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 읽기 외전

2016-05-14


밀레나에게 보내는 편지, 프란츠 카프카

어제는 당신 꿈을 꾸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세세한 것은 거의 다 알고 있지 못합니다. 다만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우리가 계속해서 서로 상대방이 되어, 즉 내가 당신이 되기도 하고 당신이 내가 되기도 했습니다. 최후에 당신 몸에 어찌어찌 하여 불이 붙었습니다. 나는 사람들이 천과 같은 것으로 불을 끄곤 하는 것을 기억해서는, 낡은 스커피를 집어들어 당신을 내리쳤습니다. 그러나 다시 변신이 시작되어 당신은 더 이상 거기에 없고, 불에 타고 있는 것은 나였으며 스커트로 내리치는 것 역시 나였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내리치는 것은 아무 소용 없었고, 다만 그런 물건으로 불을 막을 수 없다는 이전의 내 우려를 입증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이에 소방수가 왔고 당신은 어찌어찌 하여 구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이전과 달라 있었습니다. 유령처럼 보였고, 어둠 속에 백묵으로 그린 모습이었으며, 죽은 듯이, 아니 어쩌면 구조에 대한 기뿜에 실신하여 내 품에 안겼지요. 그런데 그러함에도 역시 변신은 계속 되면서 확정되지 않으며, 누군가의 팔에 안겼던 사람은 아무래도 나인 것 같았습니다.
- 프라하, 1920년 9월



 
2016-05-12

"나는 행복하지 않다. 대신 행복의 문턱에 있다."

(나의 삶은) "탄생을 앞둔 긴 망설임"

카프카



 
2016-05-11
그런데 내가 당신을 견진 성사 - 일종의 유대인 견진 성사도 있습니다 - 때에 선물로 받았다는 사실을 앍고 있씁니까? 나는 83년에 태어났으니, 당신이 태어났을 때에 나는 13살이었습니다. 13번째 생일에는 특별한 축하의식이 있습니다. 회당의 제단 앞에서 힘들게 외운 기도문을 암송해야 했고, 그리고는 집에서 짧은(역시 외운) 인사말도 해야만 했습니다. 선물도 많이 받았어요.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니 뭔가 만족스럽지 못한 점이 있었는데, 선물이 하나 빠진 것입니다. 하늘로부터 그것을 얻고자 요구했지요. 그것을 하느님께서는 지난 8월 10일까지 망설이며 보류하셨던 것입니다.
-프라하, 1920년 8월 10일 화요일

이러한 문제로 아무리 서신 왕래를 한다 해도, 항상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신성하고 갈라설 수 없는 결혼(나는 신경이 몹시 곤두서 있습니다. 지난 며칠 사이에 나의 배는 키를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을 통해 당신 남편과 맺어져 있고, 나는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없으나 마찬가지로 결혼을 통해 누군가와 맺어져 있습니다. 누구와의 결혼인지 알 수 없으나, 그러나 그 끔찍한 아내의 시선이 종종 나를 주시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묘한 것은 이 두 결혼이 해체될 수 없다는 것, 따라서 사실상 그것에 대해 아무 이야기도 할 수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쪽 결혼이 해체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다른 쪽 결혼의 지속성의 바탕을 이루거나 적어도 그것을 강화시키고 또는 그 반대의 경우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남아 있게 되는 것은 단지 당신이 쓴 것처럼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판결뿐입니다.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미래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말고 단지 현재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도록 하지요.

이 진리는 절대적인 것이며 움직일 수 없는 것이고, 세계를 떠받들고 있는 기둥과 같은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백한다면, 감정상으로는[단지 감정의 차원일 뿐, 진리는 남아 있으며, 절대적인 것으로 남아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내가 그와 같은 것에 대해 쓰고자 하면, 이미 검들이 나타나 그 칼끝이 화환처럼 나를 둘러싸고서 서서히 내 몸을 향해 접근해 옵니다. 이보다 더 혹독한 고문은 없습니다. 만약 그 칼끝이 내 살을 할퀴기 시작한다면 - 살을 깊숙이 베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 그러므로 만약 내 살을 단지 할퀴기 시작하면 너무 무서운 나머지 나는 즉시 첫번째 소리를 지름과 동시에 모든 것을 누설하고 말 것입니다. 당신, 나, 그리고 모든 것을 배반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단지 이러한 전제하에서만 고백하자면, 이러한 것들에 관한 그러한 서신 왕래가 내가 느끼기에는(내 삶 때문에 되풀이하건대, 당지 느낌으로만) 마치 내가 중앙아프리카 어딘가에 살게 되고 전 생애를 그곳에서 보낸 다음 유럽에서, 유럽 한 가운데에서 살고 있는 당신에게 차기의 정치 형태에 대한 나의 확고한 견해를 알리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비교일 뿐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어리석고 서투른, 잘못된, 감성적이고 보잘것없는, 의도적으로 맹목적인 비교일 뿐입니다. 제발 그대 검들이여!
.......

