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012-02-07

<율리시즈의 눈물 Les Larmes d'Ulysse - 세계 문호들의 개 이야기>
로제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현대문학

로제 그르니에는 까뮈의 친구,
율리시즈는 로제 그르니에가 키우던 개.

 
2012-02-01
'그런데 조이스가 죽었다. 나보다 2주 가량 어렸던 조이스. 위버 양이 양털 장갑을 끼고, <율리시즈>의 타자 친 원고를 가지고 와서, 호가스 하우스의 우리 차 탁자 위에 올려놓던 생각이 난다. 로저가 그녀를 보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찍는데 우리 생활을 바쳐야 하는가? 그 품위 없는 쪽들은 위버 양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목까지 단추를 채운 위버 양은 노처녀다워보였다. 그리고 책은 쪽마다 음란스러웠다. 나는 상감 조각이 된 장식장 서랍 안에 그 원고를 넣어 두었다. 어느 날 캐서린 맨스필드가 와서 내가 그 원고를 꺼내 보였다. 캐서린은 비웃으면서 그것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말했다. 여기엔 뭔가가 있어요, 영문학사에 남을 만하다고 생각되는 광경이. 조이스는 우리 주변에 있었으나, 나는 그를 만난 적이 없다. 나는 가싱턴에 있는 오토라인의 방에서 톰이(그때 조이스의 책이 출판되었다.) 마지막 장의 그 엄청난 기적을 이룬 뒤, 뉘라서 다시 글을 쓸 수 있겠는가, 라고 말하던 일이 생각난다. 톰은 내가 아는 한 처음으로 넋을 잃고 열광했다. 나는 파란 표지의 책을 한 권 사서, 여기서 한여름 동안 놀라움과 발견의 경련을 느끼면서, 그러고는 다시 지겹게 긴 지루함을 느끼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것은 선사시대의 이야기이다. 지금은 신사 분들이 모두 그들의 의견을 새로이 가다듬었고, 책은 긴 행렬의 한가운데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어느 작가의 일기> 버지니아 울프 1941년 1월 15일

톰은 T.S 엘리어트



 
2012-01-28
'마지막 마차다. 여윈 갈색 말도 그것을 아는지 맑은 밤하늘에 경고하듯이 방울을 울렸다. 차장이 마차꾼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둘 다 램프의 초록 불빛 속에서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마차의 빈 좌석에는 채색한 차표들이 몇 장 흩어져 있었다. 길에서는 오고 가는 발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여윈 갈색 말들이 서로 코를 비비대며 방울을 울릴 때 외에는 어떤 소리도 밤의 고요를 깨지는 않았다.
둘은 귀를 기울여 듣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윗단에서, 그녀는 아랫단에서. 그녀는 말을 주고받는 동안 여러 차례 그가 있는 윗단으로 올라왔다 제자리로 내려갔다. 또 한두 번은 내려가기를 잊은 채 한참 동안 윗단의 그의 바로 뒤에 서 있다가 내려가기도 했다. 그의 심장은 물 위에 둥둥 뜬 부표처럼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춤추었다. 고깔 밑에서 소녀의 눈길이 그에게 전해오는 말을 들으면서 그는 언젠가 어렴풋한 과거에 꿈에선지 생시에선지 그 눈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 것만 같았다. 소녀가 허영심을 돋우어 의복이며 허리띠며 검은 긴 양말을 과시하는 것을 보며 그는 자기가 이미 천 번이고 그들 앞에 굴복했었음을 깨달았다. 그런데도 내심의 소리가 춤추는 심장의 고동 소리 너머로 들려오며 그에게 묻는 것이었다. 너는 손을 뻗치기만 하며 잡을 수 있는 이 소녀의 선물을 받겠느냐고. 그러자 그는 언젠가 아일린과 호텔 정원을 들여다보던 날 웨이터가 깃대에 길다린 기를 끌어올리고 양지바른 잔디에서 폭스테리어가 이리저리 뛰놀던 일, 그리고 갑자기 아일린이 깔깔 웃어대며 구불거리는 언덕길을 달려 내려가던 일을 상기했다. 그때처럼 지금도 그는 제자리에 멍청히 선 채 겉으로는 침착한 듯이 눈앞의 광경을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었다. '저 여자도 내가 자길 포옹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 거야'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 나하고 같이 마차를 타러 온 거지. 이 윗단으로 올라왔을 때 쉽사리 껴안을 수 있었어. 아무도 보는 사람은 없으니까. 껴안고 키스를 할 수도 있어.'
그러나 그는 그 어느 쪽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내린 빈 마차에 혼자 않아 차표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우툴두툴한 마차 발판을 침울하게 응시했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 A portrait of the artist as a youngman> 제임스 조이스, 정성국 옮김, 흥신문화사

