판사



 
2012-03-03
<제인 에어>는 그만 읽기로 했다.



 
2012-02-27
<제인 에어>
오랜만에 읽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성큼성큼 진행되는 소설.
할 일이 있을 때나 잠자리에서 읽지 않으려고 신경쓰고 있다. 너무 오래 읽게 되어.



 
2012-02-26


우스운 오후,
제목은 지금 찾아보고야 알았네.



 
2012-02-25
<제인 에어 Jane Eyre>
샬롯 브론테 Charlotte Bronte, 유종호 옮김, 민음사

동네커피에서 알게 된 정지연 감독이 빌려주어 갑자기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언제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렸을 때 요약된 책으로 읽었는지 제대로 번역된 책을 더 나이 들어서 읽었는지 읽기는 읽은건지. 제인 에어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장면들만 앙상하고도 희미하게 머릿속에 있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아, 이야기가 제인 에어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했었구나 했는데 얼마 읽지 않아 읽은 기억이 나는 부분이 나왔다. 전혀 생각해본 적 없는데 그 부분을 만나니 갑자기 많은 것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나왔다.

그건 제인 에어가 함께 살던 외숙모의 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부분인데, 말하자면 사촌 오빠인 남자아이가 제인 에어를 벽에 뒤돌아서 서게 한 다음 제인 에어가 읽던 책을 제인 에어에게 던지는 장면이다. 그리고 나서 몸싸움 끝에 제인에어는 빨간 방에 가둬진다.

나는 그 부분을 국민학교 다닐 때 이모네 집에서 읽었다. 이모는 엄마와 달리 직장을 다니고 계셔서 이모네 집에 낮에 놀러 가면 사촌 동생 셋과 그 아이들의 친할머니만 계셨다. 우리집은 거의 언제나 엄마가 계시니까 엄마가 오래 외출하시는 날은 무언가 색다른 걸 해야될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이모네는 언제나 낮에는 엄마가 안 계시는 집이라는 것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모네 집에는 우리집에 있는 동화나 소설 전집과는 다른 것들이 있어서 읽곤 했다. 이건 진한 주황색으로 된 소설 전집이었는데 바래고 거친 종이 질감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아마 제인 에어도 그랬겠지만 유명한 소설들을 요약해서 어린이용으로 만든 것이었을 것이다.

책을 던져 제인 에어가 쓰러지고 머리에서 피가 나는 장면이 끔찍해서 깜짝 놀랐더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 부분을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이다. 그리고 빨간 방에 가둬져 혼자 남겨진 공포도. 나는 그 때 어린 아이여서 어린 제인 에어의 상황에 감정이입을 굉장히 했던 것 같다. 무자비한 어른들에게 무기력할 수 밖에 없는 아이의 상황.

책 내용에 대한 기억은 거기까지. 조금만 읽다가 만 것일까?
그리고 이모집에 대한 토막난 여러 기억들.
이건 광주에서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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