당신 남편 문제와 관련하여 나는 당신을 오해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뗄래야 뗄 수 없는 결합의 모든 비밀을, 이 풍성하고 끊임이 없는 비밀을 당신은 계속해서 그의 장화에 대한 걱정 속으로 쏟아 넣고 있습니다. 그 안에는 나를 괴롭히는 무언가가 있씁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아주 간단합니다. 당신이 그의 곁을 떠난다면, 그는 다른 여자와 함께 살거나 아니면 하숙집으로 갈 것인데, 그러면 그의 장화는 이전보다 더 잘 닦여있겠지요. 이것은 바보 같은 말이면서도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이 말 중에 무엇이 나를 그렇게 괴롭히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당신이 그것을 알는지 모르겠습니다.
- 프라하, 1920년 8월 13일 금요일

밀레나에게 보내는 편지, 프란츠 카프카, 박환덕 옮김, 범우사


밀레나는 독일어로 쓰인 카프카의 소설을 체코어로 번역을 하면서 카프카와 서신 왕래를 시작했다. 둘이 만났을 때 밀레나는 결혼을 한 상태였고 카프카는 반복되는 약혼과 파혼 끝에 세번째 파혼을 한 직후였다.
두 번 약혼(과 파혼)을 했던 펠리체 바우어와 마찬가지로 밀레나도 멀리 다른 도시에 살며 편지만 주고 받았고 아주 드물게 만났을 뿐이었다.



 
2016-05-11
당신은 2주 후에야 이 편지를 받게 되므로, 부탁을 해도 별 의미가 없겠지만, 이런 부탁 자체가 본시 의미가 없는 것이어서 조금 덤을 붙인 것에 불과합니다. 이 의지할 곳 없는 세상에서(사람들이 끌고 가면, 어쩔 수 없이 끌려가야 하는 곳에서) 어떻게든 할 수만 있다면, 나라는 사람에 대해 겁먹고 놀라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설령 내가 한 번, 아니 수천 번, 또는 지금 당장, 또는 영원히 당신을 실망시키더라도 말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부탁이라고 할 수 없으며, 당신에게 향한 부탁은 전혀 아닙니다. 어디로 향한 것인지는 나도 모르며, 이것은 단지 답답한 가슴에서 나오는 숨소리일 뿐입니다.
- 프라하, 1920년 8월 17일에서 18일까지 화요일

월요일 아침의 편지는 받았습니다. 지난 월요일 아침 이후,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여행에서의 즐거움(다른 모든 것은 차치하고서 여행은 그 자체가 얼마간의 기분 전환이며, 멱살 잡히고 철저히 휘둘려지는 것입니다) 이미 어느 정도 사라진 월요일 오후 이후로 나는 당신에게 끊임없이 하나의 노래만을 부르고 있습니다. 그것은 언제나 다르면서도 언제나 똑같은 노래이고, 꿈이 없는 수면 상태처럼 풍요로우면서도 지루하고 따분한 노래입니다. 그 때문에 노래 부르는 나 자신이 그 사이에 잠이 들곤 하지요. 이런 노래를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기쁘게 여기고 오랜 시간 동안 내 편지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십시오.
- 수요일

밀레나에게 보내는 편지, 프란츠 카프카



 
2016-05-10
밀레나, 당신은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지 언제나 묻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려운 질문입니다. 편지로는(지난번 일요일의 편지에서도 결코) 대답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가까운 시일 안에 한 번 만나게 되면, 그 때는 틀림없이 말씀드리겠습니다(목소리가 제대로 나오면 말입니다).
- 프라하, 1920년 7월 30일 금요일

폐가 나쁜 것에 대해서 의사는 뭐라고 말합니까? 설마 배고픔을 견디고 트렁크를 운반해야 한다는 처방을 내리지는 않았겠지요? 그리고 나에 대해서 앞으로 변함없이 잘해 주도록, 의사가 찬성하지 않았습니까? 아니면 내 이야기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당신을 진찰해서 내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내가 만족할 수 있겠습니까? 혹은 당신의 폐 속에서 발견된 것이 내 결함이었다는 말입니까?
- 프라하, 1920년 7월 31일 토요일