주인공 스티븐 디덜러스는 지금 10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는 나이인 것 같다.




 
2012-01-27

버지니아 울프는 1915년부터 1941년 자살로 죽기 직전까지 일기를 썼다고 한다. 그 일기를 울프가 죽은 후 남편인 레너드가 내용을 골라서 1953년에 <A writer's diary>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다. 그리고 레너드도 죽고 일기에 나오는 많은 사람들이 죽은 후인 1977년에 이 일기 전체를 담은 다섯 권짜리 책이 나왔다. 울프의 조카 퀜틴의 부인 앤이 편집한 이 책의 제목은 <The diary of Virginia Woolf>.

<어느 작가의 일기>는 글쓰기 작업에 대한 부분만을 모은 레너드의 편집본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고, <그래도 나는 쐐기풀 같은 고통을 뽑지 않을 것이다>는 <The diary of Virginia Woolf>에서 번역자가 편집했는데 작업에 대한 것 뿐 아니라 사적인 일에 대한 기록도 많이 포함되어 있고 <어느 작가의 일기>보다 훨씬 얇다.

<그래도 나는 쐐기풀 같은 고통을 뽑지 않을 것이다>는 1996년에 나왔는데 지금은 절판, 품절. 나는 몇 년 전에 헌책방에서 샀다.

 
2012-01-25
설 연휴가 끝났다. 밖에 나와서 살면서부터 명절 연휴는 부모님 집에 오래 머무는 말 그대로 명절이 되었는데 부모님 집에 여러 날 있다보면 작업과는 완전히 분리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가족 안에서의 생활에서 볼 때 그림을 그리는 것을 포함한 여러가지 나의 작업은 돈을 별로 벌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하나의 직업일 뿐이다. 작업실에 있을 때는 온 시간을 채우고 있는 작업에 대한 생각이 집에서는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하다. 나는 가족 안에서의 시간이 편하면서도, 거리를 두고 볼 겨를 없이 작업과는 무관한  일상 생활의 요소 하나하나에 탐닉하듯 빠져들게 만드는 그 시간이 내내 초조하기도 하다.



 
2012-01-21
이 동네에는 한옥이 많고 한옥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도 많지만 내가 그리고 싶은 건 한옥이 아니라 빽빽하게 이리저리 방향을 둘러가며 들어차 있는 빌라들과 그 사이의 작은 골목들.
그리고 사람이 없는 어두운 주차타워, 불 켜진 사무실들로 가득찬 커다란 건물.
사람이 없는 가운데 남겨진 생활의 흔적. 버려진 쓰레기봉투, 오래 방치된 건물 밖의 자전거나 화분.




