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012-03-03


<카프카의 편지 - 약혼녀 펠리체 바우어에게>
프란츠 카프카 지음, 변난수 권재훈 옮김, 솔 출판사



 
2012-03-03
<제인 에어>는 그만 읽기로 했다.



 
2012-02-27
<제인 에어>
오랜만에 읽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성큼성큼 진행되는 소설.
할 일이 있을 때나 잠자리에서 읽지 않으려고 신경쓰고 있다. 너무 오래 읽게 되어.



 
2012-02-26


우스운 오후,
제목은 지금 찾아보고야 알았네.



 
2012-02-25
<제인 에어 Jane Eyre>
샬롯 브론테 Charlotte Bronte, 유종호 옮김, 민음사

동네커피에서 알게 된 정지연 감독이 빌려주어 갑자기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언제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렸을 때 요약된 책으로 읽었는지 제대로 번역된 책을 더 나이 들어서 읽었는지 읽기는 읽은건지. 제인 에어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장면들만 앙상하고도 희미하게 머릿속에 있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아, 이야기가 제인 에어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했었구나 했는데 얼마 읽지 않아 읽은 기억이 나는 부분이 나왔다. 전혀 생각해본 적 없는데 그 부분을 만나니 갑자기 많은 것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나왔다.

그건 제인 에어가 함께 살던 외숙모의 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부분인데, 말하자면 사촌 오빠인 남자아이가 제인 에어를 벽에 뒤돌아서 서게 한 다음 제인 에어가 읽던 책을 제인 에어에게 던지는 장면이다. 그리고 나서 몸싸움 끝에 제인에어는 빨간 방에 가둬진다.

나는 그 부분을 국민학교 다닐 때 이모네 집에서 읽었다. 이모는 엄마와 달리 직장을 다니고 계셔서 이모네 집에 낮에 놀러 가면 사촌 동생 셋과 그 아이들의 친할머니만 계셨다. 우리집은 거의 언제나 엄마가 계시니까 엄마가 오래 외출하시는 날은 무언가 색다른 걸 해야될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이모네는 언제나 낮에는 엄마가 안 계시는 집이라는 것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모네 집에는 우리집에 있는 동화나 소설 전집과는 다른 것들이 있어서 읽곤 했다. 이건 진한 주황색으로 된 소설 전집이었는데 바래고 거친 종이 질감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아마 제인 에어도 그랬겠지만 유명한 소설들을 요약해서 어린이용으로 만든 것이었을 것이다.

책을 던져 제인 에어가 쓰러지고 머리에서 피가 나는 장면이 끔찍해서 깜짝 놀랐더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 부분을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이다. 그리고 빨간 방에 가둬져 혼자 남겨진 공포도. 나는 그 때 어린 아이여서 어린 제인 에어의 상황에 감정이입을 굉장히 했던 것 같다. 무자비한 어른들에게 무기력할 수 밖에 없는 아이의 상황.

책 내용에 대한 기억은 거기까지. 조금만 읽다가 만 것일까?
그리고 이모집에 대한 토막난 여러 기억들.
이건 광주에서의 일이다.





 
2012-02-24
잠을 잘 못자는 것 같다. 중간에 자주 깨거나 하지는 않는데 아침에 일어날 때 힘든 일을 하고 난 다음날처럼 몸이 무겁다. 아마 목에서 어깨까지가 너무 아파서 그런 것 같은데.



 
2012-02-23


번역한 사람의 주석.
고등학교 문학 참고서에 있을 법한 해설에, 읽으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후로 얼핏만 보고 지나쳤다, 주석들은.