부모님 집에서 사는 것은 매우 좋지 않습니다. 함께 산다는 것만이 아니라, 호의나 애정의 울타리 안에서 생활하고 그 속에 매몰되어 있다는 것이 좋지 못한 것입니다. 당신은 나의 '아버님께 드리는 편지'를 아직 알지 못합니다. 끈끈이 막대에 붙은 파리가 발버둥치는 것과 같습니다만, 그러나 그것은 그것대로 역시 좋은 점도 있어서, 어떤 자는 마라톤에서 싸우고, 어떤 자는 식당에서 싸우는 형편이지요. 전쟁의 신과 승리의 여신은 도처에 존재합니다. 그러나 단지 기계적으로 거처를 바꾸는 것은 무의미한 일로서, 집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더욱 그러하지요.
- 프라하, 1920년 7월 31일 토요일

당신은 내가 삶에 대한 의욕이 있다고 편지에 쓰셨지만, 오늘 나에게 그런 의욕은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도대체 오늘 밤, 오늘 낮이라는 게 내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이 말은 가끔씩 나타나곤 하는데, 좋은 말입니다) 나는 근본적으로 살아갈 의욕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표면적으로는 거의 나타나지 않을 뿐이지요. 이런 내 자신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나는 지금 사장실 문 앞에 앉아 있는데, 사장은 자리에 없습니다. 그러나 만일 그가 방에서 나와서 "당신은 역시 내 마음에 들지 않으니 해고시키겠소"라고 말한다 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빈으로 떠나기 위해 그런 조치가 절실히 필요했습니다"라고 나는 말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는 "이제 당신은 다시 내 마음에 듭니다. 그러니 해고한다는 말은 취소하겠소"라고 말할 것입니다. "아 그렇다면 다시 빈으로 떠날 수 없게 됐군요"라고 나는 말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는 "오, 그래요. 그렇다면, 당신은 이제 다시 내 마음에 들지 않아요. 당신은 해고요."라고 말할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는 무한히 계속 될 것입니다.
- 프라하, 1920년 8월 1일 일요일

밀레나에게 보내는 편지  Brief an Milena
프란츠 카프카, 박환덕 옮김, 범우사



 
2016-03-23



안티고네, <오이디푸스 왕> 중
민음사, 강대진 옮김


 
2016-02-12
예술가는 그처럼 저마다 마음속 깊이, 일생 동안 그의 됨됨이와 그가 말하는 것에 자양을 공급해주는 유일한 원천을 갖고 있는 것이다. 원천이 말라버리면 작품이 오그라들어 쪼개져버리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수가 더 이상 적셔주지 못하게 된 예술의 메마른 땅의 모습이다. 머리털이 빠지고 메말라, 그루터기만 남은 밀밭같이 되고 보면 예술가는 침묵이나 아니면 살롱 출입에나 - 결국 마찬가지지만 - 알맞은 처지가 된다. 나로서는, 나의 원천이 <안과 겉> 속에, 내가 오랫동안 몸담아 살아온 그 가난과 빛의 세계 속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세계의 추억이 지금도, 모든 예술가들을 위협하는 두 가지의 상반되는 위험, 즉 원한과 만족으로부터 나를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안과 겉> 재판 서문
알베르 카뮈, 김화영 옮김, 책세상



 
2015-12-01

책장 속 체호프들.
가장 먼저 산 책은 범우사의 선집들.
민음사의 <체호프 단편선>
펭귄 클래식스의 <사랑에 관하여>
그리고 올해, 웹툰 작업한 직후에 산
시공사의 <체호프 희곡 전집>과 동북아역사재단의 <안톤 체호프 사할린 섬>
이 두 권은 아직 안 읽었다.
<안톤 체호프 사할린 섬>은,
예전에 체호프가 사할린에 다녀와서 쓴 책이 있다는 것을
어디선가 보고 검색했을 때는 번역되어 나온 것이 없던 걸
올해 다시 검색해보니 있어서 샀다.
2013년에 나왔다.



 
2015-11-07


<의외의사실의 세계문학 읽기> 첫번째 책 '체호프 단편선'
첫 번째 책은 체호프로 하고 싶다고
내가 이야기했다.




 
2015-11-07


스케치, 옮겨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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