 
2012-01-21
<어느 작가의 일기>  역자의 후기  
'울프의 일기는 3월 24일 날짜로 끝난다. 그녀가 세상을 떠나기 나흘 전이다. 이 날의 일기에서는 전혀 죽음을 예감할 수 없다. 호가스 출판사의 리먼으로부터 <막간>을 격찬하는 내용의 편지를 받고, 또 봄에 출간한다는 광고를 냈다는 말을 듣고도 울프는 3월 27일 그 소설이 너무 하찮고 시시해서 다시 손본 뒤 가을에 내고 싶다는 답장을 보낸다.
악화된 우울증 증세에 놀란 레너드는 울프에게 친구 겸 의사임 윌버포스를 만날 것을 권하고, 3월 27일에 울프를 브라이턴으로 데리고 간다.
그 이튿날, 1941년 3월 28일에 울프는 외투를 입고, 호주머니에는 돌을 채워 넣은 채, 집 근처의 우즈강으로 걸어 들어가 자살한다. 레너드는 사우스이즈의 강둑의 그네 옆에서 울프의 지팡이를 발견한다. 울프의 시체는 3주 뒤 멀리 떨어진 강 하류에서 발견되었고, 레너드는 4월 21일에 울프의 사체를 화장하여 멍크스 하우스의 잔디밭 끝에 매장한다.'

<그래도 나는 쐐기풀 같은 고통을 뽑지 않을 것이다> 역자가 덧붙인 글
3월 18일 레너드는 울프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발견한다. 3월 20일 그녀의 상태가 염려되어 네사(울프의 언니)가 차를 마시러 오는데 네사는 집으로 돌아가서 울프에게 자신과 레너드의 조언을 듣고 현명하게 행동하라는 편지를 보낸다. 3월 23일자 답장에서 울프는 '이 공포'는 수주 전에 시작되었고 자신은 다시 미쳐서 결코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쓴다. 그 다음날 3월 24일 울프 부부는 마을로 차바스 부인을 만나러 갔고 울프는 마지막 일기인 3월 24일자에 이 사실을 기록한다.
3월 27일 울프의 상태를 염려한 레너드는 울프의 친구이자 의사인 옥타비아 월버포스를 만나려고 울프와 브라이튼으로 함께 갔다 온다. 그 다음날 아침 울프는 우즈 강에 몸을 던져 자살한다. 레너드는 그녀의 지팡이를 강둑에서 발견하며 그녀의 시체는 3주 후에 하류에서 발견된다. 4월 21일 레너드는 시신을 화장하여 몽크스  하우스 정원의 잔디밭 가장자리 느릅나무 아래에 묻는다.




 
2012-01-20
'그러나 괴이하게도 총은 다시 한 번 우리들 개인의 생활 바로 옆으로 다가왔다. 내가 마치 죽을 운명의 생쥐처럼 매일 한 쪽 씩 끼적거리고 있는 동안에도 총이 분명히 보이고,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달리 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L이 하는 말을 듣는 것 말고는. 모든 것이 엉망이다. 다행히 우리는 모든 만찬과 그 밖의 약속들을 <세월>을 핑게로 연기했다. 이번 봄에는 매우 집중해서 부지런히 일했다. 아마 이틀쯤 날이 갤 것이다. 개나리가 피어 있다. 그리고 매섭게 추운 밤이 올 것이다. 이들 모두는 동시에 닥치는 것 같다. 나의 고역, 우리들의 비사교성, 위기, 모임들, 어둠. 이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아무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그렇다. 아무도 만나지 않았고 산책과 일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점심 먹고, 한 시간 걷고 하는 식으로.'
<어느 작가의 일기> 버지니아 울프
날짜를 적어두지 않았다. 좀 찾아보다가 포기.


 
2012-01-20
날이 따뜻해지면 길에서 그림을 그릴 생각이다. 골목에 앉아서.


 
2012-01-19
'작가는 모두 불행하다. 그래서 책 속에 그려진 세상의 광경은 너무 어둡다. 행복한 것은 말을 갖지 않은 사람들이다. 오두막 정원에 있는 여인들. 이를테면 샤바스 부인. 세상의 참된 광경이 아니다. 작가가 그려낸 광경일 뿐. 음악가나 화가는 행복할까? 그들의 세상은 작가보다 더 행복할까?'  
<어느 작가의 일기> 버지니아 울프 1940년 9월 5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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