 
2012-02-23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인리히 뵐
가난.
전후 독일의 가난한 부부는 따로 떨어져 산다.
아내는 세 명의 아이들과 어떤 집의 작은 방에 얹혀 살고 남편은 그 곳에서 사는 것을 견디지 못해 밖으로 나와 떠돌며 버는 돈만 아내에게 가져다 준다. 그리고 둘은 가끔 한 번씩 만나 저녁을 먹고 허름한 호텔에서 잠을 잔다.
가난하고 힘겨운 사람들의 눈에 세상의 풍경과 사람들은 자신의 처지 그대로 무표정하고 말이 없고 고단하다.
이 부부의 이틀간의 이야기.
둘의 독백 형식의 이야기가 한 챕터씩 반복해서 이어진다.
1953년 작.



 
2012-02-23
"우는 이유가 또 있는데," 나는 말했다. "애들이 너무 조용해요. 애들이 너무 얌전해요, 프레드. 그 애들이 학교에 잘 다니고, 진지하다는 당연한 사실이 두려워요. 애들이 꼼꼼하게 학교 숙제를 잘 해가는 것이 놀라워요. 보통 학생들처럼 학교 시험에 대해 떠들며 바보같이 수다도 떨고, 내가 애들만 한 나이에 썼던 말과 거 의 똑같은 표현도 써요. 정말 끔찍한 일이에요, 프레드. 냄비에 고기 삶는 냄새를 맡으면 행복한 표정을 짓고, 아침마다 차분하게 책가방을 챙겨 어깨에 메고 빵을 주머니에 넣어요. 이게 애들이 학교에 가는 모습이에요. 프레드, 나는 가끔 현관에 몰래 나가 창가에 서서 애들 모습이 안 보일 때까지 바라보곤 해요. 책의 무게로 조그만 등이 약간 굽어진 아이들은 모퉁이까지 나란히 걸어가요. 클레멘스는 거기서 방향을 바꿔요. 우중충한 모차르트 가로 어슬렁거리며 걸어가는 카를라는 좀 더 오래 보여요. 뜨개질 본이나 카를 대제의 사망 연도 같은 걸 골똘히 생각하기라도 하는지, 외투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걸어가는 모습이 당신과 똑같아요, 프레드. 아이들이 열심히 생활하는 걸 보면 내가 학교에 다닐 때 열심히 생활한다고 미워한 아이들이 떠올라서 눈물이 나곤 해요. 그 애들은 아기 예수들 같아요. 성가정 성화들 속에서 성 요셉의 대패 옆에서 노는 고운 고수머리 아이들. 열 살이나 열한살쯤 되어 보이는, 심심해서인지 길고 곱슬곱슬한 대팻밥을 손가락 사이로 흘려내보내는 아이들 말이에요. 대팻밥은 그 애들의 고수머리와 꼭 닮았죠."
(중략)
"아뇨, 아니에요. 하지만 애들이 그렇게 어슬렁거리며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말이죠, 애들한테서 절망스럽고도 무의미한 겸손함이 느껴져요. 그럼 난 억울하고 두려워서 눈물이 절로 나와요."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인리히 뵐

 
2012-02-20
'갑자기 현기증이 났고, 나는 행진하는 모든 사람들과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을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내 시야는 오므라든 것처럼 좁아졌고, 나는 희미한 빛을 발하는 회색에 둘러싸인 채 내 두 아이 클레멘스와 카를라의 모습만을 볼 수 있었다. 몹시 창백해 보이는 남자애는 푸른 옷을 입고, 첫 영성체를 할 때 그러듯이 단춧구명에 초록색 가지를 꽂은 채, 손에 초를 들고 있었다. 진지하고도 사랑스러운 그 아이는 창백한 얼굴로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나처럼 검은 머리에 둥그스름한 얼굴과 아리따운 몸매를 지닌 여자애는 빙그레 미소 짓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았지만, 그 애들의 모습이 선명히 보였다. 나는 내게 지워진 낯선 삶을 들여다보듯 내 삶의 그러한 일부분을 들여다보았다. 손에 초를 들고 천천히 엄숙하게 내 좁은 시야를 지나고 있는 내 아이들의 모습에서, 나는 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야 알게 된 사실, 즉 우리가 가난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인리히 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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